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정치개입' 원세훈, 파기환송심서 징역 9년 선고

대법원 '직권남용 유죄' 판단 후 형량 가중

연합뉴스

국가정보원 수장으로서 각종 정치공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9년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1-2부(엄상필·심담·이승련 부장판사)는 1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에게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파기환송 전 2심에서는 징역 7년과 자격정지 5년이 선고됐는데, 당시 무죄 결론이 나왔던 직권남용 부분도 대법원에서 유죄로 판단하면서 형량이 가중됐다.
   
앞서 1심과 2심에서는 원 전 원장이 국익전략실 직원들에 야권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정치인 동향을 살피고 선거 전후로 대응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하는 등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시킨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특명팀을 활용해 특정인에 대한 불법사찰을 수행하고 보고하게 한 혐의 등에 대해서도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해당 지시들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해 직권을 행사하는 외형을 갖췄고, 지시를 이행한 국정원 직원들은 직권남용의 공범이 아닌 상대방으로서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됐다'는 취지로 유죄를 인정했다.
   
이에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대법원의 판단을 이어받아 이같은 혐의들을 유죄로 바꿨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이한형 기자

재판부는 "피고인(원세훈)의 범행으로 다수의 국정원 직원들이 의무 없는 일을 마지못해 하거나 범죄에 가담해 형사처벌까지 받게 됐는데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부 범행의 경우 대통령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기 어려웠던 사정이 보이고 개인적으로 얻은 이득은 확인되지 않는다"며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의 양형에 이 사건 범행의 배경이 되는 피고인의 직무수행 방침이나 태도에 대한 비난과 부정적 평가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예산으로 민간인 댓글부대를 운영하고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위 풍문을 확인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 2억 원을 건넨 혐의도 있다.
   
이번 사건으로 원 전 원장과 함께 기소된 민병환 전 국정원 2차장은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 박원동 전 국익정보국장은 징역 2년 4개월과 자격정지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원 전 원장은 2012년 대선에서 '댓글공작'을 벌인 혐의로 이듬해 기소돼 2018년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이번 파기환송심까지 약 8년 간 재판을 받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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