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보다는 '파벌'…여전한 아베의 그림자

정치 파벌이 좌우하는 日 총리 선출
고노, 유권자 선호도 1위 불구 패배
'反고노'로 뭉친 파벌의 힘, 결국 기시다 승리

연합뉴스
일본 차기 총리를 결정하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이 승리했다. 기시오 신임 총재는 다음달 4일 일본의 100대 총리에 오를 예정이다.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전은 친(親)아베 대 반(反)아베 구도가 형성돼 주목을 받았다. 무엇보다 유권자들은 반 아베 진영인 고노 다로 행정개혁 담당상을 지지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지난 23~25일 일본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6%가 차기 총리로 고노를 지목했다. 기시다는 17%에 그쳤다.
 
고노 담당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과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 등의 지지를 얻으며 일본 정계의 새판짜기가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여왔다.
 
그러나 결과는 철저히 파벌과 당내 역학 관계에 의해 결정됐다. 1차 투표에서 고노가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1차에서도 기시다가 1위를 기록했고 결선 투표에서는 기시다가 87표 차이로 고노를 눌렀다.
 
왼쪽부터 고노 다로, 기시다 후미오. 연합뉴스

기시다의 낙승은 고노에 대한 당내 견제 심리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노는 젊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지를 받았지만 탈원전 주장과 아베의 앙숙인 이시바 전 간사장의지지 때문에 오히려 자민당 주요 노장파에게 배척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아베 전 총리가 속한 자민당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는 기시다, 또는 다카에치 사나에 전 총무상 가운데 1명을 찍으라는 방침을 세웠다. 아사히 신문은 아베 전 총리가 사석에서 고노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호소다파가 '反고노'로 뭉치면서 1차 투표에서 고노가 승리하더라도 과반 확보를 못해 결선 투표로 갈 경우 기시다에게 기회가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분석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안, 고노는 탈핵 정책의 수정을 시사하기도 했다. 기시다는 아베의 아킬레스건인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에 대해 재조사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모두 호소다파의 눈치를 본 것이다
 
강력한 파벌 정치 현실 속에 결국 일본 총리는 민의와는 상관 없이 결정됐다.
 
기시다는 자민당 내에서 온건파로 분류되는데 앞으로의 기본 정책 방향은 아베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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