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지난 7일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계열 금융플랫폼이 자사 앱을 통해 보험이나 펀드 가입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단순히 광고를 넘어 상품 중개에 해당하기 때문에 오는 24일 본격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험법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카카오페이는 보험대리점이나 증권사 자격을 갖춘 자회사를 통해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항변하며, 이런 사실을 명확히 앱에 공지하는 개편 작업을 하고 진행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판단은 본질적으로 이런 우회로가 아니라 금융상품을 팔고 싶으면 관련 자격을 직접 취득하고, 문제 발생 시 직접 책임도 지라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카카오페이의 누적 가입자수는 3650만 명에 달하는데, 경제활동 인구 4/5가 사용하는 이런 강력한 플랫폼 파워를 바탕으로 금융서비스 매출 비중은 3년 만에 0.2%에서 32.1%로 급증했다.
그런데 이번 규제로 카카오페이의 보험비교 서비스 등이 중단되고 단순 배너광고 정도로 서비스 수준이 낮아지면, 입점 보험사들도 카카오페이와의 협력관계를 유지할 유인이 줄어들게 된다. 다른 금융상품도 역시 이와 비슷한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어 수익률 저하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최근에는 사업구조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 수수료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카카오페이의 가맹점 수수료율은 2.0%~3.2%, 네이버페이는 2.2%~3.63% 수준으로 신용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율(0.8~2.3%)보다 1%가량 높다. 특히 연 매출 3억 원 이하 영세 가맹점에 적용하는 최저 수수료율은 신용카드보다 약 2~3배가량 높았다.
카드사는 여신금융전문법에 따라 수수료율 산정에 있어 금융당국의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관련 규제가 없는 간편결제 역시 언제든 규제의 틀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수익률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가뜩이나 기업가치 평가 문제로 계속 지연되고 있는 카카오페이 상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에 이어 카카오페이 상장도 흥행시켜 다시 사업확장에 쓰려던 계획에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카카오페이뿐만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원칙까지 깨며 설립허가를 내줬던 카카오뱅크 앞에도 역시 규제의 칼날이 버티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2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지 올해 상반기에만 1159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급속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지난 8월에는 코스피 상장과 동시에 압도적인 금융사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서며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가치가 시장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는 이유는 카카오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성장성이고 이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현재 여·수신에 국한된 영역을 크게 확장해야 한다. 이를 통한 수익다변화가 시장이 원하는 그림이지만 그 앞에는 강력한 금융규제가 버티고 서있다.
실제로 인터넷은행 허가 취지에 맞게 위험성이 높더라도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 상품 비중을 늘리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또 가계대출 관리에 따라 주력 상품인 신용대출과 마이너스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등 카카오뱅크도 사업 확장은커녕 기존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는 형편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9일 빅테크 기업에 대한 금융규제와 관련해 "금융위 입장에서는 '동일기능 동일규제'를 여러차례 언급했다"며 "앞으로 이러한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가 혁신을 내세워 금융 분야에서도 급속하게 성장했지만 이제 금융정책의 패러다임이 혁신에서 소비자보호로 옮겨가고 있는 느낌"이라며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금융규제가 더 강해질 수밖에 없고, 그동안 규제 사각지대에서 성장해왔던 카카오도 결국은 금융이 왜 규제산업인지를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