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 '핵폭탄'된 화천대유…내년에 누가 웃을까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27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화천대유'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본질이 어떻게 규명되느냐에 따라 내년 초 대선판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를 '국민의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국민의힘은 "몸통은 이재명"이라며 반격을 준비 중이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화천대유의 과도한 이익 구조를 설계한 인물과 자금 흐름의 종착지 등이 드러나면 화천대유 의혹은 대선판의 승패를 가를 변수로도 작용할 수 있다.

관련 수사가 어느 쪽으로 흐르던 한 쪽은 막대한 부동산 불로소득을 챙긴 부패 세력으로 낙인 찍힐 가능성도 크다. 한 여당 인사는 "대장동 특혜 의혹은 정관계 로비, 법조 카르텔, 불로소득 등 한국 사회 모순 백화점이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대장동 의혹은 이미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가 됐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24~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발 사주 의혹과 성남 대장동 개발 논란 등이 지지 후보 교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58.9%였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6.7%)


곽상도 아들 퇴직금 50억에 당황스러운 野


박종민 기자
일단 상황은 야당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CBS 노컷뉴스의 단독 보도로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 자산관리사로부터 퇴직금으로 50억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당 정치인과 법조계 로비 의혹이 상대적으로 뚜렷해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화천대유가 누구 겁니까", "대장동 의혹의 몸통은 이재명 "이라고 공세를 펴던 국민의힘은 난처해진 상황이다. 검찰 고위급 출신 강찬우 변호사나 국민의힘 원유철 전 의원이 화천대유의 고문을 지낸 사실이 드러난 데다, 결정적으로 곽 의원 아들이 받은 퇴직금 50억원이 화천대유의 자금 흐름 방향을 일부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6년간 근무한 곽 의원 아들의 퇴직금 액수가 청년들을 분노하게 하고 있다. '조국 사태'처럼 공정 이슈로 불똥이 튈 수도 있는 셈이다. 곽 의원 아들은 퇴직금의 이유로 산업재해를 들었지만, 조기 축구회에 지속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재명 지사는 개발이익 환수제도 토론회를 열며 대장동 개발 사업 자체가 민간의 과도한 이익 실현을 막은 모범사례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지사는 29일에도 "부동산 토건세력과 유착한 정치집단은 명백하게 국민의힘"이라며 "국민의힘은 개발이익을 민간이 100% 가질 수 있도록 불법 로비에 가담하기도 하고, 성남시의회를 총동원해서 공영개발에 극렬저지하기도 했다. 토건 투기 세력들과 결탁해서 엄청난 이익을 챙기는 세력"이라고 비판했다.


화천대유 자금의 방향은? 언제든 상황 돌변 가능성도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앙보훈회관에서 열린 개발이익 환수 법제화 긴급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하지만 여당 유력 대선 주자인 이 지사가 추진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언제든 상황은 돌변할 수 있다. 이 지사는 스스로 "설계는 사실 제가 했다"고 언급한 적도 있다. 야당은 이 지점을 물고 늘어지며 화천대유의 과도한 이익과 이 지사의 관련성을 부각하고 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에 초대형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수사는 이 지사 관련 인물로도 향하고 있다. 검찰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은 화천대유로 돌아가게 된 막대한 이익 배당 구조를 설계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유 전 본부장은 이 지사가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된 후 성남시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과 2014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맡았다. 야당은 유 전 본부장을 이 지사의 핵심 측근이라고 지목하고 있고, 이 지사 측은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與인사 하나도 안 나올까…다시 떠오르는 'LH 악몽'


지난 2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화천대유 자산관리 사무실 모습. 이한형 기자
과연 누가 화천대유에 수천억원대 개발이익이 집중되도록 투자 구조를 설계했는지는 여전히 미궁이다. 반대로 말하면 자금 흐름의 전모가 밝혀지지 않은 만큼, 여야 모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화천대유란 폭탄에 여야 모두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한 여당 관계자는 "자잘한 고소 고발이 많은 부동산 개발의 특성상 개발 업자들은 유력 정치인과 법조인들을 데려오는 것이 관례"라며 "개발시기 상 지금의 야당이 여당인 시절도 있지만, 민주당이 여당인 시기도 겹치는 것 아니냐. 자금의 흐름 중에 여권 인사가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LH 사태'를 떠올리는 여당 고위 관계자도 있다. LH 사태로 인해 올해 4월 재보궐 선거의 판도가 급격히 바뀌었고, 여당은 결국 참패했다. LH 사태와 부동산 가격 폭등 상황이 겹치면서 매서운 민심은 여권을 채찍질했다.

여당 고위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며 "자금 흐름 속에 여권 인사가 한 명이라도 나온다면 여론이 어떻게 갈지 모른다. 유리하게만 볼 수만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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