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측은 이미 사용한 빈 주사기였지만, 백신이 들어있던 것으로 오인한 의사가 몇 초간 몸에 주삿바늘을 꽂은 뒤 간호사가 반창고까지 붙였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9월 4일 A씨(30·여)는 친언니와 함께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위해 경북 경주에 있는 B병원을 방문했다. A씨는 백신 접종 직후 의사로부터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앞서 다른 접종자에게 사용한 주삿바늘을 자신에게 또 찔렀다는 것이다.
해당 병원측은 이런 사실을 인정하는 확인서를 쓰고 상황 해결을 위한 협조를 약속했다. 하지만 A씨 직전에 백신을 맞은 C씨가 혈액검사 협조 요청을 거부, 추후 어떤 감염 피해를 입을지 불분명한 상태다.
실제 주사기를 재사용하면 HIV(에이즈 바이러스), B형·C형 간염 등 감염병이나 파상풍 위험이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A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직전 접종자가 맞은 백신 주사기를 폐기 처분하지 않고, 그 주사기를 백신 없이 팔에 찔렀다는 게 당시 병원측 설명이었다"며 "병원측이 주사 실수에 의한 건강상의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했지만, 직전 접종자가 혈액검사를 거부하면서 불안감은 더 커진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병원측의 제대로 된 사과도 없었다. 병원 측이 직전 접종자가 혈액검사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며 금전적 보상 얘기도 먼저 꺼냈지만 이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재는 매일 감염 공포에 시달리며 정신과를 다니며 약을 먹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보건소 측 조사에 협조 중이라면서 "경주보건소 의약팀에서 왔다가 갔다. 병원에서 (사건 관련) 서류를 다 보냈고, (보건소 측이) 조사와 상담도 다 했다"며 "(보건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아서 다 (이행)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병원은 현재도 백신접종을 하고 있다. A씨는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를 통해 이번 문제를 제기했지만, 사건을 접수한 경주시보건소로부터 '조사기간이 최대 3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답변을 받은 상태다.
경주시보건소 관계자는 "A씨가 관련 민원을 접수해 이번 일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라며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과 관련해 의료법을 위반했는지에 대해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C씨 측은 B병원으로부터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연락을 받은 뒤, 타기관에서 혈액검사를 포함한 건강검진을 통해 별다른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고 결과를 B병원에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C씨의 가족은 1일 CBS노컷뉴스에 "(C씨는) 평소 술·담배도 하지 않는 건강한 사람"이라며 "주사기를 무서워하는 사람이 용기를 내 백신을 접종했는데, 오히려 비난의 화살이 돌아와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