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그룹은 일단 22일 성명을 통해 2025년 9월이 만기인 채권에 대해서는 이자를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3월이 만기인 채권의 이자 8350만 달러(약 993억)와 역외채권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헝다가 첫 고비인 23일을 넘긴다해도 첩첩산중이다. 29일에 4500만 달러(약 533억 원)를 또 막아야 하는 등 연말까지 6억6800만 달러(약 7909억 원)의 이자를 내야 한다. 내년부터는 원금도 상환해야 한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헝다가 최소 2곳의 은행에 지난 20일 기한인 대출 이자를 갚지 못했다는 보도도 했다.
자칫 2007년부터 몰아닥친 미국 부동산가격 하락에 따른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로 글로벌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고 이 여파로 세계 금융위기가 촉발됐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20일 홍콩 증시는 헝다 파산설에 부동산 규제 우려가 겹치면서 3% 가까이 급락했다가 이튿날 겨우 진정됐고 뉴욕 증시의 나스닥 지수도 전장보다 2%p 빠지면서 4개월여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헝다그룹의 위기가 중국 금융의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국제 금융 전문가들을 인용해 "헝다의 디폴트 전망이 중국 경제를 전반적으로 위협하는 더 큰 문제들을 촉발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글로벌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보고서에서 "중국 은행권의 자산은 45조 달러 규모이며 부채는 30조 달러 규모"라면서 "350억 달러 규모 은행 대출을 포함한 헝다의 채무는 상황을 바꾸게 할 만큼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추석 연휴를 마치고 22일 개장한 상하이 증시와 선전 증시도 이렇다할 큰폭의 등락 없이 혼조세로 장을 마감했다.
다만 헝다그룹의 미래는 알 수 없다. 헝다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대출 규제 등의 영향 때문인데 당국은 이 때 이미 최대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가 디폴트 상태에 빠지거나 파산했을 때 시장에 미칠 혼란에 대한 '플랜B'를 세워 놓았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