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이 후 14년 만의 파업에 돌입한 대전 시내버스. 대전시가 매년 1000억 원대를 웃도는 적자액을 보전하는 준공영제에도 파업에 돌입한 이유는 뭘까.
노조 측은 "준공영제를 실시하는 타 시도만큼"을 촉구하는 반면 재정적자를 보전해야 하는 대전시는 "과도한 재정부담"을 강조하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거듭된 협상에도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은 ◊유급휴일 비근무자 수당 지급과 ◊타결 격려금 50만원 ◊정년 만 63세 연장 등이다.
노조 "다른 준공영제 만큼은 돼야"
노조는 조합원 정년 3년 연장과 임금 4.7% 인상, 법정 공휴일의 유급휴일(유급수당)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대전처럼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 중인 서울과 인천 대구의 정년이 만63세, 부산 만62세, 광주 만61세인데 반해 대전은 만60세에 불과하다는 점과 유급휴일 보장 기준 역시 다른 광역시만큼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타 시도에 비해 합당한 수준으로 근로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대전시 "전체 임금 비교해야…1300억 원대 적자도 과도한 재정부담"
반면 대전시는 "타 시도에 비해 임금 수준이 결코 적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선희 교통국장은 "유급 수당 등 한 종목만으로 비교해선 안 된다"며 "다른 수당의 경우 타 시도보다 우위에 있는 경우도 있어 종합적으로 비교할 때 대전 지역 노동자들의 임금 등이 타 시도에 비해 결코 열악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조 측이 제시한 조건을 모두 수용할 경우 100억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소요돼 결과적으로 올해 적자 보전액이 1300억 원대를 넘을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코로나 백신 접종 유급휴일 2일(2.5억 원)과 시급 2.6% 인상(34.3억 원) 등을 63.3억 원에 달하는 조건을 수용했지만, 유급휴일 비근무자 수당 지급(16일)과 타결격려금 50만원(12억 원), 정년 63세 연장 등의 조건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준공영제 취지와 달라…강한 유감"
준공영제는 업체의 적자액을 공공기관이 보전해주는 게 핵심이다. 공공성이 강한 사업을 대상으로 이용자(시민) 편의성과 노동자 처우 개선 등을 담보하기 위한 조치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편의성에는 파업 최소화 혹은 억제도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한선희 교통국장은 "준공영제의 당초 취지가 서비스 개선과 안정적 운영인 점을 감안하면 대전시는 이번 노조 측의 파업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번 파업을 해결하는 한편 향후 준공영제의 문제점을 파악해 개선해야 할 점은 과감하게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준공영제 파업을 바라보는 시민들 시각은
시민들은 싸늘한 반응 속에서도 사업주들의 방만한 운영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영업자 실업상태 노동자들이 지천인 상황에서 시민을 담보로 목적을 성취하는 사고방식이 과연 옳은 것이냐"거나 "공공성을 담보하지 않는 선에서 노조의 목적과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언제 퇴직할지 모르는 위기의 회사에서 버스를 두 번씩 갈아타고 다니는 우리의 이모, 조카, 어머니, 아버님들의 발까지 묶는다면 득보다 공공의 실이 더 큰 것 아니냐"거나 "모두가 어려운 시대, 공공운수 집단이 선행에 먼저 나서주길 바란다"는 말도 있었다.
남가현 정의당 대전시당 위원장은 "준공영제의 혜택이 사업주들에게 집중되고 운수 노동자들에게 가지 않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시민들 역시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등 권리를 위한 정당한 파업으로 시민들이 일정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