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9, 토트넘)과 황희찬(25, 울버햄프턴)이 짧지만 여운이 남는 '코리안 더비'를 마쳤다.
토트넘과 울버햄프턴은 23일 오전 3시45분(이하 한국 시간) 영국 울버햄프턴 몰리뉴 경기장에서 열린 2021-2022시즌 잉글랜드풋볼리그(EFL) 카라바오컵(리그컵) 3라운드 경기에서 연장전 없는 단판승부를 펼쳤다. 경기는 3 대 3에 이은 승부차기 끝에 3-2로 토트넘이 승리해 EFL 16강에 진출했다.
이날 경기는 손흥민과 황희찬의 '코리안 더비'로 기대를 모았다. 선발 출전이 무난한 손흥민과 교체로 리그 경기를 소화 중인 황희찬인 만큼 코리안 더비는 황희찬이 교체로 투입되면서 성사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토트넘 누누 산투 감독과 울버햄프턴 브루노 라즈 감독은 대대적인 로테이션 변화를 줬다. 토트넘은 오는 27일 아스널과 잉그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북런던 더비' 원정을 앞두고 손흥민을 아꼈다. 교체 명단이 이름을 올린 토트넘은 벤치에서 시작했다.
울버햄프턴도 황희찬을 깜짝 선발로 내세웠다. 라즈 감독은 아마다 트라오레, 프란시스쿠 트린캉, 라울 히메네스를 모두 아끼고 황희찬과 파비우 실바, 다니엘 포덴세를 공격에 세웠다.
'코리안 더비'를 잠시 뒤로 미룬 채 경기는 시작됐고 토트넘은 전반 14분 탕귀 은돔벨레의 선제골과 23분 해리 케인의 추가골로 2 대 0으로 앞서갔다.
울버햄프턴은 황희찬이 만든 기회로 동점으로 따라붙었다. 황희찬은 전반 37분 토트넘 왼쪽 진영으로 파고들었고 왼쪽 코너킥을 얻어냈다. 이어 아이트 누리의 코너킥을 레안더르 덴동커가 머리로 밀어 넣었다. 후반 13분에도 전방에서 압박하던 황희찬이 공을 끊어냈고 덴동커가 공을 잡고 포덴세에게 연결한 뒤 포덴세의 마무리로 동점을 만들었다.
2 대 2로 팽팽한 상황이 되자 산투 감독은 후반 16분 지아바니 로셀소를 빼고 손흥민을 투입했다. 2018년 3월 17일 잉글랜드축구협회 FA컵 6라운드 토트넘과 스완지시티 이후 3년 6개월 만의 코리안 더비가 성사된 것. 당시 스완지시티 소속이었던 기성용(FC서울)은 토트넘전에 선발로 출전해 손흥민과 함께 풀타임을 소화한 바 있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29분간 그라운드를 함께 누볐다. 경기에 투입된 손흥민은 밝은 미소를 보였다. 그러나 토트넘과 울버햄프턴의 공격을 책임졌던 만큼 정면으로 맞대결을 벌이진 못했다.
승부차기에서도 황희찬이 첫 번째 키커로 나섰지만 손흥민은 토트넘 골키퍼의 선방으로 킥 기회까지 가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과 황희찬은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유니폼을 교환했고 서로를 격려했다.
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인 후스코어드닷컴은 황희찬에게 팀에서 가장 높은 평점 7.5점을 줬다. 교체로 활약 시간이 짧았던 손흥민은 6.3점을 받았다.
다음 코리안 더비는 5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2022년 2월 13일 EPL 경기서 재격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