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정보 준다면 끊어야…'비트코인 파생상품' 신종 사기 주의보

"무료 주식정보" 광고로 '리딩방' 가입 유도
'코인 파생상품' 권유…실상은 돈 딸 수 없는 '불법 도박'
미국 투자은행 도용해 '가짜' 홈페이지까지

무료로 주식을 추천해 준다며 이른바 '리딩방'에 가입하게 한 뒤, '가짜' 비트코인 파생상품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모습. 제보자 제공
무료로 주식을 추천해 준다며 이른바 '리딩방'에 가입하게 한 뒤, '비트코인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라고 속여 돈을 가로채는 신종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최근 트렌드인 '영끌·주식·비트코인' 등 투자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을 갖고 있는 계층의 투기 심리와 서민들의 사행심을 겨냥했다.

'파생상품'은 비트코인이 오르느냐, 내리느냐에 돈을 거는 방식으로 외양 상으론 마치 '홀짝 맞추기' 게임 같은 사실상의 도박에 가깝다. 하지만 실제론 '비트코인 등락' 자체가 조작된 정보라 100% 돈을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돈을 편취하는 사기 행위에 가까운 셈이다.

2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확인된 피해액만 수십억원에 달하는데, 사기꾼들이 계속 활개를 치고 있어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해당 사건은 경찰에 고발돼 곧 수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무료 주식정보" 유인해 '가짜' 비트코인 파생상품 투자 유도

충남지역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김모(34)씨는 지난 7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무료로 주식 정보를 알려주겠다"는 광고글을 보고, 링크된 카카오톡 대화방에 들어갔다. 'A투자회사'를 표방한 직원들이 운영한다는 이른바 '리딩방'이었다. 직원들의 추천 종목에 따라 주식을 매도·매수하는 방식이다. 해당 방에는 약 1300명이 참여하고 있었다.

초기엔 주식 정보가 주로 오갔다. 하지만 카톡방에 회원들이 늘어나면서 A회사 직원들은 점차 '비트코인 파생상품'을 추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들은 "미국의 투자 은행 중 하나인 골드만삭스가 투자하고 있는 상품"이라며 "제휴를 맺고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식으로 홍보했다.

리딩방에는 점점 해당 상품으로 수익을 봤다는 '인증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호기심이 생긴 김씨는 만원 단위 소액 투자를 진행했다. 운영진이 안내해 준 링크를 따라 '골드만삭스' 홈페이지에 가입하고 돈을 입금했다. 해당 홈페이지에는 유명 투자업체 로고로 꾸며져 있었고, 투자 전문가들 사진도 걸려 있었기에 김씨는 큰 의심 없이 돈을 입금했다고 한다.

'비트코인 파생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방식은 간단하고 빨랐다. 비트코인 가격이 1분 뒤 오를 것인지 떨어질 것인지를 맞추기만 하면 한 번에 두 배 가까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점차 김씨가 가입한 리딩방에서 주식에 대한 언급은 사라졌고 오직 '비트코인 파생상품'에 대한 리딩만 이뤄졌다. 주식과는 달리 짧은 시간에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 모든 회원들이 해당 상품에만 투자했기 때문이다.

사기꾼들이 '비트코인 파생상품'을 통해 수익을 실현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에게 보여준 자료. 제보자 제공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투자를 시작했던 김씨는 A회사 직원들의 리딩에 따라 수익을 낼 수 있었다. 번 돈은 김씨가 '출금' 요청하면 약 30분 뒤 계좌로 입금됐다. 김씨는 "이런 일이 반복되자 이들을 완전히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신뢰가 쌓이자 이들은 김씨에게 'VIP 리딩방'을 추천했다. 만원 단위 소액이 아닌 1~3천만원 단위로 투자해서 짧은 시간 안에 큰 돈을 벌어가는 '프로젝트'라고 했다. 결국 김씨는 VIP 리딩방에 들어갔고, 2분 만에 3천만원을 잃었다.

파생상품 아닌 '불법 도박'…사이트부터 전문가 사진까지 모두 '거짓'

취재 결과 '카톡 리딩방'부터 '골드만삭스', '비트코인 파생상품', 'VIP 리딩방' 등 김씨가 경험한 모든 것은 유인책이었다.

리딩방을 운영한다는 A투자회사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 곳이었고, '골드만삭스' 홈페이지 또한 교묘하게 만들어진 '가짜'였다. 예를 들어 실제 미국 투자 은행인 골드만삭스의 홈페이지 주소가 'goldman*****.com' 이라면, 이들이 만든 사이트 주소는 'goldman*****-kr.com' 인 식이다.

더불어 사이트에서 사용된 국내 유명 투자업체의 로고 역시 무단으로 도용된 것이었고, 전문가들 사진 또한 SNS 등에서 불법으로 캡처해 온 것이었다. 현재 해당 사이트는 폐쇄된 상황인데, 또 다른 사이트를 개설해 추가 사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짜' 골드만삭스 홈페이지 화면. 제보자 제공
이들이 판매했던 '비트코인 파생상품' 또한 존재하지 않는 상품이었다. 비트코인의 파생상품이란 종목은 실제 존재하긴 하지만 이들이 설명한대로 비트코인 가격이 1분 뒤 오를 것인지 떨어질 것인지를 맞추고 이에 따라 수익을 지불하는 방식은 없다.

게다가 실제 비트코인 등락과 연동되지도 않았다. 코인 가격이 올랐는지 혹은 내렸는지를 판단할 구간을 A투자회사 일당이 임의로 정하는 방식이라 승패의 결과는 판 돈을 거는 순간부터 일당이 맘대로 정할 수 있다. 도박조차 아닌 말 그대로 '사기'에 불과한 편취 행위에 가깝다.

피해자들이 송금한 금액은 비트코인 구매에 활용되지도 않고, 고스란히 A투자회사 일당의 주머니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은 교묘한 방식에 속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한다. 한 피해자는 "평소 의심이 많은 편이라 사기를 당할 줄은 몰랐다"면서 "인터넷 기사에서 '골드만삭스가 비트코인 파생상품에 투자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당연히 정상적인 상품으로 알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일각에서는 과거 환율 등락을 맞추면 돈을 준다는 '불법 FX마진거래'의 형태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거래 없이 환율 등락에만 베팅하는 사설 FX마진거래는 불법 도박으로 규정된 바 있다.

해당 리딩방에서 김씨와 같이 사기 피해를 당한 이들은 44명이고, 피해 액수는 총 14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해당 리딩방과 유사한 형태의 지점이 10여개에 달한다는 점이다. 드러나지 않은 액수까지 합하면 수십억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는 게 피해자들 주장이다.

피해자들로부터 단체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계좌 흐름을 살펴보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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