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시행령 초안에 비해 논란이 됐던 중대산업재해의 직업성 질병의 기준이나 경영책임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안전보건조치의 내용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졌다.
다만 노동계, 경영계가 요구했던 사항 가운데 상당수는 반영되지 않아 향후 노사 양측으로부터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8일 제42회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기업이 노동자·시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재해를 스스로 예방하도록 안전보건조치를 지키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됐고, 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시행령에는 법률에서 위임받은 △직업성 질병자의 범위 △공중이용시설의 범위 △안전·보건확보 의무의 구체적 내용 등을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 증세는 금방 회복할 경미한 수준인데도 직업성 질병이라는 이유로 중대재해에 포함될 수 있다던 경영계의 우려를 고려해 중증도 기준이 포함된 것이다.
정부는 이 기준에 따라 급성중독이나 반응성 기도과민증후군, 열사병 등 총 24개의 직업성 질병 목록을 선정했다. 노동계는 직업성질병의 범주에 이미 기존의 근로기준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명시됐던 직업성질병의 전체 목록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과로로 발생하기 쉬운 뇌심혈관 질환이나 산재로 입은 사고성 요통도 결국 목록에서 빠졌다. 아울러 과로사, 일터 괴롭힘 등 기존의 산업재해체계의 사각지대에 놓인 채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했던 직업성 질병들도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 중대시민재해가 적용되는 '공중이용시설'은 ①연면적 2천㎡ 이상 지하도상가, ②연장 5백m 이상 방파제, ③바닥면적 1천㎡ 이상 영업장, ④바닥면적 2천㎡ 이상 주유소·충전소 등으로 확정됐다.
그동안 노동계는 공중이용시설의 범위를 더 확대해야 한다고, 경영계는 주유소, 충전소 사업장에는 부대시설, 유휴부지가 포함되기 때문에 면적 기준을 완화해달라고 각자 요구했지만,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영책임자가 지켜야 할 구체적인 의무로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이행 조치와 관리상의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도 구체적으로 정리됐다.
단순히 안전보건목표와 경영방침을 정할 뿐 아니라 전담 조직, 필요한 예산, 전문인력, 종사자 의견 청취 및 도급 시 기준·절차 마련 등을 정했다.
특히 시행령 초안에서 단순히 '적정한 예산' 등 모호한 표현으로 일관했던 점을 개선해 '재해예방에 필요한 안전보건에 관한 인력·시설·장비를 구비하고 유해·위험요인을 개선하기 위한 예산'으로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또 이러한 의무이행·교육실시 여부를 반기마다 1회 이상 점검해 이행되지 않은 경우 인력배치, 예산 추가편성 등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하지만 그동안 구의역 김군 사망사건,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씨 사망사건 등에서 거듭 지적됐던 2인1조 작업 등을 위한 적정 인력·예산을 확보하도록 명시하자는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아울러 인체 유해성이 강해 중대시민재해를 부를 수 있는 원료·제조물에 대한 인력과 예산에 대한 조치를 반기마다 점검하기로 했고,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점검 및 위험징후 대응조치 등에 대한 절차도 마련됐다.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이 아니라 중대재해를 예방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안전 틀"이라며 "가이드라인 마련, 권역별 교육, 컨설팅 지원 등을 통해 법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