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전 의원은 27일 대선 출마 선언 이후 5번째로 대구를 찾았다. 앞서 대선출마 선언 직후인 지난달 26~27일, 같은달 29~30일, 지난 13일, 추석연휴 지난 19~20일 대구를 찾았는데 이날 유 전 의원 말처럼 "(경선후보) 토론이 없는 날은 거의 대구 경북을 찾을 정도로 오고 있다"는 게 과언이 아니다.
5번째 방문에서 유 전 의원은 대구 노인회 북구·서구·달서구지회와 국민의힘 대구 북구갑·을, 달서구갑·을, 서구 당원협의회 등 9곳을 연달아 방문했는데, 국민의힘의 열성 지지층이지만 유 전 의원에게는 '서운한 감정'에 반감이 큰 고령층과 당원들을 골라 만났다.
배신자 프레임에 대한 유 전 의원의 입장은 명확하다. "제가 배신자면, 최순실씨가 충신인가(국민의힘 대선후보 2차 방송토론)", "배신이 아니라 보수의 백신이었다. 미리 보수가 변하기 위해 예방주사를 맞은 것(25일 MBC라디오 '정치인싸')", "정치를 22년째 하면서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양심과 소신에 어긋남이 없이 살아왔다(지난달 27일 대구시당 기자회견)" 등 소신에 따른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존하는 프레임 탓에 유 전 의원 스스로 대구·경북 공개방문을 꺼려왔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19일 경북 구미 박정희 대통령 생가 방문 때처럼, 유 전 의원이 나타나기만 하면 극우 성향의 시민들이 몰려들어 욕설을 퍼붓는 일이 반복돼 왔다. 구태여 대구·경북에 내려가 이들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는 인식도 존재했다.
유 전 의원의 대구 방문은 실제 TK지역 민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출마선언 이전이었던 지난달 23일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가 TBS의뢰로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범보수권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TK지역의 유승민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4.4%에 불과했다.
그런데, 유 전 의원의 출마선언(8월 26일)과 첫 대구 방문(8월 26~27일) 직후 같은 기관에서 실시된 범보수권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TK 지지율은 14.0%로 급등했다. 같은달 29~30일 두 번째 대구 방문 이후에 발표된 지난 4일 조사에서도 TK 지지율은 14.6%를 기록했다. 이후에는 소폭 하락하며 1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데 TK를 방문하지 않았을 때보다는 유의미하게 높아진 것이다.
유 전 의원 캠프가 현장에서 느끼는 기류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캠프 관계자는 "과거 극우 시민들이 모여들 때와는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핵심 당원들이 모이는 지역별 당원협의회에도 사람들이 꽉 차고 있는데, 다음달 8일 2차 컷오프 이후에는 지지 분위기가 더 세지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유 전 의원을 돕고 있는 한 의원도 "추석 민심을 보면 젊은층이나 본선경쟁력을 생각하는 계층들은 조금씩 더 마음을 열고 있는 것 같은데, 어르신들은 아직 인 것 같다"며 "더 자주 방문하셔야 하지 않겠나"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