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살해된 40대 김모씨 부부는 전남 여수 엑스포장 인근에서 밤늦게까지 치킨집을 운영하며 착실하게 살아왔던 것으로 전해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26일 밤 김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방역수칙에 따라 저녁 10시쯤 영업을 마치고 귀가했다.
김씨 부부가 밤 늦게까지 일을 하는 동안 두 딸은 인근에 사는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돌보고 있었다.
일과를 마치고 씻고 잠이 들 시간 아래층에 사는 정모(35)씨가 거칠게 문을 두드렸다.
층간 소음으로 평소 불만을 품고 있던 정씨는 김씨의 일가족에게 미리 준비해온 흉기를 휘둘렀다.
정씨는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뒤 계단을 이용해 자신의 집으로 내려와 경찰에 "사람을 죽였다"며 자진 신고했다. 신고된 시간은 0시 40분쯤.
경찰이 김씨의 집에 도착했을 때 김씨 부부는 이미 숨진 상태였고, 김씨 아내의 60대 부모도 흉기에 찔려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119 구급대는 60대 부부를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10대 자매 2명은 정씨의 범행 당시 방 안에 있어 화를 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범행 뒤 자택에 머물고 있던 정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정씨는 지난 17일에도 층간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며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폴리스라인이 설치된 사건 현장인 김씨의 아파트 앞 복도에는 아직도 혈흔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자녀의 것으로 보이는 피묻은 신발주머니가 신발장 위해 놓여 사건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을 전하고 있다.
아랫집으로 이어진 계단에도 혈흔이 남아 있고 정씨의 것으로 보이는 작업도구가 계단 난간에 혈흔과 함께 적치되어 있다.
뒤늦게 사건 소식을 전해들은 이웃 주민 A씨는 "지난 밤에 망치로 두드리는 듯이 큰 소리가 들렸고 무언가 쏟아지는 소리도 났다"며 "119구급차가 오고가고 해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줄로 알았다"고 말했다.
A씨는 정씨에 대해 "일용직 일을 하면서 혼자 지냈고 이웃과 소통도 별로 없었다. 평소에도 윗집과 층간소음으로 자주 다퉈 김씨 부부가 굉장히 조심해 했다"며 "밤늦게까지 치킨집을 운영하며 착실하고 열심히 살았던 부부이고 아이들도 아직 어린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B씨는 "층간 소음이야 개인마다 느끼는 게 다르겠지만 이웃끼리 서로 이해하고 살아야지 아무리 시끄러웠더라도 이런 끔찍한 살인을 저 지질 수가 있냐"며 분개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범행한 뒤 집에서 경찰에 자신 신고했다"며 "층간 소음 때문에 범행했다고 말하고 있고 추가 조사를 벌여 범행 동기 등을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어린 자녀 2명에 대해 보호조치에 나서는 한편 정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를 조사한 뒤 살인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