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수사팀이 구성된지 사흘 만에 이뤄진 신속 조치다. 전날 유 전 본부장을 체포한 뒤 이틀째 추가 조사를 이어간 검찰은 유 전 본부장에게 뇌물 혐의도 적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 전 본부장은 민관(民官) 합동개발 형식으로 진행된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관(官)측을 진두지휘했던 인물이다. 그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등 민간 업자들과 함께 이 개발 사업을 맡은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본부장이자 사장 직무대리로 일하면서 핵심 실무자들의 채용과정부터 사업 설계 등 전반에 걸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됐다.
유 전 본부장은 2015년 이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화천대유 등 민간 사업권자의 이익을 제한해야 한다는 성남도시개발공사 내부 의견을 묵살한 채 공공영역의 이익규모를 사전에 확정해 성남시 등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팀은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내부 인사들을 불러 조사하면서 이 같은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본부장은 민간 측에 유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대가로 수익금 등 금품을 따로 챙겼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의 주인으로 지목된 정영학 회계사가 앞서 검찰에 제출한 19개의 녹취파일에는 민간 이익 가운데 일부를 유 전 본부장에게 배분할 것을 논의하는 내부자들의 대화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게 약정된 수익금 규모가 700억 원이라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유 전 본부장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에 소속돼 이 사업을 함께 추진했던 정민용 변호사를 앞세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유원홀딩스를 만든 뒤 투자금을 지원받는 형식으로 수익금을 챙긴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수사팀은 정 변호사도 전날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 변호인은 '700억 원 약정 의혹'과 관련해 이날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그만두고 정민용 변호사와 천연 비료 사업을 동업하면서 정 변호사에게 동업회사 주식을 담보로 사업자금과 이혼 위자료를 빌리면서 차용증을 쓰고 노후 대비용으로 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말이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며 "700억 원 약정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정 변호사로부터 빌렸다는 자금 액수는 "11억 8천만 원"이라고 했다.
이 같은 해명을 놓고 공공기관 쪽 인사인 유 전 본부장이 민간 사업권자들의 자금 논의에 개입한 것 자체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 전 본부장 측은 거액의 이익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정영학 회계사를 폭행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술 기운에 뺨을 때린 것은 맞는데,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최근까지만 해도 언론에 "(정 회계사와)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가 아니다"라고 밝혀왔다는 점에서 해명의 신빙성에도 물음표가 붙었다. 유 전 본부장의 구속 여부를 가를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는 오는 3일 오후 2시에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한편 수사팀은 전날 곽상도 의원 아들 병채씨의 서울 송파구 자택을 압수수색 하면서 그가 화천대유로부터 받은 거액의 퇴직금을 둘러싼 뇌물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올리고 있다. 2015년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화천대유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한 병채씨는 퇴직금 명목 등으로 50억 원을 수령한 사실이 CBS노컷뉴스 보도로 드러나 논란이 확산됐다. 시민단체는 이 돈이 뇌물일 가능성이 있다며 곽 의원과 병채씨를 고발했다. 곽 의원은 이날 "어떤 말씀을 드려도 오해를 더 불러일으킬 뿐 불신이 거둬지지 않아 국회의원으로서 더 이상 활동하기 어렵다"며 국회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