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업에 드리운 '민관유착 의혹'을 규명할 핵심 단서로 꼽히는 '정영학 녹취록'이 만들어진 배경도 천문학적인 이익을 둘러싼 내부 암투(暗鬪)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욱과 김만배 전쟁있었다"…막 오른 화천대유 갈등
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화천대유가 포함된 컨소시엄이 대장동 개발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인 2015년 중순 무렵 검찰 수사를 기점으로 주요 투자자들 사이에 균열이 본격화 됐다고 한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복수의 관계자들은 2009년부터 이 지역 민영개발을 추진하며 사업의 밑그림을 그렸던 남욱 변호사가 구속 기소되면서 대장동 개발 사업의 핵심 주도권은 조력자였던 전직 언론인 김만배씨에게 빠르게 넘어갔다고 증언했다.
대장동 개발 초기 과정에 참여한 관계자는 이 같은 역학관계의 변화를 "남욱과 김만배 사이의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남 변호사의 구속을 기점으로 김씨가 남 변호사를 중심부에서 밀어낸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대장동 개발 민관 사업협약 등 중요 일정을 1달 앞두고 구속된 남 변호사는 당시 내부 문서 접근조차 어렵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화천대유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남 변호사가 '(대장동 사업은) 내가 젊어서 인생을 갈아 넣은 것인데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냐'고 말한 적도 있다. 나를 집어넣은 게 내부자 아니냐는 얘기도 했다"고 말했다.
불어난 개발이익 배분 놓고도 충돌…'대장동 녹취록' 배경됐나
남 변호사가 그해 11월 재판에서 무죄를 받고 복귀한 뒤로도 내부의 균열 양상은 쉽게 봉합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동산 값이 폭등하며 개발이익이 천문학적으로 불어나자 내부자들이 애초의 친분과는 상관없이 수익금 배분을 놓고 갈등을 겪은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5호의 주인으로 지목된 정영학 회계사가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등 핵심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를 녹음한 배경도 이런 갈등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다. 정 회계사는 대장동 개발사업의 '브레인'으로 불릴 만큼 기획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지목된 인물로, 이미 2010년부터 남 변호사와 손을 잡고 이 지역 민영개발을 추진하기도 했다.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지분 분배 문제를 놓고 화천대유와 유 전 본부장 간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며 "녹취에는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어떻게 이익을 분배할지에 대해 김만배씨 등과 상의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남욱, 김만배 등이 '유동규에게 줄 돈이 필요한데, 정영학 회계사 몫에서 떼자'는 취지의 얘기를 한 게 (녹취에) 있다"고 했다. 정 회계사의 녹취록 제출 배경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김만배씨는 "개발 이익이 예상보다 증가하게 되자 투자자들 간에 이익의 배분 비율에 있어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예상비용을 부풀려 주장하는 과정이 있었다"며 내부의 갈등 정황은 인정했다. 다만 수익금이 로비 자금 등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장동 개발이익 유동규에게 흘렀나…檢 구속영장 청구 여부 주목
논란의 녹취록 속 유 전 본부장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논의된 수익규모가 700억원에 달한다는 정 회계사 측 주장도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 그가 대리인을 앞세워 만들었다고 지목된 부동산 컨설팅 업체 유원홀딩스로 대장동 사업 수익이 투자금 형태로 흘러간 것 아니냐는 물음표도 나왔지만, 유 전 본부장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 사업의 수익이 민간 쪽으로 과도하게 흘러가 애초 설계 때부터 특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개별 수익자 가운데 일부가 실제로 성남 공공기관 인사로 드러날 경우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유 전 본부장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휴대전화를 창 밖으로 집어던져 증거를 인멸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는 만큼, 이날 추가 조사를 거쳐 그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법조계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