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찾은 전남 순천시 보건소 감염병관리과.
책상 30여 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사무실에 직원들이 빼곡히 앉아 있었다. 사무실에 들어선 순간부터 끊임없이 울려대는 전화벨. 직원들은 쉴 틈 없이 전화로 확진자와 밀접촉자들의 동선을 파악하면서 방역 지침과 확진자 노선 공개 요구 등 쏟아지는 민원까지 받아내야 했다. 사무실에서 눈에 띄는 건 사무실 한 켠에 마련된 간이 침대와 이불. 그리고 테이블 위에 있던 냉동식품들. 코로나19 사태의 최일선에 놓인 보건소 직원들이 어떻게 살아가는 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2년 째 하루도 편히 쉰 적이 없을 정도로 고생하고 있지만, 동선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폭언이나 폭설을 하는 분들로 인한 '감정노동'이 가장 힘든 일이다.
역학조사팀 한 공무원은 "본인이 경제적인 활동을 안 하면 힘든 분들이 자가격리를 못하겠다고 하는데 이들을 설득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며 "어려운 부분은 저희도 알지만 방역을 위해서 자가격리를 안내하고 실행시키기까지의 과정이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다"고 호소했다.
같은 팀 다른 공무원은 "확진자 한 명이 자가격리를 하지 않겠다고 해서 30~40분 간 빌다시피 부탁을 하고 왔다"며 "자가격리를 안내했을 때 화를 내시는 분들도 많다"고 토로했다.
가족들의 걱정도 크다고 했다. 특히 아이가 있는 엄마들은 잦은 야근에 아이와 일주일에 밥 한끼 먹는 날은 특별한 날이 됐다.
6살 아이가 있는 한 공무원은 "보통 저녁 8~9시,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면 밤 10~11시에 퇴근을 하기 때문에 평일에는 아이가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볼 때가 많다"며 "한창 손이 많이 갈 때에 함께 못 있어 주는 게 늘 마음에 걸린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아이가 엄마랑 떨어지는 일에 익숙해 진 것 마냥 '회사 잘 다녀오라'고 할 때면 기특하기도 하면서 더 미안하단 마음이 든다"고 했다.
순천시 보건소 감염병관리과의 한 팀장은 "아이를 다 키워 놓은 직원들은 그래도 버틸 만 하지만 어린 자녀가 있는 직원들이 아마 가장 힘이 들 것"이라며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안쓰러워했다.
이렇게 자신의 생활마저 포기하는 이들이 그래도 버틸 수 있는 힘은 '따뜻한 말 한마디'다. 또 빠른 대처로 추가 감염이 나오지 않았을 때 뿌듯함을 느낀다.
한 공무원은 "역학조사를 빨리 마무리 해서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을 때 뿌듯함을 느끼지만 반대로 자가격리자들을 수시로 체크하고 관리를 했는데 그들을 통한 추가 감염이 발생했을 때는 정말 힘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수고한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는 힘을 나게 한다"고 했다.
이번 추석 연휴가 올해 마지막 고비가 될 전망이다. 보건소 직원들도 추석 연휴 이후 나올 감염에 주시하며 올 추석도 비상 근무에 들어간다.
순천시 보건소 감염병관리과 황선숙 과장은 "이동이 많은 추석 연휴부터 개천절, 한글날 등 대체휴가가 있는 다음달 초까지가 마지막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명절만이라도 비대면 만남, 짧은 접촉 등 방역 지침을 꼭 잘 준수해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날마다 확진자 관리와 자가격리자 모니터링, 역학조사 등 다방면으로 코로나19 감염 예방에 힘쓰고 있다"며 "시민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직원들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달라"고 덧붙였다.
순천시는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오는 18~ 22일 오전 10시~오후 4시까지 순천역에서 귀성객을 위한 임시 선별진료소를 마련한다. 순천시 보건소 선별진료소는 연휴에도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정상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