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분야 수사에 전문성을 띄는 곽 의원이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 등의 구조를 알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곽 의원은 검사 생활 20여 년 동안 굵직한 부동산 비리 사건을 세 차례 이상 수사했다. 곽 의원이 2019년 1월 출간한 책 '7할의 행동과 3할의 숙명'에 따르면, 곽 의원은 2002년 '분당 파크뷰 아파트 용도변경 및 특혜분양 사건' 및 '용인 공동주택단지 난개발 사건', 2003년 '부동산 투기 사범 집중 수사'를 맡아 사법처리했다.
우선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은 곽 의원이 2002년 수원지검 특수부장 당시 수사를 이끈 사건이다. 성남시가 분당-정자 중심상업지구를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는 지역으로 용도 변경하는 과정에서 주민여론조사를 조작 발표하고, 사업시행사인 에이치원개발에 특혜를 준 게 논란이 됐다. 당시 곽 의원은 시행사의 불법 분양 방법을 파악해 관련자들을 추적하고, 경기도지사 부인을 포함해 시행사와 유착한 공무원들을 적발해 기소했다.
곽 의원은 저서에서 부동산 관련 법률 지식과 행정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2002년 '용인지역 난개발' 수사를 맡았던 곽 의원은 "용인, 광주 등에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국토이용관리법에 의한 '국토이용계획변경', 주택건설촉진법에 의한 '사업계획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자연녹지, 준농림 지역 등에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건설해 난개발을 부추긴 건설업자 5명과 건축허가 과정에서 뇌물을 수수한 공무원 및 건축허가 브로커, 건설자금 대출 사례금을 받아챙긴 은행지점장 및 금융 브로커 등 총 11명을 구속기소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사법부에서 아파트단지 건설이 위법하다고 했지만 소관 자치단체에서는 사법부의 판결을 비웃듯이 더 큰 아파트단지 건설을 용인해주고 있으니 행정이 과연 법대로 되고 있는지 한심하기 그지없다"고 지적했다. 또 "직무상 분명히 불법이지만 인허가를 다 내줘 지금도 난개발은 손을 대지 못하고 그대로 가고 있다"고도 했다.
2003년 곽 의원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으로 있을 때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부동산 투기 사범 집중 수사'를 지휘했다. 그는 이에 대해 "범정부적으로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조직화되고 기업화된 부동산 투기로 말미암아 정부 정책 효력이 발휘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부동산 시장이 투기시장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고 시장의 왜곡을 시정하기 위해 투기 사범을 엄단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썼다.
아울러 "부동산 투기 사범은 앞으로 처벌수위를 계속 높일 필요성이 절실하다"며 "최근에는 전형적인 아파트 분양권 관련 투기 이외에 파주 등 신도시 개발 예정지에 대한 투기나 부동산 개발업자들과 결탁한 휴양시설(펜션하우스) 관련 투기행위 등 새로운 투기 대상이 나타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곽 의원은 1989년부터 시작한 검사 생활을 마치고 2013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으로 근무한 뒤 2015년 대한법률구조공단 제11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이듬해 총선에 출마한 곽 의원은 2016년 5월 30일 제20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정계에 입문해 현재까지 재선 의원을 지내고 있다.
아들 병채씨는 곽 의원의 소개와 권유로 2015년 6월 화천대유에 입사했다. 병채씨는 지난 26일 "아버지가 '김○○(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는데 사람을 구한다니 한번 알아보라'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는 곽 의원과 성균관대 동문으로, 곽 의원이 검사 시절부터 법조 기자로 알던 사이라고 알려졌다.
곽 의원과 병채씨는 남다른 '부자유친'(父子有親) 면모를 보인 것으로도 파악됐다. 책에서 곽 의원은 "아들아이는 점점 커가면서 아내가 '리틀 곽상도'라고 부를 만큼 닮아가는 중"이라고 표현했다. 병채씨의 경우 20대 총선 당시 정치부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부친에게 우호적인 기사를 요청했다.
결국 2015년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화천대유에 근무한 병채씨가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원을 받게 된 배경과 관련한 의구심은 곽 의원에게 쏠리고 있다. 곽 의원의 과거 부동산 비리 수사 경력을 비춰볼 때 '화천대유 특혜 의혹'을 인지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셈이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2016~2019년도 국회의원 후원금 고액 후원자' 명단에 따르면, 곽 의원은 20대 국회 기간 동안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와 그의 부인 정모 전 MBC 기자,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정치후원금 2500만원을 받기도 했다.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한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된 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수사결과에 따라 제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저는 대장동 개발사업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한 바 없고, 아들이 입사한 회사 '화천대유'와 관련되어 국회의원 직무상 어떤 일도, 발언도 한 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