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9시 40분쯤 전국자영업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 임시 분향소를 설치했다. 당초 비대위는 이날 오후 2시쯤 국회 앞에 분향소를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경찰의 제지로 설치가 무산됐다.
대체 장소를 찾던 비대위는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인근에 천막을 설치하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생활고로 생을 져버린 자영업자들을 추모할 분향소 설치를 시도했다. 비대위 관계자들과 현장을 방문한 정치인들은 경찰에 길을 열어줄 것을 요구했지만 분향소 설치를 막는 경찰 100여명과 1시간 30분 넘게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
그러다 오후 9시 40분쯤 비대위 측은 천막 밖 인도에 흰색 천을 깐 상태에서 LED촛불을 켜고 향을 피우는 등 약식으로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영정사진은 '謹弔(근조)'와 '대한민국 소상공인·자영업자'라는 글귀가 적힌 종이가 대신했다.
조문을 마친 김기홍 비대위 공동대표는 "이 추모로 많은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위로 받았으면 좋겠고 이제는 '살려달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자영업자 심정을 국민들께서 알아주셨으면 한다. 일단은 다른 자영업자 용기 잃지 마시고 힘내라는 말씀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경찰의 저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저희를 막고 싶어서 막았다고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이것은 '을'과 '을'의 싸움이다. 저분들도 가슴이 아프다는 걸 국민으로서 이해를 하겠다"고 밝혔다.
조지현 비대위 공동대표는 "원래 준비한 용품은 분향소 안으로 들어오지 못해 급하게 약식으로 준비했다"며 "경찰이 분향소 설치를 막는 게 답답하다"고 했다.
옆에 있던 다른 자영업자도 "자영업자는 월 수입이 없으면 제로가 아니라 마이너스"라며 "마이너스가 몇 천인데 지원금 필요없다. 방역수칙 잘 지치고 영업하면서 세금 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애도의 차원을 넘어서 앞으로 똑같은 희생이 나오지 않도록 국민 모두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는 "저분들은 코로나 때문에 돌아가신 게 아니다. 정치권의 무책임 때문에 돌아가셨다"며 "이 죽음의 의미를 정말 깊이 곱씹어보고 우리 자영업자들이 코로나의 책임을 오롯이 떠안았던 이 고통을 어떻게 해결해 줄지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후 10시 50분부터 '임시 분향소'엔 동료 자영업자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약식으로 분향소가 치러진 뒤에도 경찰은 분향소 주위를 에워싸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이 한 명씩 분향소 안으로 들어서는 걸 허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영업자들과 경찰 간의 실랑이도 벌어졌다.
인천에서 호프집을 운영한다는 이모(40)씨는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오게됐다. 얼마 전 마포 맥주집 사장님이 사망하신 가게 계단 앞에 한동안 앉아있다가 왔다"며 "나도 아르바이트생이 한 명 있었지만 테이블 10개 였는데 하루에 5자리라도 찼으면 좋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씨는 임시 분향소에서 조문을 하다 눈물을 보였다.
비대위측에 따르면 18일까지 설치될 임시 분향소는 비대위 공동대표들이 돌아가면서 지킬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