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특히 미국의 기술지원이 "핵 기술 전파"임을 부각시키고 "(미 바이든) 새 행정부의 집권 후 더욱 농후하게 나타나고 있는 미국의 이중기준행위가 보편적인 국제규범과 질서를 파괴하고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엄중히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 외무성 보도국 대외보도실장은 이날 "미국이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 핵추진잠수함건조기술을 넘겨주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하여 조선중앙통신사 기자가 제기한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최근 미국이 영국, 오스트레일리아와 3자 안보협력체를 수립하고 오스트레일리아에 핵추진잠수함건조기술을 이전하기로 한 것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파괴하고 연쇄적인 핵 군비 경쟁을 유발시키는 매우 재미없고 위험천만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그러면서 "이번 결정이 '인도태평양지역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한 백악관 대변인의 발언은 그 어떤 나라든 자국의 이해관계에만 부합된다면 핵 기술을 전파해도 무방하다는 주장으로서 국제적인 핵 전파 방지 제도를 무너뜨리는 장본인이 다름 아닌 미국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고 비난했다.
북한은 "조성된 정세는 변천하는 국제안보환경에 대처하자면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가방위력을 강화하는 사업을 잠시도 늦추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금 확증해 주고 있다"며, "우리는 미국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과 전망에 대하여 엄밀히 분석하고 있으며 우리 국가의 안전에 조금이라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 반드시 상응한 대응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2018년 4월 20일 당 중앙위 제7기 제3차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우리 국가에 대한 핵위협이나 핵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떠한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 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핵 시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며 우리 공화국은 핵 시험의 전면중지를 위한 국제적인 지향과 노력에 합세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런 발언은 남북·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유화국면이지만 핵 포기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도 핵 보유·사용·전파에서 최소주의적인 입장(nuclear minimalism)을 밝힌 것으로 풀이됐다.
조선중앙통신사 기자 문답 형식은 외무성 성명이나 담화 보다 낮은 수준의 입장 표명이지만, 이번 문답이 미국의 이중기준을 지적하며 핵 전파 사례를 거론한 것이 눈에 뛴다. 북한이 미국의 이번 조치의 '전망과 배경'에 대해 엄밀한 분석을 거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경우 상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한 만큼, 향후 북한의 대응이 주목된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지난 15일 화상 기자회견을 통해 "새로운 3자 안보 파트너십 오커스(AUKUS)를 발족 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미국의 핵추진잠수함건조기술 지원을 받게 된 호주는 지난 2016년 프랑스와 맺었던 77조원 규모의 잠수함 기술이전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바 있다. 이에 프랑스는 미국과 호주에 배신을 당했다며 분노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북한도 이번 문답에서 "미국의 동맹국까지 '잔인하고 일방적이며 예측 불가능한 결정', '잔 등에 칼을 박는 배신적인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고 주변국가의 동향을 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