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조성은부터 윤석열까지…'고발 사주' 의혹 A to Z[정알못]

정치 잘 알지 못하는 '정알못'들을 위한 쉬운 뉴스, 오늘은 '고발 사주' 의혹을 총정리해봅니다.



1. 한 마디로 '윤석열 총장 재임 시기 검찰이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야당에 보내 대신 고발을 하도록 사주했다'는 의혹입니다.

2. 뉴스버스라는 인터넷 탐사보도매체가 지난 9월 2일 단독 보도한 건데요. 중요한 팩트는 딱 하나입니다. 지난해 4월, 총선 직전에, 미래통합당 김웅 후보가 당 지도부 관계자한테 고발장을 보냈다는 것입니다. 근데 그 출처를 살펴보니까 '당시 검찰 고위 간부였더라, 누구냐면 손준성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직제상 윤석열 총장의 오른팔이다' 이게 전부입니다.

제보자 조성은씨 텔레그램에 남아 있었다는 '손준성 '계정 캡처본. 조씨 제공

3. 이게 어떻게 드러났느냐? 텔레그램이라는 메신저를 이해해야 합니다. 보안성이 뛰어나서 정치인이나 기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건데요. '포워딩'이란 기능이 있습니다. 전달이란 뜻인데요. A라는 사람이 B한테 보낸 메시지를 B가 C한테 그대로 전달할 때 포워딩 기능을 쓸 수 있습니다. 카카오톡에도 이런 기능이 있는데요. 카톡에서는 그 내용만 전달이 되거든요. 근데 텔레그램은 최초 발신자가 누군지까지 같이 적시가 됩니다. 이를테면 A가 B한테 보낸 메시지를 B가 C한테 보내고 C가 D한테 보내고 D가 E한테 보냈을 때 E한테는 'A가 보냄'이란 문구가 뜨는 거거든요.

4. 김웅 후보로부터 고발장을 받았다는 사람 텔레그램에 뭐가 떴냐면, '손준성 보냄'이라는 게 떴다는 겁니다. '손준성? 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아니야? 어, 윤석열 총장한테 직접 보고하는 자리인데? 그렇다면 윤석열 총장이 여권 인사 고발하는 고발장을 야당에다 보낸 거 아니야?' 이렇게 된 거죠.

박종민 기자

5.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검찰은 수사기관이잖아요. 범죄 혐의가 있는 사람들을, 다른 국민들을 대신해서 조사하고, 죄가 되는지 가려서 재판에 넘기는 기관입니다. 이 과정에서 어떤 합법적인 폭력 같은 게 용인이 되는데, 공권력이 잘못 남용되면 큰 피해가 생길 수 있으니까 최대한 제한적으로 사용하라는 게 헌법 정신이고 민주주의 원리입니다. 당연히 검찰이 누군가를 직접 고발할 권한은 애초에 없고요.

6.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고발장에 있는 사건이 윤석열 총장 본인과 관련된 사건이라는 점입니다. 고발장에 명예훼손 피해자로 누가 적혀 있냐? 윤 총장 부인과 장모, 그리고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었어요. 어? 총장 본인 사건 해결을 위해서 검찰이 고발장을 만들고 이걸 야당에 보내서 다시 검찰에 제출하게 했다? 이렇게 되면 국기 문란, 헌정 유린 아니냐, 이렇게 된 겁니다.

7. 게다가 김웅 의원은 당 관계자한테 고발장을 보내면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해요. 아직은 당 관계자의 일방적 주장이긴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이 아니라 대검찰청 민원실에다가 이걸 내라"라고 했답니다. 당시 추미애 법무장관, 그러니까 민주당 쪽이 컨트롤할 수 있는 중앙지검 대신 윤석열 총장이 직접 사건 배당을 할 수 있는 대검찰청에 보내라고 했다는 얘기가 되는데요. 자기들이 고발장을 만들어서 당을 거친 뒤 그걸 자기들이 다시 수사하겠다? 이러면 진짜 말도 안 되죠.

야당을 통한 여권 인사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임을 밝힌 조성은 씨. 연합뉴스

8. 이 엄청난 사건이 어떻게 드러났을까. 먼저 제보자를 살펴보죠. 아까 '당 지도부 관계자'라고만 말씀드렸는데요. 총선 당시에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을 지냈었던 조성은씨입니다. 조성은씨가 김웅 의원한테 받았던 텔레그램 메시지랑 고발장 이미지 파일을 최근까지 갖고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그걸 뉴스버스 전혁수 기자한테 보여줬다가 이게 보도가 된 겁니다.

9. 그랬더니 세상이 난리가 났어요. 민주당에선 바로 윤 전 총장을 겨냥해 "윤석열 게이트다"라고 밀어붙였고요. 국민의힘 안에서도 "윤석열 사퇴하라"라는 요구까지 나왔습니다. 그런데 당사자인 김웅 의원은 "기억나지 않는다"라며 모르쇠로 일관했고 손준성 검사도 "자기는 이런 고발장 만든 적 없고 김웅 의원한테 전달한 적도 없다"라고 부인했습니다. 윤 전 총장도 "내가 그걸 뭐하러 했겠냐"라고 선을 그었고요.

10. 진상규명은 그러면 어떻게 이뤄지냐. 서울중앙지검과 공수처가 수사중입니다. 대검 감찰부와 법무부에서도 진상조사를 계속하고요. 이 가운데 특히 공수처는 손준성 검사, 김웅 의원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이 압수물 분석이 끝나면 손준성이나 김웅, 두 사람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과 손준성 검사. 윤창원 기자·이한형 기자

11. 문제는 이 수사가 만만치 않다는 점입니다. 손준성, 김웅 둘 다 전현직 검사잖아요. 누구보다 수사 과정에 빠삭한 사람들입니다. 손준성 검사는 휴대전화를 아이폰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수처가 비밀번호를 푸는 데도 애를 먹고 있고요. 김웅 의원, 6개월 주기로 휴대전화를 바꾸고 있다고 합니다.

12. 더구나 조성은씨와 김웅 의원이 주고받았던 텔레그램 방은 최근에 폭파된 것으로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확인이 됐습니다. 저희가 조성은씨한테 물어보니까 "뉴스버스 보도 이후에 이 방을 삭제했다고, 방에서 나갔다"고 얘기를 하더군요. 물론 조씨가 이 방에서 이뤄졌던 김웅 의원과의 대화는 캡처를 통해 남겨놨고 또 여기서 받았던 고발장 이미지 파일은 자신의 증거저장용 계정에 따로 포워딩, 보관을 해놨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게 조씨의 말입니다. 하지만 이게 얼마나 수사 재판기관에서 증거 능력을 부여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윤석열 국민캠프 정치공작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박민식(가운데) 전 의원과 변호인들이 지난 1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박지원 국정원장과 조성은 씨 등을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3. 이런 가운데 윤석열 캠프와 국민의힘에서는 이게 다 '정치 공작'이라고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손준성, 김웅, 그 사람들이 무슨 일을 벌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윤석열 총장과는 무관한 일이다"라고 얘기를 하고 있고요. 이 판을 짠 게 박지원 국정원장이다, 라고 주장을 합니다. 조성은씨가 박지원 원장과는 아주 오래전부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지난 8월 11일에 롯데호텔에서 점심식사를 했다는 게 이들이 말하는 근거입니다. 물론 조성은씨와 박지원 원장은 "만난 건 사실이지만 그 안에서 고발 사주 의혹 자체에 대한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라면서 펄쩍펄쩍 뛰고 있죠.

14. 여기에 또 홍준표 후보까지 등장합니다. 홍 후보는 윤석열 후보와는 국민의힘 당내에서 대선 경선 경쟁 상대죠. 이 얘기가 왜 나오냐 하면, 조성은씨와 박지원 원장과 회동했던 그 자리에 '성명 불상자' 1명이 껴있었다고 윤석열 캠프가 주장했거든요. 그리고 그 1명은 홍준표 캠프 이모씨라고 지목이 됐습니다. 물론 윤석열 캠프에서는 "이 사람을 우리가 지목한 건 아니다"라고 하지만 캠프나 국민의힘 가까운 사람들이 기자들한테 이모씨라고 이름을 흘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씨가 "자기는 그 시간에 롯데호텔 근처에 있지도 않았고 여의도에 있었다"라며 영수증을 공개하면서 알리바이가 나왔고, 그러면서 윤석열 캠프에서는 '어, 그럼 아니겠지' 하고 살짝 물러서는 모습입니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 국회사진취재단

15. 한 가지 봐야 될 게 또 있습니다. 바로 지금 계속 말씀드린 윤석열, 김건희, 한동훈 고발장은 국민의힘 당에 공식 접수가 되지는 않았거든요. 근데 조성은씨가 받았다는 고발장이 하나가 더 있어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 대한 고발장인데요. 최강욱 건은 실제로 당이 고발을 해서 1심 선고까지 나온 상황입니다.

16. 근데 조성은씨는 당에 전달을 안 했다고 했거든요? (그랬던 조성은씨는 최근 "고발장을 전달하지 않았지만 구두로 보고한 적은 있다"고 말을 살짝 바꿨습니다. 게다가 조씨가 당시에 '자료 제출'이라고 적어놨던 메모까지 공개가 됐습니다. 실제 전달이 됐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일단 조씨 말대로라면 '어? 그럼, 다른 루트가 하나 더 있는 거 아니야? 하는 의문이 나옵니다. 조성은씨가 이 고발장을 받았던 게 4월 8일, 그리고 실제 당이 고발한 게 8월이거든요. 그래서 4월 8일 고발장, 8월 고발장 이렇게 부릅니다. 이게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는 앞으로 좀 더 지켜보고 규명을 해봐야겠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국회사진취재단
이게 어쩌면 개인 일탈로 끝날 수도 있겠지만 야권 대선 유력 주자인 윤석열 후보까지 끼어있는 얘기거든요. 대선 핵심 이슈로 부상한 만큼 제가 오늘 말씀드린 내용을 기초로 해서 추가로 나오는 얘기들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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