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와 가디언 등은 19일(현지시간) 플로랑스 파를리 프랑스 국방장관이 이번 주 영국 런던서 열릴 예정이던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 간 회담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는 또 오는 23일 예정됐던 '프랑스-영국 위원회'(Franco-British Council) 국방 콘퍼런스도 무기한 연기했다.
프랑스는 앞선 17일에는 미국과 호주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했었다.
이런 움직임은 미국·영국·호주 3국 정상이 지난 15일 오커스를 결성한 이후 나온 것이다.
프랑스는 오커스 창설로 인해 2016년 체결한 호주와의 77조원 규모의 디젤 잠수함 수출 계약이 백지화되는 낭패를 당했다.
외신은 프랑스가 오커스로 인해 77조원의 물적 손해를 입은 것 뿐 아니라 동맹체 체결 과정에서 이들 3국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되고 배척된 것에 더 큰 모멸감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프랑스가 미국에 대한 신뢰 상실을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양국이 역사적으로 오랜 동맹관계를 유지해왔지만, 미국이 유럽에서부터 (아시아로) 회귀하면서 (프랑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파리의 한 싱크탱크 관계자의 분석을 실었다.
프랑스에서는 미국의 독립전쟁 참전 240주년인 올해 미국으로부터 되레 큰 펀치를 먹었다는 분노감이 크다고 한다.
프랑스는 게다가 유럽국가들 가운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가장 깊숙이 관여한 국가로 꼽힌다.
프랑스에서는 특히 미국이 이번 갑작스런 아프간 철군에서도 보여주듯 모든 국제전략을 미국 우선주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호주에 대해서는 '등 뒤에서 칼을 찔렀다'는 말이 이미 나왔을 정도로 큰 배신감에 휩싸였다고 한다.
호주가 프랑스와 체결한 디젤 잠수함 수입 계약을 버리고 미국의 핵추진잠수함으로 갈아탄 것이 동맹국간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호주 국방장관이 오커스 결성이후 '프랑스의 잠수함은 미국 잠수함 보다 한 단계 아래이며 이번 결정은 국가 안보의 이익 관점에서 이뤄졌다'는 취지로 말한 것도 프랑스를 자극하고 있다.
한 프랑스 관료는 NBC와 인터뷰에서 "누군가 자신의 개를 죽일 때는 광견병 핑계를 댄다"는 말로 지금의 상황을 정리했다.
더욱이 프랑스는 이번 오커스 결성 소식을 접한 '과정'에서도 더할 수 없는 실망감을 갖게 됐다고 한다.
미국은 15일 오커스 결성 수 시간 전에야 비로서 프랑스에게 관련 사실을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분위기를 조 바이든 대통령도 간파한 뒤 대책을 숙의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조만간 전화를 걸어 이번 오커스 동맹 체결 과정 전반에 대해 별도로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