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의혹'이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를 사건의 연장선에 두고 있다면, 최근 검찰이 수사에 나선 '고발 사주 의혹'은 야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하고 있다. 검찰의 칼끝이 여야 유력 대권주자를 동시에 겨누면서 6개월도 채 안 남은 대선 정국이 검찰의 시간으로 빨려드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지사 측이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와 윤창현 의원, 장기표 경남 김해을 당협위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23일 공공수사2부(김경근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국회 TF 회의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을 기획한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이 지사 측 캠프 소속이라고 언급하며, 이 지사가 해당 사업에서 특혜를 입었다고 의심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와 관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과 장 위원장도 이 지사와 화천대유 간 직간접적인 연관성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제기했다. 이에 이 지사 측은 "낙선을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퍼뜨렸다"며 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 지사 측에서 의혹을 부인하며 고발한 사건이지만, 검찰의 수사는 우선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실체를 규명하는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불거진 특혜 의혹의 진상이 먼저 밝혀져야 이 지사 측 주장대로 국민의힘에서 제기한 각종 의문들이 허위인지도 가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 지사가 대장동 개발 사업에 개입한지 여부도 자연스레 수사 선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 인허가와 사업자 선정 절차는 물론, 수천억원에 이르는 배당금 설계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등 전방위적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수사가 이 지사를 겨누는 방향으로 전환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이 지사의 주장대로 실체가 없는 의혹으로 결론날 경우 특검과 국정조사까지 요구한 국민의힘에는 무리한 정치 공세였다는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장동 의혹보다 앞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고발 사주' 의혹은 사실상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사건의 정점으로 보고 있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범여권 인사들을 상대로 한 고발장의 작성·전달 과정에 윤 전 총장의 지시나 관여가 있었는지 여부가 수사의 핵심인 셈이다.
고발 사주 의혹에서는 국민의힘 김웅 의원과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現 대구고검 인권보호관) 등 2명이 핵심 인물로 거론된다. 제보자 조성은씨가 김 의원으로부터 받았다는 고발장에 표시된 '손준성 보냄' 문구가 의혹을 증폭시켰다. 손 검사는 대검 근무 당시 윤 전 총장을 보좌했다.
중앙지검은 사건을 공공수사1부(최창민 부장검사)에 배당하면서 수사팀 규모를 2배로 늘렸다. 기존 부서 인력 6명에 추가로 6명을 파견·지원받았는데, 그중에는 과거 특수부에 해당하는 부서 소속 검사들도 있다. 중앙지검이 그만큼 이번 사건 수사에 의지를 갖고 있다는 관측이다.
검찰의 칼끝이 여야 유력 대권주자를 동시에 겨누면서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대선 정국의 판세는 향후 검찰 수사의 결과에 따라 명암이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 양쪽 모두 서둘러 결론을 내달라며 수사를 자처하고 있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의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