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총재 투표가 실시되기 이틀 전인 지난 27일 오후 일본 도쿄 중의원 회관에서 아베 전 총리와 아마리 아키라 자민당 세제조사회장이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아베는 "기시다가 고노에 대해 확실히 반론을 하고 있다. 총재 선거에서 씩씩해졌다"며 "결선 투표에서 내가 어떤 생각인지 다카이치 진영 사람들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총재 선거가 결선 투표로 갈 경우 기시다에게 표를 몰아주기로 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당시 판세로는 총재 선거에 출마한 4명 가운데 고노가 1위, 기시다가 2위로 결선 투표에 올라갈 것으로 분석됐다.
니혼게이자이는 회동 현장을 설명하면서 '선거 결과가 사실상 이날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아마리가 이후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을 찾아가 아베의 뜻을 전하자 아소는 "이것으로 정해졌군"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베는 당초 자신의 보수 노선을 이어받은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을 적극 지지했다.
그런데 다카이치를 지원한 이유는 자신의 숙적인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과 손을 잡은 고노 다로 행정개혁 담당상을 떨어뜨리기 위해서였다.
1차 투표에서 고노가 과반 확보를 하지 못하도록 다카이치의 지지세를 넓혀 표를 분산한 뒤 결선 투표에 가서 승부를 보겠다는게 아베의 전략이었다는 설명이다.
대다수 일본 언론들은 모든 것이 아베의 시나리오 대로 이뤄졌다고 해석했다.
이번 선거에서 아베의 입김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앞으로도 아베의 영향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와 마이니치 등 일본 언론들은 기시다가 새 간사장에 아마리 세제조사회장을, 일본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에는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을 기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마리는 아베 전 총리, 아소 부총리와 함께 '3A'로 불리는데 아베 정권의 핵심이었다.
하기우다 문부상은 아베가 실질적인 지주로 있는 자민당 내 최대 파벌, 호소다파 소속이다. 아베의 최측근 인사들이 기시다 정권에서 핵심 요직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