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전환해도…"예전으로는 못 돌아가"

'4차 유행' 안정돼야…"10월 말부터 검토할 듯"
해외 전문가들 "6개월 이내 코로나 종식 불가능"
"전 인류 90~95% 면역력 생겨야 유행 끝날 것"
정부, 용어에도 제동…"'단계적 일상회복'이 적절"
"방역 완화 이후 확진자↑불가피…예측 설명해야"
수용한도 합의 필요…"마스크·거리두기 유지될 것"

지난해 1월 31일 오전 전세기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한 우한 교민 중 코로나 의심증상을 보인 일부 교민이 서울 동대문구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지난해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리 삶에 들어온 지도 1년 8개월이 흘렀다. 비말(침방울)과 대인 접촉을 통해 확산되는 감염병의 특성으로 인해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는 일상이 됐다. 미증유의 재난 앞에 백신은 유일한 희망으로 여겨졌다.
 
예방접종에 다소 후발주자로 참여한 한국은 지난 17일 '1차 접종률 70%'를 달성했다. 자연히 '위드(with) 코로나'로의 전환은 가장 큰 화두가 됐다. '위드 코로나'란 신규 발생의 억제보다 위중증 및 치명률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방역 시스템을 뜻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전 국민의 70%가 '완전접종'을 하게 되는 10월 말부터 이같은 체제 전환 '검토'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들도 감염병과의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진행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 73.3%가 '위드 코로나' 전환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다만, 가보지 않은 길인 데다 해외에서도 아직 '일상'과 '방역'의 조화에 완전히 성공한 선례는 없다. 무엇보다 '위드 코로나'란 용어 자체에 코로나가 절대 단기간에 종식될 수 없다는 전제가 담겨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코로나 이전'으로의 회귀는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코로나, 6개월 내 종식 불가…인류 90~95% 면역 생겨야"


지난 13일,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유수 보건전문가들을 인용해 '팬데믹'(pandemic·감염병의 대유행)이 6개월 안에 결코 끝나지 않을 거라 전망했다("It won't be over in six months").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 자문을 맡고 있는 마이클 오스터홈 미네소타대학 전염병연구정책센터 소장은 "전 세계에 걸쳐 급증하고 있는 이번 유행은 다소 가파르게 감소했다가 올 가을과 겨울에 또다시 확산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예방접종률이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신생아를 포함한 '미접종군', 심지어 접종을 이미 마쳤지만 면역력이 저하된 접종완료자 등 바이러스 취약계층은 잠재적 감염원으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주요 변이 바이러스. 연합뉴스

오스터홈 소장은 백신 저항력을 지닌 '변이'를 중대한 위험요소로 꼽기도 했다. 또 인류가 더 많은 백신을 얻더라도 코로나19라는 '산불'은 접근가능한 '모든 나무(사람)'를 태울 것이라며 이러한 유행 곡선은 향후 몇 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전 세계 인구의 90~95%가 예방접종 또는 감염을 통해 면역을 얻어야 현재의 대유행이 꺾일 수 있다고 본다.
 
코로나가 과거 인플루엔자(독감)의 전례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분야의 전문가인 덴마크 로스킬드대의 론 시몬슨 교수는 지난 130년 동안 5차례 발생한 독감의 세계적 유행이 최장 5년간 이어졌다고 밝혔다. 그 외 대부분은 평균적으로 2~3년 가량 유행하다 종식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반면 코로나19는 발생 만 2년이 돼가는 가운데 3차 유행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영국 옥스퍼드대 에리카 차터스 부교수의 말처럼 "각 나라의 정부는 어느 정도의 감염병 유행을 용인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반드시 결정을 해야만" 한다. '신규 확진자 0명' 또는 코로나의 전면 종식을 당면 목표로 삼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가천대 길병원 엄중식 감염내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일일 확진자는) 추석 이후로도 늘어날 거고 이제 네 자릿수 아래로는 안 내려간다"며 "그 상태가 지속될지, 폭발적 유행의 재개가 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백신 접종률을 아무리 높여도 (전 국민의) 80% 정도에서 끝날 텐데, 그럼 국내 인구 중 1천만 명 정도는 유행 대상이 된다. 일부 '돌파감염'도 있을 것"이라며 "이들이 1년 동안 다 코로나19에 걸린다 생각하면 하루에 3만 명씩 (환자가)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최소 5년은 코로나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도 내다봤다.
 

체제 전환後 '확진자 증가'는 필연…"구체적 예측 제시해야"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의 개념과 결과를 정확히 직시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방역 완화를 전제한 새로운 체제에서 확진자 증가는 불가피한 탓이다.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는 이달 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코로나가 범유행을 시작한 순간부터 바이러스를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다"며 "특히 (인도에서 유래한) 델타 변이바이러스가 등장하면서 백신만으로 코로나19를 통제하기는 어려워졌다. 코로나19는 이제 인류와 함께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순차적이고 점진적인 (방역) 완화도 전체적인 피해의 총량을 감소시키지 않는다"며 "지금의 치명률은 우리나라 정도의 의료수준이 유지된다는 가정에서 도출된다. 만약 순간적으로 확진자가 급증한다면 의료 붕괴로 인한 추가적인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실제 '4차 대유행' 이후 두 달이 훌쩍 넘도록 네 자릿수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국내 치명률은 꾸준히 하락해 0.9%를 밑돌고 있다. 지난해 12월 3차 유행 당시엔 주간 사망자가 140~150명에 달했지만, 현재는 2천 명을 넘나드는 확진규모에도 40~50명 내외로 확연히 감소했다.
 
한 명의 확진자가 주변의 몇 명을 더 감염시키는지 나타내는 지표인 '감염재생산지수'(Rt)도 1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통상 1 이상의 수치는 '유행 확산'을 의미하지만 사실 전파력이 비(非)변이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델타 변이의 우세화를 감안하면 '선방'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문제는 이것이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적극적 예방접종이 합쳐진 결과라는 점이다.
 
연합뉴스

엄 교수는 "'위드 코로나' 이후 방역 완화 때문이든, 코로나19의 유행 양상 때문이든 어느 순간에는 확진자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 피해가 어떤 규모로, 어떻게 생기게 되는지 예측에 대한 설명을 정부가 먼저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접종완료율이 70%에 못 미치는 가운데 방역을 해제한 영국의 사례도 들었다. 엄 교수는 "(그 이후) 영국은 매일 2~3만 명 정도의 확진자가 나오고, 100~200명 가량이 사망하고 있다"며 "방역을 완화해도 (발생 수준이) 지금 정도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매일 3만 명 정도의 확진자가 나오고 위중증·사망자가 몇 명씩 생길 것인지에 대해 (시나리오를)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위드 코로나'는 지금껏 우리 사회가 거리두기로 치른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복구하기 위해 방역적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의미다. 자영업자들의 연이은 부고(訃告)는 현행 체계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엄 교수는 "그 피해가 이제 견딜 수 없을 정도라고 판단하는 거잖나. (사회·경제적 피해가) 방역을 완화하면 일어나는 유행의 피해보다 크다고 가정하고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계적 일상회복', 급격한 변화 없다…수용한도 논의 필요"

정부도 이같은 사실을 주지하고 있다. 최근 '위드 코로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자 해당 용어의 개념적 모호성을 지적한 것도 그 때문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6일 "일단 정부 내에서는 '위드 코로나'라는 용어를 가급적 안 쓰려 애쓰고 있다. 용어 자체가 너무 포괄적이고, 다양한 의미로 활용되며 정확한 정의가 없다"고 언급했다.
 
연합뉴스

특히 극단적인 경우, '위드 코로나'가 현행 거리두기 자체를 아예 없앤다는 의미로까지 쓰이고 있다는 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손 반장은 "이런 의미에서는 방역적 긴장감이 너무 낮아지는 문제점이 있다. 정부 내부에서는 '단계적 일상회복'이란 표현을 활용하고 있다"며 "가장 객관적 표현"이라고 정의했다.
 
마스크 착용 같은 개인 수칙부터 사적모임 제한 등 거리두기에 이르기까지 향후에도 큰 틀에서 기존 체계는 유지되리란 점도 강조했다. 정부는 전체 국민 70%가 2차 접종을 완료하게 되는 10월 말 이후 체제 이행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수도권을 주축으로 한 지금의 유행이 어느 정도 안정된다는 조건 아래서다.
 
아울러 '한국형' 위드 코로나에 대한 심도 있는 사회적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손 반장은 영국형 모델을 콕 집어 "우리나라에 대입하면 현재 관리하고 있는 사망자의 10배가 넘는다. 이러한 방향 전환이 '위드 코로나'가 말하는 변화라면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선을 그었다. 일상 회복을 향한 여정은 '점진적',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엄 교수는 "11월부터는 (위드 코로나) 검토를 시작해야 될 것"이라며 "다만 언제, 무엇부터 (전환 조치를) 시작할 것이냐에 대해 매우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거다. 잘못된 결정 이후엔 (급격한 유행 등)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 또한 "방역 완화의 속도와 정도에 따라 향후 발생하는 곡선의 기울기가 달라진다. 쉽게 4~5개월에 500만 명의 확진자를 받아낼 것인가, 3~4년에 걸쳐 500만의 확진자를 받아낼 것인가를 점진적 방역완화의 속도와 백신 접종률이 결정한다"고 밝혔다.

'중증·사망 예방'이 접종 목표…재택치료·'백신 인센티브' 점차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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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맥락에서 이제 백신 접종의 1차적 목표는 감염의 완벽한 차단이 아니라 중증화 및 사망 예방이다. 델타를 비롯해 변이가 상수가 된 유행상황에서 '집단 면역'은 신화일 뿐이다.
 
엄 교수는 "전문가들은 집단 면역이란 말을 사용한 적이 없다. 보통은 '군중 면역'(Herd immunity)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면역이 생긴 사람들이 면역이 없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효과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럼에도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최대한 낮춰주는 백신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는다. 정부는 다음 달 1일부터 미접종자 500만 명에 대한 접종을 재시도하고, 4분기부터 임신부 및 소아·청소년의 예방접종도 추진할 계획이다.
 
마스크 착용은 최후까지 지켜야 할 보루다. 엄 교수는 "적어도 독감 정도의 치명률까지 낮아져야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데 그렇게 되려면 경구치료제가 나와야 하고, 싼 값에 보급돼 어디서든 처방이 가능한 상태가 되어야 한다"고 봤다.
 
실질적 대응체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의료 과부하를 막으려면 경증이나 무증상 환자까지 모두 생활치료센터에 입소시키는 방식을 계속 고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 수원에서 개소한 '자가치료 연계 단기진료센터'는 그 변화의 일환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재택 치료'를 받은 경증·무증상 확진자는 총 3500명 정도다. 이들은 집에 머물며 자가치료를 하다 이상증상이 나타날 경우 대면진료를 받거나 의료기관으로 이송된다. 정부는 전담조직을 꾸리는 한편 대상자를 지속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추석을 기점으로 일시 적용된 '백신 인센티브' 확대도 사실상 위드 코로나의 진입단계다. 정부는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4단계에 해당하는 수도권에서도 접종완료자 4명 등 최대 8명까지 가정 내 가족모임을 가질 수 있도록 허용했다. 엄 교수는 "접종완료자는 확진돼도 위중증 진행 및 사망비율이 매우 낮다. 이들 위주로 방역을 완화해갈 수밖에 없다"며 "(접종완료자에 한해) 모임 제한은 지금보다 더 과감히 풀어도 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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