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매체들도 호평이 주를 이룬다.
미국 포브스는 "가장 기이하고 매혹적인 넷플릭스 작품 중 하나"라고 평가한 외부 기고문을 소개했다. 또 뉴욕포스트의 대중문화 전문 사이트 디사이더의 조엘 켈러 기자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스릴 넘치는 드라마로 승화시켰다"고, 프랑스 RTL의 아르메닉 빠르또노 기자는 "K드라마의 고전적 표현에서 벗어난 서스펜스를 제공한다"고 극찬했다.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돌풍 배경에는 작품 자체의 군더더기 없는 짜임새와 배우들의 열연이 있지만 무엇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영화 '기생충'처럼 사회구조와 메시지를 절묘하게 반영했다는 점이 호평받고 있다.
'기생충'이 그러했듯 '오징어 게임' 속 게임 참가자들과 그들이 게임을 치르는 양상 등 내용은 지극히 한국적이지만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은 글로벌했다.
탈북자, 해고 노동자, 외환위기로 좌절한 펀드매니저 등으로 표현됐지만 사실 생존 서바이벌극 장르로서 보여준 적자생존의 논리와 그 속에서 희생되는 사람들은 지구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23일 "극에서 등장하는 오징어 게임, 구슬치기, 딱지치기, 달고나 뽑기 등 게임은 골목에서 하던 흔한 놀이지만 사실은 한국 사회를 살아나가기 위해 필요했던 적자생존의 논리를 획득하게 하는 게임이었다는 것을 작가가 발견해 생존 서바이벌에 접목한 게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이 게임에서 동심이 떠나고 사회에 적용하면 실제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여주는 '충격 요법'이었다는 해석이다.
김 평론가는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세상을 살아나가는 지혜를 얻는다는 건 세계적으로 동일하다. 그걸 한 공간에서 이야기로 표현한 점도, 그 공간을 비인간적인 자본가들이 지켜보는 연출도 탁월했다. 마치 '종이의 집' 초반을 보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거대하고 화려한 세트장, 작위적인 게임과 모두 똑같이 입는 트레이닝복으로 현실과 이질감을 느끼게 하지만 게임장은 정확히 '사회 축소판'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도 "기훈(이정재 분)이 계속 살아남는 이유도 선한 선택을 해서가 아니라 운 때문인 것만 봐도 현실적"이라며 "서바이벌극 치고 게임이 너무 간단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게임보다는 게임의 결과가 불러오는 살벌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본다. 실제로 우리 사회도 룰은 간단하고 그 속에서 승자와 패자가 생기는데, 문제는 승패가 아니라 승자가 독식하고 패자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하는 환경 아니냐. '오징어 게임'은 그것을 정확하게 보여준다"고 짚었다.
그래서 서바이벌극의 탈을 썼지만 내용은 사회고발극이라는 평가도 따른다.
정 평론가는 "게임을 소재로 썼을 뿐 그 게임을 통해 사회, 자본주의를 들여다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기생충'에 가까운 작품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작품 일부 전개에서 여성혐오 등 지적이 인 데 대해서는 "그런 사회 구조 안에서 여성이 어떻게 '소비'되는지 비판적인 관점을 제시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 작품은 결코 기분 좋은 작품은 아니다. 실체를 드러내는 부분에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킹덤'과 '스위트홈'으로 한국판 크리처극을 흥행시킨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을 통해 또 한 번 새로운 세계관을 탄생시키고 인정받았다. 한국은 이제 완연하게 주요 콘텐츠 생산기지가 됐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국내에서 쉽게 하지 못했던 장르들에 꾸준히 도전하고 있다. 그중에는 흥행에 실패한 것도 있고 성공한 것도 있지만 결국 시간과 자본과 경험은 쌓이면 큰 '한 방'으로 터진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정 평론가는 "'D.P'와 '인간수업' 등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장르에 꾸준히 도전하면서 세계관도 디자인도 점차 정교해지고 외국인의 시선으로도 특이한 콘텐츠가 나오면서 성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강동한 한국 콘텐츠 총괄 VP는 "'오징어 게임'과 같은 한국의 훌륭한 이야기를 국가, 언어 및 문화를 초월한 엔터테인먼트 팬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며, 앞으로도 국내 창작자들과 함께 협업해 높은 수준의 스토리텔링으로 전 세계 팬들을 즐겁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