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 수사팀' 꾸려져
서울중앙지검은 29일 김태훈 4차장검사의 지휘하에 검사 16명과 대검 회계분석 수사관 등으로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고 밝혔다. 전담 수사팀은 경제범죄형사부 검사 전원(부장검사 포함 9명)에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았던 공공수사2부 3명, 반부패강력수사협력부 검사 1명, 파견 검사 3명으로 구성됐다.서울중앙지검은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 직접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며 "적법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신속히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한편, 혐의가 확인된 관련자에 대해선 엄정히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담수사팀은 이날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와 성남도시개발공사,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로 알려진 남욱 변호사의 청담동 소재 회사 등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화천대유 최대주주인 김만배씨와 개발사업 전반을 지휘하며 배당수익 구조를 설계한 인물로 알려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행의 주거지를 비롯, 천화동인 2~7호 실소유주들의 주거지 등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담수사팀은 이날 압수수색에 앞서 유동규 전 사장 직무대행 등 핵심 인사들도 출국금지 조치했다. 이처럼 수사에 갑자기 속도가 붙은 배경에는 이 사업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파일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대장동 사업에 주도적으로 관여하면서 천화동인 5호의 실 소유주로 지목된 정 회계사를 최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장동 개발 의혹, 밝혀낼 핵심은
수사팀이 들여다보게 될 핵심적인 내용은 △대장동 개발 사업의 전반적인 추진 과정,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경기지사 등의 역할과 배임 의혹, △자산관리사 화천대유의 법률고문단 활동 의혹 등이다. 경제범죄형사부에서 규명해야할 사안이다.대장동 의혹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이었던 시절 대장동 개발이익을 특정 민간업체인 '화천대유'에 몰아줬다는 특혜 시비가 불거지면서 문제가 됐다. 자산관리회사인 화천대유는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인 '성남의 뜰' 지분을 1% 보유하고 최근 3년간 577억원을 배당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대주주인 김만배씨와 그의 가족, 지인 등으로 구성된 천화동인 1~7호는 성남의 뜰 지분 6%로 3년간 3463억원의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민관합동업체가 개발해 이익을 나눠야 하는데도 불구, 애초에 수익 배당구조 자체가 '관'인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에게 한정된 이익을 갖게 되는 것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배당 구조를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유 전 사장 직무대행과 관계자들이 어떻게, 왜 이러한 구조를 설계했는지를 규명해야 한다.
여기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관여했는지 여부도 살펴봐야 할 핵심 쟁점이다. 유 전 사장은 2008년 성남 분당의 한 아파트 재개발 추진위 조합장이었다가 2010년 이 지사에 대한 지지선언을 했다. 이후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을 거쳐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사장 대행, 경기관광공사 사장까지 승승장구한 바 있다.
화천대유가 어떻게, 왜 초호화 법조 고문단을 두었는지도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강찬욱 전 수원지검장,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검 등 내로라하는 법조계 인물이 고문단일 뿐더러 이들이 이재명 지사의 사건과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의 사건 등에 얽혀있는 것으로도 드러나면서 사후뇌물죄 혐의 등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뒤늦은 전담 수사팀 구성, 제대로 된 규명할지는 의문
수사기관들이 대장동 의혹 수사를 미루다 뒤늦게 검찰에서 전담 수사팀을 꾸린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올해 들어 공수처가 출범하고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 범위가 나뉘게 되면서, 수사 대상과 혐의에 따라 수사의 주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대형 사건 수사 초반에 수사력이 분산되는 게 과연 선진적 수사 제도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실제로 검찰은 대장동 의혹에 대한 고발 등을 각각 다른 부서에 배당하면서 수사 의지가 있느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공수처는 대장동 의혹에 대한 고발이 들어왔지만, 대장동 개발이 이뤄진 때가 이 지사가 성남시장(기초자치단체장)이던 시절이라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은 아니라면서 입건 여부를 검토만 하고 있다. 지난 4월 금융정보분석원(FIU)로부터 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 흐름 등에 관한 첩보를 건네받은 서울 용산경찰서는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를 불러 조사했지만, 자금 흐름 수사 없이 소환 조사 먼저 해 수사 상황을 알려준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경찰도 이날 경기남부경찰청을 중심으로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이종엽)은 성명을 통해 특검 도입을 주장했다. 변협은 "전직 대법관, 전직 검찰총장, 전직 특별검사, 현직 국회의원의 아들 등 명사들도 자문료와 퇴직금 명목 등 상당한 금액의 금전적 이익을 향유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현재 검·경의 부분적·산발적 수사로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고 믿는 국민은 없다"며 국회에 신속한 특검 임명절차 추진을 촉구했다.
검찰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는 "지금 전담팀 구성이 꾸려진 건 너무 늦었지만 바람직하다"면서 "현재 수사팀 규모를 몇 배 더 늘려서 모든 검찰력 동원해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특검 얘기도 많이 나오지만, 특검의 경우 특검법을 통과해야 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 증거 인멸 시간을 더 줄 수 있다"며 "향후 특검을 하더라도 현재는 전담팀 수사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