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프로듀서 따마(THAMA)가 지난 28일 'Chill이란 낱말의 존재 이유'부터, 마지막 트랙 '순간들'까지 총 열두 곡으로 꽉 찬 앨범 '돈 다이 컬러스'(DON'T DIE COLORS)를 발매했다. 개개인이 각자 가진 색이 '죽지 않았으면' 해서 붙인 이름이다. 전곡 작사·작곡에 참여했고, 지소울·김오키·다이나믹듀오·선우정아·아일·쏠 등 음악색이 뚜렷한 동료를 모셨으며, 연주에도 신경 썼다.
지난 23일 서울 양천구 목동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따마를 만났다. 지난해 8월 낸 싱글 '랜드'(LAND) 이후로는 다른 가수들과 함께한 작업만을 이어왔던 그는 약 1년 1개월 만에 정성껏 채운 정규앨범으로 컴백했다. 표면적인 준비 기간은 1년 정도였으나, 이전부터 곡을 만들면서 정규앨범에 대한 방향성을 잡고 있었다.
따마는 "딱 지금이 (정규앨범 내기에) 적기라고 해야 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라며 "완성도 있게 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 실린 열두 곡은 어떤 이유로 '선택'받았는지 묻자, 그는 "선곡을 하기보단 앨범에 들어갈 생각으로 만들었다. 그냥 듣기 좋은 음악으로 채우고 싶었다. 진짜 듣기 좋은 음악"이라고 답했다.
'듣기 좋은 음악'이란 뭘까. 따마는 "사람 나름의 취향 차이인데 일단 제가 듣기 좋은 음악을 담았다. 그중에서도 리듬감이나 그루브가 살아서, 내적 댄스를 유발할 수 있고 제가 들어도 분위기 자체에 흠뻑 젖을 수 있는 곡들. 제가 그런 거에 관심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가을에 앨범이 나오게 된 것도 "너무 마음에 든다"라고 덧붙였다.
노래마다 특정한 화자를 두었다. 따마는 "그렇다고 해서 제가 어떤 스토리를 썼다기보다는, 상상을 많이 했다. '바닐라 스카이'(Vanilla Sky) 같은 노래도 이미지를 떠올리고 제가 화자가 됐다는 기분으로 가사를 썼던 것 같다. 노랫말이 최대한 듣기 아름다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거기에 중점을 뒀다"라고 말했다.
원래 미니앨범이나 싱글을 작업할 땐 타이틀곡을 정해놨는데, 이번 '돈 다이 컬러스'에서는 고민이 많았다. 지소울이 피처링한 '블레스드', 선우정아가 피처링한 '바닐라 스카이'(Vanilla Sky), '순간들' 등 서너 곡이 경합했고, 회사 직원들과 주변 친구 뮤지션들에게도 보내서 의견을 들었다. 그 결과 뽑힌 곡이 바로 '블레스드'다. 지소울이 작사·작곡과 피처링에 힘을 보탰다.
따마는 "'블레스드'는 다른 곡들에 비해서 이번 제 앨범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알앤비 소울이다. 뭔가, 알앤비 보컬로서의 면모를 제일 잘 보여줄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고심 끝에 정해진 타이틀곡을 자랑해 달라고 부탁하자 따마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자랑이라기보다 소개를 하겠다"라며 "뭔가 되게 마음 놓고, 자유분방하게 저와 지소울이 하고 싶은 걸 다 했다. 멜로디나 애드리브나 해 보고 싶은 걸 다 쏟아내며 즐겁게 작업했기 때문에 그런 즐거움이 (청자에게도) 들리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전반적으로 곡 작업이 수월했지만, 그중 고민이 가장 길었던 곡이 있다. 타이틀곡으로 다투었던 '바닐라 스카이'다. 따마는 "원래는 기타, 드럼 정도가 다였는데 뭔가 더 터뜨리고 싶어서 이것저것 많이 했다. 베이스도 받아보고. 그런데 결국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미니멀하게. 그게 훨씬 좋더라"라고 말했다.
따마는 "저 같은 경우는 처음에 만들었을 때의 러프한, 그냥 생생한 걸 좋아한다. 많이 가공하지 않는 걸 좋아한다. 예를 들어 연주곡이라고 하면, '잼'이라는 합주 때의 감성이 그대로 묻어나면 더 안 다듬는 편이다"라며 "중간에 의도가 산으로 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라고 부연했다.
이밖에도 소속사 수장인 다이나믹 듀오를 비롯해 호피폴라의 보컬 아일, 쏠 등 다양한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따마는 "제가 정성스럽게 노래를 만들었다는 걸 알아보시고, 되게 좋아해 주셨다. 음악이 좋다고, 자기도 하고 싶다고 말씀해 주셨다. 언제까지 내야 하는데 이걸 좀 꼭 부탁드린다, 시간을 맞춰달라 이런 식으로 부탁하는 건 아니라고 봤다"라고 말했다.
좋아하고 존경하던 가수들과 함께 작업하고, 그 결과물이 앨범에 실려 온 세상에 공개됐다는 것. 준비 기간에 따마는 속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한 대 맞은 것처럼 얼얼함이 가시지 않았다고도 설명했다. 앨범 발매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그제야 "완전 실감 나고 있다"라고 했다. "영광스럽다"라고도.
한 번 들으면 선명한 인상이 남는 '따마'라는 이름은 군 전역 후 친구들이 지어준 이름이다. 처음에는 '그게 뭐냐' 했지만, 은근히 '감기는 것도 같'아서 계속 쓰게 됐다. 'These Hands Are Making Art'라는 뜻도 있고, '따뜻한 마음'의 약자로 읽어도 된다.
초등학생 시절 록밴드 퀸의 히트곡 모음집을 닳도록 들었다. 그때부터 음악 듣기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가리지 않고 여러 음악을 듣는 가운데서도 팝과 힙합을 좋아했다. 가수가 되어야겠다는 계기가 명확하게 있진 않았다. 그것도 스무 살이 넘어서야 진지하게 고려해 본 거였다. 취미에서 자연스럽게 '이렇게'(직업이) 됐다.
따마는 "취미로 만든 걸 누구 들려주고, 어디 올려보고 하다 보니 반응이 왔고, 조금 더 열심히 하다 보니 기존 아티스트분들한테도 연락이 와서 작업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좋아하는 것이 '직업'이 되었을 때 고충은 없는지 묻자, 따마는 "스트레스받을 때가 없진 않지만, 주변에서 도와주는 게 크다. 음악에만 몰두할 수 있게 해줘서"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이 자신의 이름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따마는 자기보다는 본인의 앨범이 '작품'처럼 남길 바랐다. 그는 "따마라는 이름을 기억해주시는 것도 좋은데 제가 '돈 다이 컬러스' 앨범을 내지 않았나. 그럼 그 타이틀 자체가 하나의 작품으로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 아티스트로서 꿈이자 하나의 소망이다. 앨범이나 노래가 남고, 그거 만든 사람이 따마였다더라, 이 정도도 좋다"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하는 음악의 영역을 넓혀가고 싶은 것도 하나의 목표다. 되도록 많이 도전해 보고 싶단다. 따마는 "제 목소리로 컨트리를 부르면 어떨까. 록도 해 보고 싶고. 그런 장르를 했을 때도 제가 부르는 거니까 제 색이 무조건 묻어날 거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모든 음악은 재밌어서 하는 거니까 많은 시도를 하게 된다. 알앤비를 제일 좋아하긴 해도 그런 시도를 해 보고 싶다. 랩도 해 보고 싶고"라고 전했다.
"공연을 하기 위해 가수가 됐다"라고 말하는 만큼,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 따마가 가장 해 보고 싶은 1순위는 단연 '공연'이다. "공연을 딱 하고 해외여행 가고 싶어요. 해외 공연도 해 보고 싶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