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당구 유튜버' 해커의 돌풍을 잠재운 다비드 마르티네스(30∙크라운해태)가 결국 2년 만에 개인 통산 두 번째 프로당구(PBA) 투어 우승컵을 차지했다.
마르티네스는 22일 밤 경기도 고양시 소노캄고양에서 열린 'TS샴푸 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베트남 신예' 응우옌 후인 프엉 린(28∙NH농협카드)를 눌렀다. 세트 스코어 4 대 2(15:10, 10:15, 15:5, 8:15, 15:13, 15:13) 승리로 정상에 올랐다.
거의 2년 만의 우승이다. 마르티네스는 2019-20시즌 '메디힐 PBA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 바 있다. 두 번째 우승으로 마르티네스는 상금 1억 원과 랭킹 포인트 10만 점을 거머쥐었다.
특히 마르티네스는 앞서 4강전에서 난적 해커를 눌렀다. 해커는 이번 대회에 스폰서 와일드 카드로 출전한 아마추어. 그러나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웰컴저축은행)을 꺾은 데 이어 김종원(TS샴푸), 김남수(TS샴푸) 등 팀 리그에서 활약하는 강자들을 무너뜨리고 4강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프로 선수들로서는 아마추어와 대결이 부담스러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해커는 인기 당구 유튜버로 가면과 모자를 쓰고 경기를 펼쳤다. 표정을 읽을 수 없는 만큼 심리적으로 상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하지만 마르티네스는 흔들리지 않고 해커를 4 대 0(15:9, 15:7, 15:13, 15:2)으로 완파했다. 해커는 경기 후 "마르티네스 선수한테 많이 배웠고 지금까지 행운이 많이 따랐지만 모든 게 완패였다고 생각한다"면서 "쿠드롱은 당연히 나보다 더 잘 치는데 초반에 몰아쳐서 승부를 봐야 된다고 생각했고 운 좋게 들어가서 이겼다고 생각한다"고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기세를 몰아 마르티네스는 응우옌의 베트남 돌풍까지 잠재웠다. 응우옌은 베트남 선수 최초로 PBA 투어 결승에 진출했지만 마르티네스의 벽을 넘지 못했다.
마르티네스는 세트 스코어 2 대 2로 맞선 5세트 승부처에서 뒷심을 발휘했다. 응우옌이 11점을 쓸어담으며 앞서갔지만 마르티네스는 2이닝 12점을 몰아치며 역전했고, 12 대 13으로 뒤진 10이닝에서 3점을 뽑아내 세트를 가져갔다.
6세트에도 마르티네스는 1이닝에서 7점을 뽑아낸 응우옌에 초반 밀렸다. 응우옌은 5이닝째 5점을 터뜨리는 등 13 대 11로 앞서며 승부를 최종 7세트로 몰고 가는 듯했다. 그러나 마르티네스가 5이닝째 4점을 뽑아내며 경기를 매조졌다.
경기 후 마르티네스는 "스페인에서는 코로나19로 3개월 동안 밖을 나갈 수 없어 그만큼 연습을 하지 못했다"고 지난 시즌 부진을 설명하면서 "이번 시즌에는 이사를 하면서 집 안에 테이블을 두고 연습량을 늘렸는데 우승을 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결과도 기쁘지만 이번 대회에서 평균 득점, 하이런 등 만족할 만한 개인 성적이 나왔다"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해커와 4강전에 대해 마르티네스는 "해커의 웃는 마스크에 대한 영향은 없었고 가면보다 선수의 눈을 보면서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승인을 설명했다. 이어 "남은 대회를 하면서 이기고 질 수도 있다"면서 "우승에 안주하지 않고 매 경기 승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