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 주민의 삶 개선"을 언급한 것과 맞물려 관심을 끌고 있다.
톰 플레이트 "제재는 북 핵개발을 막지 못했다"
LA에서 활동중인 톰 플레이트 교수는 21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국제적 경제 제재는 북한이 핵무장하기 하기 훨씬 전인 1948년 북한 건국 이래 거의 지속적으로 북한에 적용돼 왔다"고 주장했다.언론인 출신으로 아시아 문제에 정통한 그는 "어떤 나라에 대한 국제적인 경제 제재는 고통을 야기하며, 유엔과 주요 강대국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자주 선택하는 무기"라고 꼬집으며 "그런 제재가 과연 누구를 다치게 하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경제 제재로 권력층은 어떤 일이 있어도 캐비어나 김치 공급선을 열어두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주로 고통을 느끼는 것은 일반 대중"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결국 "제재가 확실히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했다"고 단언했다.
그의 이날 기고문의 요지는 "국제사회가 남북 분단의 교착상태에서 벗어날 길을 남북 스스로 찾도록 놔둬야 한다"는 것이다. 한반도 문제를 남북 당사자만큼 잘 알지 못하는 '망할(darn)' 주변국들은 북핵문제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취지다. 주변국들이 의견을 제시하더라도 "오직 깊은 겸손을 가지고 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반도 분단상태…"일본은 조용히 기뻐해"
그는 한반도 분단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동아시아 지정학에 내재돼 있는 문제라며 중국, 미국, 일본 같은 주변국들이 한반도 분단에서 어떤 이득을 챙기고 있는지도 정확히 꿰뚫었다.특히 일본에 대해서는 "자신이 식민지로 거느렸던 한반도가 분단으로 인해 규모가 반토막난 상태로 남아있는 사실에 조용히 기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적기도 했다.
글을 쓴 플레이트 교수는 오랫동안 한반도 문제에 천착해온 전문가다.
한반도 이슈의 반복성과 정체성을 잘 알고 있는 듯 그는 기고문 서두에서 "나에게는 날카롭게 분단된 한반도에서 남북한의 질긴 주제만큼 이해하기 어렵고 좌절감을 주는 주제는 없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반대로 한반도 문제에 대한 그의 직관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대북제재에 관한 미국 여론 주도층의 입장은?
그렇다면 그의 기고문은 북한에 관한한 보수적인 입장이 강한 미국 여론 주도층의 입장을 어느 정도 나타내고 있을까?그 일단을 읽을 수 있는 것이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랜드연구소 방문이다. 미국의 국방전략을 연구하기 위해 1948년 만들어진 랜드연구소는 미국의 수많은 싱크탱크들 가운데 이념적으로 가장 오른쪽에 치우친 곳이다.
박 장관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25년전 특파원을 할 때는 그 곳(랜드연구소)에 인터뷰 요청을 해도 답변조차 받지 못했는데, 그 곳으로부터 초대를 받게 돼 더 놀랐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1995~1997년 LA에서 MBC 특파원으로 일했다. 랜드 연구소소 본부가 있는 곳이 바로 LA다.
연수차 미국을 방문중인 그는 지난 9일 랜드연구소로부터 방문해 달라는 초대를 받아 연구원들 4명으로부터 미래를 이끌 핵심 기술 동향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고 한다.
브리핑과 질문 응답이 끝나고 이어진 식사자리에서는 북한 문제가 주요 화제였다고 한다.
그런데 바로 그 자리에서도 역시 대북제재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소 인사들이 많았다는 것이 박 전 장관의 전언이다.
박 장관은 "대북 제재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데 (참가자들 사이에) 이견이 없었다"며 "그러나 대북 제재가 무익하다는 사실을 공식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미국의 현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유엔총회 연설…'북한 주민의 삶 개선' 계획은?
이런 분위기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하겠다'고 말한 21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하기 위해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추구한다"며 "한반도와 역내 안정을 증진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민의 삶을 개선할 실질적인 약속과 함께 가능한 계획의 구체적인 진전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북핵문제의 외교적 관여'는 그동안 반복적으로 밝힌 내용이다. 따라서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시킬 계획이 무엇인지가 관심이다. 일부에서는 '북한 인권 문제' 관여를 시사한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인권문제를 지적하지 않아서 북한 사람들이 못살게 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안다.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대북 제재완화나, 인도적 지원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라는 관측이 더욱 합리적으로 들린다.
플레이트 교수가 "대북 제재로 인해 주로 고통을 느끼는 것은 일반 대중"이라고 쓰기 전, 또 다른 대북 강경론자인 CSIS 빅터 차 석좌는 지난 16일 워싱턴포스트에 이런 기고문을 실었다.
"이(북핵) 문제에 대한 일반적인 해결책은 북한에 더 많은 제재를 가해 (핵개발) 프로그램 중단을 강요하는 것이다. 그 선택은 워싱턴 정치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효과로는 별로 없을 것 같다. (중략) 하지만 다른 선택도 있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북한의 국내 상황 해결을 위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협상을 고려할 수 있다. (중략) 서방의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적절히 검증만 하면 지금의 유엔 안보리 결의와 미국법에도 저촉도 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