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미사일 쏘면서 유화 조치…北 양면 전략에 정부 고심

왼쪽부터 북한이 새로 개발했다는 극초음속미사일과 반항공미사일의 시험발사 장면. 뉴스1 제공
북한이 남북연락채널 복원 계획 등 대남 유화조치를 밝히면서도 연달아 신형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는 등 양면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 국방과학원은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 이틀 뒤인 30일(어제) 새로 개발한 반항공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1일 밝혔다.
 
북한의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국방과학원이 9월 30일 새로 개발한 반항공미사일의 종합적 전투성능과 함께 발사대, 탐지기, 전투종합지휘차의 운용 실용성을 확증하는데 목적을 두고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박정천 비서가 국방과학 연구부문의 지도간부들과 함께 시험발사를 참관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북한 신형 지대공 미사일. 연합뉴스
 
북한 국방과학원은 "쌍타조종기술과 2중임풀스비행발동기를 비롯한 중요 새 기술도입으로 미사일 조종체계의 속응성과 유도정확도, 공중목표소멸거리를 대폭 늘인 신형 반항공미사일의 전투적 성능이 검증되었다"며, "이번 종합시험이 전망적인 각이한 반항공미사일체계 연구개발에서 대단히 실용적인 의의를 가지는 시험"이라고 밝혔다.
 
신형 반항공미사일은 지대공요격미사일로 추정된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한 번에 두 가지 조종 신호를 처리하는 기술(쌍타조종기술)과 이를 가능하도록 하는 엔진(2중임풀스비행발동기) 등 신기술을 도입해, 빠르고(속응성), 정확하게(유도정확성), 멀리서 날아오는(공중목표소멸거리 확대) 상대방의 항공기와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지대공 미사일인 셈이다.
 
김동엽 교수는 "오늘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발사차량 앞쪽으로 멀리 위상배열레이다와 같은 대공 체계가 보이는데, 이른바 러시아판 사드라고 불리는 중장거리 대공방어시스템 S-400을 모델로 북한이 자체 개발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러시아판 사드 S-400을 기준으로 볼 때 최대 사거리 400km, 최대 탐지거리 700km, 최고 속도 마하 12로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 요격이 가능하고, 스텔스 전투기에 대한 탐지 및 요격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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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올 들어 이번이 7번째이다. 9월 한 달 동안에만 장거리 순항미사일, 열차발사 탄도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 반항공미사일 등 4가지 종류의 새로 개발한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특히 신형 반항공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30일에 북한 매체들은 남북통신망 복원방침을 언급한 김정은 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보도하기도 했다. 대남 유화조치와 미사일 시험발사를 병행한 것이다.
 
북한은 앞으로도 남북연락채널 복원과 남북대화 등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면서도 새로 개발한 무기체계의 시험 발사 등 군사 행동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김여정 당 부부장은 최근 담화에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가 올해 초 8차당 대회에서 제시한 '국방과학 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에 따른 것으로, 남측의 '국방중기계획'에 해당한다며 이를 도발이라고 하는 것은 불공정한 이중기준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남측이 지난 달 15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등 국방력 강화를 하면서도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는 것처럼, 북한의 병행전략도 주권국가의 당연한 권리라는 주장이다.
 
북한은 일단 핵실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처럼 이른바 '레드라인'으로 불리는 선을 넘지는 않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도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금지하고 있다. 북한이 선보이는 다양한 미사일이 핵무기와 결합할 수 있는 만큼 전반적인 핵 능력의 강화로 보는 것이다. 핵을 갖고 있지 않은 나라의 국방력 강화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얘기이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묵인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우려하는 입장이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30일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시험에 대해 "우리는 유엔 안보리 결의의 반복적 위반에 대해 우려 한다"며 "이는 불안정성과 위험 가능성을 더 키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사일을 쏘면서도 대남 유화입장을 밝히는 북한의 이중전략에 정부도 고민이 깊다.
 
브리핑하는 차덕철 통일부 부대변인. 연합뉴스

정부가 북한의 계속되는 냉온탕 전략에 대해 "어느 한 면만 보거나 어느 한쪽으로 예단하지 않고 면밀한 평가와 종합적인 분석을 토대로 신중하게 대응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반복하는 것도 이런 고민을 반영한다.
 
차덕철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미사일 시험발사 관련 입장에 대한 질문에 "남북통신연락선 복원 및 당국 간 대화 재개 등을 통해 한반도 정세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일관된 노력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북통신연락망 복원 방침에도 북한은 일단 1일 업무 전화 통화에는 응답을 하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이 복원 시점을 10월 초라고 한 만큼 다음 주중에는 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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