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들에게 미안하고 창피할 따름입니다"
국민대학교 교수들이 17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씨 박사 논문 재조사를 촉구하며 1인 시위에 나섰다. 이는 김건희씨 논문에 대해 조사하지 않겠다는 예비조사위원회 결과 발표에 따른 교수들의 첫 집단행동으로 계속 이어질지 주목된다.
'국민대학교의 학문적 양심을 생각하는 교수들' 모임 교수 4명은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약 1시간 30분 동안 학교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현재 재직 중인 교수들로 수업 일정을 피해 출근 시간에 거리로 나왔다. 이들이 든 피켓에는 "김건희 박사학위논문 검증과정에서 명예가 실추된 국민대 학생들과 동문들에 미안함을 전한다", "김건희 박사학위논문에 대해 본조사 불가를 결정한 예비심사위 판단을 재고할 것을 촉구한다"는 등의 내용이 적혔다.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피켓을 들고 정문 앞에 선 교수들은 "학교의 결정에 유감을 표하고 재조사를 촉구한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청한 A교수는 CBS노컷뉴스 기자와 만나 "교수로서 부끄럽고 미안하고 화가나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교수들도 힘 합쳐서 목소리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코로나19 상황으로 소통이 어려운 상황은 맞지만 (예비조사위 결정에) 분노하고 있는 교수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건희씨 논문을) 조사하지 않겠다는 근거에 동의할 수 없으며 대학으로서 학문 권위와 양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재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명흠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도 이날 오전 정문 앞에 나와 피켓을 들었다. 염 교수는 학교의 결정에 대해 "바람직하지도 않고 현명하지도 않은 결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김건희씨 논문) 문제로 학교의 명예가 실추되는 상황이었으나 당시에 학교가 조사 하겠다고 했고 학생들에게도 기다려보자고 말했다"며 "그러나 본조사로 회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서 아쉽다고 생각해 재조사를 촉구하고자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예비조사위 결정 근거도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규정이 만들어진 취지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재고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재원 유라시아학과 교수도 "논란 이후 학교에 대한 조롱이 심각한 수준이고 이는 재학생과 동문 등 학내 구성원들에게 큰 고통"이라며 "조사조차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학부 교수가 1인 시위 현장에 와 '우리 학부 교수들 사이에서도 분노하는 분들이 여럿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며 "교수님들의 반응이 나오고 있고 이 같은 움직임이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일 국민대 연구윤리위원회는 예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2012년 8월 31일까지 연구 부정행위에 대해선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난 김씨의 논문에 대해 본 조사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국민대 민주동문회와 교수 단체들은 입장문을 내고 "철저한 검증을 통해 하루빨리 결과를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교육부 또한 국민대가 김건희씨의 박사논문을 검증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 지난 16일 "국민대에 재검토를 요청하고 조치 계획을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