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등기 주세요" 집배원 식당까지 찾아온 고객님

우체국노조 "점심시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집배원 절반…식당까지 물품 찾으러 온 고객도"
과기정위 소속 양정숙 의원 "집배원 주52시간 정착해 과로사 방지할 수 있도록 우정본부가 나서야"

스마트이미지 제공
8년차 집배원 김모(41)씨는 지난달 점심식사 도중 식당에서 '고객'을 만났다. 우편물을 못 받았다며 전동 퀵보드를 타고 김씨가 식사중인 식당을 찾아온 것.

"저 여기에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요?"

밥을 먹다 급히 나온 김씨에게 그는 휴대폰을 내밀었다. 우편물과 택배 배달 위치를 안내해주는 앱이었다.

김씨는 "점심시간에 편하게 밥 먹고 시원한 곳에서 커피도 마시며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고 싶은데 우편물을 찾으러 직접 식당까지 오는 고객이 많다"며 "등기가 대부분 급한 우편물이기 때문에 마음은 이해하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집배원 78% "점심시간 제대로 사용 못해"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이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집배원 점심시간 활용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집배원 78%가 점심시간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체국노조가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전국 집배원을 대상으로 오프라인 설문을 진행한 결과 전체 601명의 집배원이 설문에 응답하며 이같이 답했다.
 
점심시간을 사용한다고 답한 이는 전체 9.8%(59명)에 불과했다. 점심시간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전체 절반 수준인 49%(293명)으로 가장 많았다.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응답 29%(177명)을 포함하면 전체적으로 78%가 점심시간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심식사 거른 경험 및 횟수 설문조사.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 제공
실제 점심시간 사용 시간은 30분 이내가 37.44%로 가장 많았고, 20분 이내도 33.11%나 됐다. 거의 거른다는 응답도 18.14%(109명)에 달했다.

점심식사는 1주일 평균 2일 거른다는 응답이 33.56%(149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3일(19.59%, 87명), 1일(24.77%, 149명)순이었다.

5일 내내 거른다는 응답도 13.51%으로 10명 중 1명 꼴로 나타났다.

점심시간 중 고객 전화 응대 경험은 98%…"주52시간 제도 정착해야"

점심식사를 한다고 해도 계속 고객 응대를 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점심식사 중 고객 전화 응대를 경험한 적 있다고 답한 경우는 98%(589명)으로 거의 모든 집배원이 점심식사 중에 고객 응대 전화를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의 경우처럼 식사 중 고객이 우편물 수취를 위해 식사 장소로 방문한 경우가 자주 또는 조금 있다는 응답이 51%(300명)으로 나타났다.
점심식사 중 업무 설문조사.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 제공

양정숙 의원은 "우정사업본부 소속 집배원은 점심시간을 포함해 근무 중 절반 이상이 외근을 하고 있는 서비스 직종"이라며, "그동안 집배원 과로사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점심시간 부족 등 보편적인 근무형태는 개선되기까지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양 의원은 "주52시간 제도 정착과 질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집배원에 대한 휴식권 및 노동권을 확보하는데 본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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