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직 판검사를 지낸 변호사들의 이름이 줄줄이 나온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는 27일 경찰에 출석하며 이들을 "좋아하던 형님들"이라고 말했다.
법관의 최고위직을 지낸 권순일 전 대법관은 변호사 등록도 하지 않은 채 화천대유로부터 10개월 동안 매달 1500만원씩의 고문료를 받았다.
그러면서 로스쿨에서 '법조윤리'를 강의했다.
박근혜 정부시절 검창총장을 지낸 김수남 전 총장도 매달 1천만원 이상의 고문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는 고문료는 물론 딸을 화천대유에 입사시켰다.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가 2015년 대장동 비리로 구속됐을 때 변론을 맡았다.
남욱 변호사는 화천대유 초기 투자비용 350억원을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으로부터 끌어오도록 설계한 인물로 1,000억 원의 배당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찬우 당시 수원지검장은 남욱 변호사를 수사했지만 퇴직 뒤에는 화천대유에 법률 자문을 했다.
국민의 힘은 강찬우 변호사를 공수처장 후보로 추천하기도 했다.
곽 의원은 "겨우 250만원의 월급을 받은 직원이었다"는 아들의 거액 수령에 대해 "이재명 경기지사가 그런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준 것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곽 의원이 그동안 대통령과 여권 인사들의 가족들에게 들이댄 잣대를 떠올리면 조국급 내로남불이 아닐 수 없다.
김씨의 '아는형님'을 넘어 '좋아하는 형님'들이 판을 친 대장동 게이트가 지금 대선판의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
이런 대통령 선거에 또 다시 법조인 출신들이 판을 깔고 있다.
국민의 힘 대권주자 8명 가운데 5명이 판검사 출신이다.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른바 '인권 변호사' 출신이고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판사 출신이다.
서울법대를 졸업한 이낙연 전 총리 사법시험을 보지 않았을 뿐 준법조인이다.
대장동에 형님으로 엮인 판검사 출신들은 돈잔치에 불나방처럼 모였다. 이들은 법이라는 틀 안에서 그들만의 밥그릇 키우기에 열심이었다.
대체로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일을 해온 대권주자들은 법이라는 구조 안에서 정치권력을 형성해 왔고 이제 대통령 선거의 주역으로 나섰다.
과연 이들 법조인 출신들이 국민들의 삶을 행복하게 해줄 대한민국의 가장 대표적인 직업인지 의문이다.
한국사회에서 이미 기득권이 된 법조인들이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커녕 돈과 권력의 입도선매자가 됐다.
대장동에 판을 깔아줬다는 사람과 그 판에서 천문학적인 돈을 챙긴 사람, 또 이를 소재로 정치공방을 주고 받으며 대권쟁탈전을 벌이는 사람들이 대체로 판검사 출신들이다.
이런 법조인들의 잔치에 위화감과 자조감을 뒤로 한 채, 또 다시 한 표를 행사해야 하는 국민들의 마음만 씁쓸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