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실적은 좋은데 주가는 속절없이 우하향
10월의 첫날에도 9월의 악몽은 이어졌다. 1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9.64포인트, 1.62% 하락한 3019.18로 장을 마쳤다. 지난 6월 25일 장중 3316.08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지 3개월여만에 주가가 10% 가량 하락해 3000선까지 위협받고 있다.
코스닥 지수 역시 이날 20.07포인트, 2% 하락한 983.20으로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코스닥 1000선이 붕괴된 것은 지난 8월 23일 이후 한달여 만이다.
개별 기업의 주가 역시 최근들어 긴 조정기를 거치고 있다. 역대급 실적행진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경기 피크아웃 우려로 지난 8월 '8만전자'가 무너진 삼성전자는 이날 1.21% 하락한 7만 3200원으로 장을 마치며 7만 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또, 시가총액 2위로 지난 3월 15만 원을 돌파했던 SK하이닉스는 이날 10만 원에 장을 마감하며 고점 대비 50%나 하락했다. 코로나19 시대 비대면 수혜주로 승승장구하던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 카카오도 고점 대비 30% 넘게 하락했다.
지난 9월 수출액이 558.3억 달러를 기록하며 무역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지난 1956년 이래 65년 만에 최고 월(月) 수출액을 찍었다는 소식이 이날 전해지는 등 올해 국내 기업들의 실적은 나무랄데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상장 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다. 기업 실적은 코로나19 상황 이전을 뛰어넘는 수준이지만 증시를 둘러싼 환경이 날로 악화일로를 걸으며 전체 증시를 억누르고 있는 형국이다.
인플레 우려에 빨라지는 테이퍼링&금리인상 시계
그는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30일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앞으로 몇 달 이후인 내년 상반기 중에야 일부 인플레이션이 안정될 것"이라면서 "경제가 공급 측면에서 제한을 받는 매우 이례적인 사건을 겪고 있으며, 높은 인플레이션은 공급망 병목현상의 결과이고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요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경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와 금리인상 시계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파월 의장은 "필요할 경우,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도구를 사용하겠다"라고 밝혔다.
글로벌 증시가 팬데믹 와중에도 사상 최대치로 풀린 유동성을 바탕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점에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유동성 회수 조치가 본격화될 경우 증시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지난 8월까지 양호한 흐름을 보였던 뉴욕증시는 9월 들어 낙폭을 키웠다. 9월 한달간 S&P500 지수는 4.8%, 다우지수는 4.3%, 나스닥은 5.3%나 하락해 지난해 3월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중국 경기 하강국면 돌입···발목잡힌 韓 증시
지난달 30일 발표된 중국의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6을 기록하며 19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제조업 PMI은 50을 기준선으로 이보다 위는 경기 확장 국면에, 이보다 밑은 경기 위축 국면에 있다고 본다.
여러 악재가 겹치며 중국의 제조업 경기 역시 급속히 악화되자 경기 전망치도 속속 낮아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8.2%에서 7.8%로 하향 조정했고, 일본 노무라증권도 8.2%이던 기존 전망치를 7.7%로 낮췄다.
지금은 국내 상장 기업의 실적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하면서 향후 국내 기업의 실적악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위원은 "우리 증시는 중국 리스크에 좀 더 발목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면서 "헝다그룹 파산 우려나 최근 전력난으로 중국 3.4분기 성장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국내 제조업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들이 증시를 억누르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