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으로 참여한 인물 상당수는 대장동 개발과 직·간접적으로 얽힌 의혹 수사나 재판에 관여한 이력이 있어 그 배경에도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이해충돌 지적을 넘어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 절차도 시작된 만큼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법조계에서의 '핵'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법관, 檢총장, 국정농단 특검·변호인…화천대유 초호화 고문단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화천대유와 고문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 법조계 유명 인사는 권순일 전 대법관을 비롯해 김수남 전 검찰총장, 박영수 전 특별검사,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 이경재 변호사 등이다.김 전 총장과 강 전 지검장은 각각 2017년, 2015년에 검찰에서 퇴임한 후 약 2~3년 뒤 법률고문 또는 경영자문 업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개인 자격이 아닌 당시 소속돼있던 법무법인과 화천대유 사이의 계약이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한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해당 의혹의 중심인물인 '비선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를 변호한 이경재 변호사도 고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박 전 특검은 2016년 초 화천대유의 상임 고문으로 있다가 그해 11월 말 특검으로 임명되며 물러났다. 이 변호사는 2017년 고문 계약을 맺은 후 현재까지 고문으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대법관부터 전직 검찰총장, 전직 특검 등 법원·검찰의 최고위직을 거친 이들이 2015년 설립된 신생 시행업체인 화천대유의 고문을 맡은 것으로 그 배경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렸다.
'화천대유 소유' 김씨 친분 때문이라지만…수사·재판 이력에 쏠리는 눈
이들 대부분은 한 경제지의 기자로 법조계를 오랜 기간 출입한 김모씨와의 친분을 그 이유로 언급하고 있다. 김씨는 화천대유 지분 100%를 소유한 대주주이자 실소유주이다. 친분을 계기로 한 문제없는 계약이었다는 설명이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들 상당수가 고문을 맡기 전 화천대유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수사나 재판 등에 관여한 점을 주목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권 전 대법관의 경우 2020년 대법관으로 재직할 당시 이 지사의 상고심 판결에 참여한 바 있다.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합에 회부된 이 사건에서 권 전 대법관은 유·무죄 결론이 5:5로 갈린 상황에서 상고기각(무죄) 의견을 낸 바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도 이 의견을 따르며 원심에서 당선무효 위기에 몰렸던 이 지사는 파기환송 판결을 받으며 기사회생한 바 있다.
강 전 지검장은 2015년 수원지검장으로 재직하며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로비 의혹 수사를 지휘했는데 이때 수원지검이 기소한 인물 중 한 명이 남욱 변호사다. 남 변호사는 현재 화천대유 관계사이자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3년간 1천여억원의 배당금을 챙긴 천화동인 4호 소유주로 이번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그리고 남 변호사가 1심 재판에서 변호인으로 선임한 인물 중 한명이 당시 법무법인 강남 소속이었던 박영수 전 특별검사다. 결과적으로 대장동 개발의혹의 핵심 인물이자 화천대유 관계사를 소유하며 큰 이득을 챙긴 인물의 과거사건 수사 책임자와 변호인이 이후 화천대유의 자문 변호사와 상임 고문으로 합류한 모양새가 된 셈이다.
당사자들은 화천대유 고문 및 자문 수락 배경에 과거 사건이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선을 긋고 있다. 김씨와의 친분이 계기였을 뿐 현재 제기된 '개발특혜 의혹' 등과는 무관하다는 게 핵심 주장이다.
권 전 대법관은 고문으로 이름을 올렸다는 보도 직후 입장을 내고 "법조기자단 대표로 친분이 있던 김씨로부터 회사 고문으로 위촉하겠다는 제안이 와서 공직자윤리법이나 김영란법 등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 후에 받아들였다"며 "그 회사와 관련된 최근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해당 내용을 전혀 알지 못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 전 지검장도 남 변호사 수사 지휘 보도에 대해 "당시 처리한 사건은 남욱 변호사가 공영개발을 막으려 정관계에 불법 로비를 한 혐의로 그를 구속한 것"이라며 "본인이 속한 법무법인이 자문을 한 화천대유는 성남시의 공영개발에 참여한 별도의 회사로 남 변호사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냈다.
본격화되는 검찰 수사…이해충돌 넘어 위법 여부 쟁점으로
이러한 해명에도 이해충돌 소지를 비롯해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 절차도 이번주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서울중앙지검은 전날 대검으로부터 직접 수사를 지휘 받아 권 전 대법관이 화천대유 고문 활동 관련 변호사법 위반 등 고발사건을 경제범죄형사부(유경필 부장검사)에 배당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권 전 대법관이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은 채 법률자문을 하여 고액의 고문료를 받은 것은 그 자체로 변호사법위반 소지가 있고 퇴임 전 이 지사에게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의견을 낸 것에 대한 대가로 의심된다는 취지로 대검에 권 전 대법관을 고발한 바 있다.
이 지사 측에서 의혹을 부인하며 고발한 사건이지만, 검찰의 수사는 우선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실체를 규명하는데 집중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에서 제기한 각종 의문이 허위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본류인 특혜 의혹의 진상을 먼저 밝힐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