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당초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화천대유' 의혹이 야권을 번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 26일 곽 의원이 전격 탈당을 선언하면서 당내 리스크를 진화 후 대여 공세를 구상했지만, 곽 의원에 대한 당 차원의 조치를 두고 외려 내부 분열 양상은 커지고 있다. 당 지도부 내에선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가 미묘한 의견 차이를 보였고, 대선주자들을 포함한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내로남불 역풍을 우려해 의원직 사퇴 등 더 강경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과 자진 탈당으로 마무리하고 여권을 향한 공세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부딪히는 것이다.
당내 경선이 진행 중인 가운데 대선주자들 사이에서도 곽 의원에 대한 조치를 두고 이견이 표출됐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3차 티비토론에 이어 이날 대구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나 당 지도부가 (곽 의원의) 탈당을 방치한 것에 대해 굉장히 반성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전날 티비토론에서 "곽 의원의 탈당을 받아주는 게 아니라 더 단호한 조치로 부패를 끊겠다고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토론에서 "(곽 의원이) 당에서 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탈당계를 접수해서 받아줘야 나가는 것 아닌가"라고 자진 탈당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하자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당내에선 곽 의원에게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 소속 강민국‧박대수‧박성민‧백종헌‧엄태영‧정동만‧최승재 등 7명 초선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도 국회의원 직에 연연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밝혔다. 한 초선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이유를 떠나 곽 의원 아들의 퇴직금 액수를 들으면 일반 시민들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여권 이슈로 방향을 돌리기 위해서라도 엄단하고 가야한다"고 말했다. 30대 초반 나이에 불과한 곽 의원의 아들이 거액의 퇴직금을 받은 사실을 두고 '공정' 이슈에 민감한 2030 세대의 표심이 이탈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내부 분열을 우려해 '의원직 사퇴'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당내 한 재선의원은 통화에서 "이미 탈당한 사람에게 의원직 사퇴까지 요구하는 건 가혹할뿐더러 전략적으로도 패착"이라며 "오히려 더 많은 의혹이 있는 여권으로 화살을 돌려야 하는 시기에 이런 움직임은 내분 분열만 키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탈당한 곽 의원에 대한 추가 징계 조치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와중에 이와 별개로 당 지도부의 대처 능력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김 원내대표가 추석 명절 전에 이미 곽 의원 아들의 퇴직금 관련 사안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CBS노컷뉴스 보도([단독] 곽상도子 50억, 국민의힘은 추석 전부터 알았다)를 통해 드러나면서 역풍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당내 한 관계자는 "곽 의원도 문제지만 당 지도부가 이를 먼저 알고 내용을 공개했으면 파장이 이정도로 크진 않았을 건데, 시간을 끌다가 오히려 뭔가를 숨기는 듯한 이미지를 주게 됐다"고 지적했다. 대선주자 캠프 소속 한 관계자도 "원래 진정한 실력은 위기 국면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라며 "먼저 자발적으로 공개했으면 읍참마속 이미지로 만들 수 있었던 사안이 지도부의 실책으로 인해 틀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