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곽 의원은 지난 26일 '50억원 퇴직금'이 보도되자 전격 탈당했지만 28일까지 '탈당 이상의 조치'를 요구하는 여진이 지속됐다. 당 지도부를 비롯해 초선그룹, 원외 당협위원장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전날 미국 방문 끝내고 귀국한 자리에서 곽 의원의 결단을 촉구했던 이준석 대표는 이날 재차 '의원직 사퇴' 압박 공세에 무게를 실었다. 이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연히 그렇게(의원직 사퇴) 하는 게 지금 국민 눈높이에 부합할 것"이라며 "빨리 곽 의원의 아들 건에 대한 문제가 정리돼야 국민들이 실체에 빨리 다가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회 차원의 의원직 제명 조치에 대해 "아직 충분한 의견을 수렴하지 못했기 때문에 의견을 잘 수렴해보도록 하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도 선당후사 정신으로 곽 의원이 '의원직 사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전날 당내 초선 강민국‧박대수‧박성민‧백종헌‧엄태영‧정동만‧최승재 의원 등 7명은 공개적으로 곽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당내 한 중진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다른 걸 떠나 50억원이란 퇴직금 액수 자체가 대중들에게 설명이 안된다"며 "이 정도 되면 곽 의원이 스스로 어느 정도 결단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원외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지역 한 당협위원장은 통화에서 "곽 의원이 의원직을 던지는 결기를 보여주면서 여권에 특검을 수용하라고 압박 공세를 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통상 당내 의원들의 일탈 또는 비리 의혹 등이 터졌을 때 탈당 촉구 등 읍참마속 방식의 압박 공세가 없었던 건 아니다. 자진 탈당을 택한 현역 의원에게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부친의 농지법 위반 등을 이유로 지난달 25일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던 윤 전 의원에 대해선 초반엔 외려 당내 의원들이 이를 만류하는 기류가 더 강했다. 아들의 무면허 음주운전‧경찰폭행 등 논란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 상황실장 직에서 사퇴한 장제원 의원의 경우에도, 당초 논란이 불거진 직후엔 윤 전 총장이 사퇴를 반려하기도 했었다. 이들 사례와 달리 곽 의원의 경우 32살에 불과한 아들이 50억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수령한 사실 자체가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공정' 이슈에 민감한 2030 세대의 표심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다. 이미 스스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자진 탈당을 택한 마당에 곽 의원에게 의원직 사퇴까지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화천대유를 고리로 여권에 창끝을 겨눠야 할 상황에서 '의원직 사퇴' 문제로 논란을 장기화 시키는 것 자체가 전략적으로도 패착이라는 주장이다. 당내 한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진정 곽 의원을 위한다면 따로 연락을 취해 사퇴를 권유해야지 왜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느냐"며 "전략적으로 당 안팎의 상황을 고려해서 메시지를 내야 하는데 이런 방식은 내부 총질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도 "말이 좋아 '읍참마속'이지 지금 여권 내부에서 스스로 자기 사람들을 내치는 걸 본 적이 있느냐"며 "이런 식의 여론몰이는 읍참마속의 효과도 거두지 못한 채 전체 전력만 저하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곽 의원은 일단 '의원직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어제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의 주인이 누구인지 가리자는데 동의하고 수사에 적극 임하겠다"며 "아들의 성과급 50억원에 대해 뇌물죄로 수사를 촉구했고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가 수사에 나섰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 결과에 따라 제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