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선두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둘러싸고 여야 정치권은 추석 연휴 다음날인 23일에도 충돌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등 야당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중심에 선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와 이 지사의 관계를 규명해야 한다며 특검 수사와 국정조사를 공식 요청했다.
반대로 민주당 지도부는 여당 후보 흠집내기이자 의도적인 정쟁 유발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중 가장 주목되는 호남 경선이 이번 주말에 치러질 예정인 가운데, 이 지사와 당 내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 캠프에서도 공세가 지속되는 등 '화천대유' 여진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대장동 특혜 의혹 특검·국정조사하자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이날 오전 이재명 지사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특별검사 도입 법안과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를 비롯해 양당 소속 의원 107명(국민의힘 104명, 국민의당 3명) 전원이 발의자·요구자로 참여했다.
국정조사 요구서를 직접 제출한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사업은 최초로 이재명 성남시장 재직 때 사업 선정 과정과 사업 구조, 수익 배분 구조 등에 관해서 많은 의혹을 낳고 있다"며 "이 지사도 철저히 수사하라고 이야기한 바 있고 단 1원이라도 받았으면 공직 후보를 사퇴하겠다고 한 만큼 이 지사를 지지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흔쾌히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압박했다.
그는 "국민 전체가 공분을 하고 있고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도 "대장동 개발 사업은 특혜를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며 "그래서 수사 기관에 한계가 있어서 국회의 국정조사로 이 부분을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의 이같은 파상 공세 배경에는 대선이 반년도 남지 않은 현재 시점에서, 여야를 통틀어 여전히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이재명 지사에 대한 집중적인 의혹 제기가 현재 진행중인 민주당 경선 흥행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향후 본선에서도 야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 지사에 대한 집중공세를 이어갔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1조 원대 사업인데도, 제안서 접수 하루 만에 화천대유가 참여한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며 "화천대유 사주와 지인 6명은 출자금 3억 5천만 원의 1153배인 4037억 원을 챙겼다"고 질타했다.
배현진 최고위원도 "이 지사에게 특정인의 이익을 챙기기 위한 불법·위법 행위가 있었는 지에 대해 많은 분들의 관심이 쏠리는 데, 이 시시비비만 가려내면 본인도 홀가분해지지 않겠나"라며 이 지사를 정조준했다.
특히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 지사의 '화천대유' 특혜 의혹 제기가 지난달 불거진 자당 유력 대권주자 윤석열 전 총장의 여권 인사 고발사주 의혹을 덮을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눈치다.
민주당 "국민의힘이 국민 민심 거슬러"…정쟁 규정
민주당 지도부는 야당의 '화천대유' 국정조사 요구를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대선 경선 최대 분수령이 될 호남 지역 순회 경선을 앞두고 이 지사에게 쏟아지는 의혹에 당심을 전력 동원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추석에 만난 국민들께서는 국민의힘이 국정농단의 과거를 청산하지 못하고, 야당이 돼서도 국기문란을 하고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며 "과거로부터 단절하지 못하다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일갈했다.
또 "정쟁보다는 민생을 살리는 선의의 경쟁을 하라는 게 민심인데, 국민의힘은 아예 민심을 거스르기로 작정한 듯하다"며 "어느 후보 하나 제대로 된 비전 정책 제시 없이, 하나같이 우리 대통령과 정부, 여당 대선 후보들을 흠집내는 데 여념이 없다. 정쟁을 유발하고 상호비방을 일삼으며 민심과 정국을 어지럽혔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와 화천대유 등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윤석열 전 총장이 이끌던 검찰이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여권 인사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나왔는 데도 국민의힘이 제대로 된 진상조사 없이 정쟁만 일삼고 있다며, 이를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세력과 비교해 질타한 셈이다.
국민의힘의 파상공세는 대신 민주당 제3정책조정위원장인 김병욱 의원이 되받았다.
이 지사 캠프에서 직능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 의원은 "야당 측에서 국정조사와 특검을 하자고 하는데 아전인수, 적반하장, 후안무치, 주객전도라 할 수 있겠다"며 "대장동 개발에서 LH주택공사가 손을 떼게 하고 민간으로 전환하려고 했던 건 MB정부, 국민의힘 소속 신영수 의원과 동생 일당이다. 정치 공세를 할 거면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국민의힘 곽상도 국회의원의 아들과 고문 활동을 한 원유철 전 의원부터 수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진 의원(서울동작을)도 "검찰은 2017년 표적, 별건 수사를 시도한 만큼 이 지사에 대한 범죄 혐의 찾기에 혈안이 됐을 때였지만 논란이 되지 않았다. 이는 성남시가 적법 절차를 준수했기 때문"이라며 "이를 놓고 국민의힘은 민간업자 수익이 많으니 특혜가 있을 거라며 국조와 특검이라는 정치 공세를 편다"고 맞받았다.
20만 호남 표심 놓고 이재명-이낙연 캠프간 신경전 '치열'
당내 경선 과정에서 마타도어를 최대한 자제한다고 선언했던 이낙연 전 대표 캠프는 이 지사에게 쏟아지는 '화천대유' 논란을 본선 경쟁력으로 연결지으며 참전하는 분위기다.
논란을 지금 적극 해명하지 않으면 결국 국민의힘 대선 주자와의 본선에서 정권재창출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불안한 후보론'을 띄우는 모양새다.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홍영표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후보께서 '국힘 게이트다', '결백하다'고 했는데 국힘 게이트거나 인허가 과정에서 불법이나 특혜가 있었는지 이런 것들이 밝혀져야 한다"며 "지나치게 정치적 공방으로 가거나 해서는 안 되고 수사를 통해 빨리 실체적 진실이 나와야 된다"고 지적했다.
또 "(대장동은) 공영개발 방식으로 민간인이 사실상 특혜를 받아서 약 6천억 원 이익을 챙겼다"며 자신의 지역구인 송도 민관 개발방식과 비교해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이재명 지사측은 국민의힘은 물론 당내 동료이자 경쟁자인 이낙연 전 대표측을 향해서도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2차 슈퍼위크' 표심의 향방을 결정할 호남대전이 주말 앞으로 다가오면서 양 캠프간 신경전이 더욱 거세지는 모습이다.
부·울·경 총괄선대위원장인 전재수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에 출연해 "원래 본선보다는 당내 경선이 더 치열하고 대장동 개발 사업 자체가 굉장히 복잡하기 때문에 이낙연 후보께서 충분히 문제를 제기하실 수 있다고 생각하다"면서도 "하지만 이 사건의 본질에 조금 더 천착했으면 좋겠다"라고 비판했다.
이경 대변인도 "이낙연 캠프의 비판과 공격은 국민의힘 기조와 너무나 같다"며 "대장동 의혹은 파면 팔수록 '역시 일 잘하는 이재명'이라는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대권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이 지사에 대한 '대장동 개발 의혹' 제기가 이낙연 캠프의 '프레임 가두기'라며 비판했다.
추 전 장관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문제(대장동 의혹)가 불거진 게 이낙연 후보 측 설훈 선대본부장이 이재명 후보가 흠이 있는 것처럼 프레임을 가두기 위해서 들고 왔다"며 MB(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감옥 갈 수 있다, 이런 허무맹랑한 말을 해서 불안한 후보 이미지를 씌우려고 했던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다른 대선 주자인 김두관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대장동이 이제 와서 난장판의 소재가 된 이유는 오로지 마타도어 때문이다. 보수언론이 만들어 내고 국민의힘이 나발 불고 우리 당 후보까지 부화뇌동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이 전 대표측을 겨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