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작 : 강민주 PD
■ 진행 : 박윤경 ANN
■ 정리 : 강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김민희
■ 대담 : 강원FC 이영표 대표이사
◇박윤경> 우리나라 축구 역사에서 이 선수를 빼면 이야기 할 수 없죠. 이영표 선수. 월드컵과 유럽 무대에서 선수로 화려한 경력을 이어오다, 은퇴 후 해설위원으로 활약습니다. 이번엔 '축구 행정가'로 새로운 길을 걷고 있는데요. 이번주 위클리 초대석, 강원FC 이영표 대표이사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영표> 안녕하세요?
◇박윤경> 간단히 인사 부탁 드릴게요.
◆이영표> 저는 예전에 잠깐 축구선수를 했었고요. 하하. 지금은 은퇴를 하고 강원FC에서 경기장에서는 아니지만, 함께 축구를 하고 있는 이영표입니다. 반갑습니다.
◇박윤경> 사실 이영표 선수로서 활약한 모습은 TV에서 많이 봐왔는데, 이렇게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습니다. 지금 스튜디오 밖에 직원들이 사인을 받기 위해 많이 모여있는데요. 지금 강원FC 대표이사를 맡은지 9개월째 접어들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 돌아보면 어떠세요?
◆이영표> 상당히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사실은 제가 지도자보다 스포츠 행정에 많은 관심이 있어서 하고 싶었던 일 중에 하나이기도 했었어요. 그래서 선택을 하게 됐는데, MLS(미국프로축구)에 있을 때 7년 동안 밴쿠버 소재 화이트캡스(Whitecaps) 팀에 있었습니다. 그 때 책임은 지지 않지만 마케팅이나 행정의 일을 했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책임을 지면서 해야하니까요. 어떤 경우에는 결정을 하기 싫은데도 해야할 때도 있고요, 그런 것 빼고는 나머지는 괜찮습니다.
◇박윤경> 지도자의 길을 걸을 수 있었잖습니까. 구장을 직접 발로 뛰는 일을 안하게 됐을 때 아쉽지는 않았습니까?
◆이영표> 그립죠. 그리운데, 지금도 코로나 때문에 자주는 못하지만 종종 혼자 또는 한 두 명씩 기회가 있다고 하면 언제든지 축구를 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느끼는 거는 제가 프로 선수로서 축구를 할 때도 그랬지만, 제가 축구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재밌었기 때문이거든요. 그게 국가대표 경기든, 프로 경기든, 아니면 조기축구회나 친구와 동생, 중고등학생과 하는 경기도 똑같아요, 저에게는. 똑같이 재밌어요. 그래서 언제든지 은퇴는 했지만 축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박윤경> 지금 다른 곳에서도 프로 B팀을 준비하고는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만, 아직까지 K리그 팀들 중 유일하게 프로 B팀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재정적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유망한 선수를 발굴해 보겠다는 의지로 느껴지는데요. 아직 성과를 논하기에 이른 시기이긴 합니다만, 어떻습니까, 어떤 가능성이 느껴지신가요?
◆이영표> 물론이죠. 올해 K4 리그를 처음 출전한 이래로 어린 선수들 6~7명이 1군에 데뷔해서 경기를 뛰었어요.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고요. 사실 K4 리그를 하면 예산이 필요해서 그 예산이면 아주 잘하는 주전 선수 1~2명을 보강할 수 있거든요. 당장 올 시즌에는 도움이 되겠죠. 하지만 우리 팀 같은 경우에는 당장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년 내후년에 잘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해요. 저희가 만약에 우승권 팀이었다고 한다면 저도 전북이나 울산처럼 선수단 인원을 30명 이내로 줄이고 그 예산을 최고 잘하는 선수에게 다 쏟아 부어서 30명을 우승권 안에 드는 선수로 만드는 전략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강원FC는 우승할 수 있는 전략이 아니고 예산에서 최강팀에 밀리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예산을 확보하면서도 좋은 성적을 내야하는 미션이 있기 때문에 미래에 투자해서 좋은 선수들을 키워내서 기술적인 부분, 재정적인 부분에서도 우리가 투자를 해야 한다, 지금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에서 K4 대회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이영표> 네, 맞습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점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대학교 1·2학년 때 잘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프로에 와요. 프로에 와서 어떤 문제가 생기냐면 프로에 오기 시작하면 1군 위주로 모든 스케줄이 돌아가거든요. 그러면 중간에 부상 선수가 생기고, 콜업 받는 선수가 생기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대학교 1·2학년 때 온 선수들은 나름 재능 있고 능력 있는 선수들인데 막상 와서 보면 2군에 5~6명 밖에 남지 않아요. 거의 1년 내내 5~6 경기 밖에 뛰지 못하고 훈련만 하는 거죠. 19~22살 정도의 선수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해야 하는 나이에 오히려 프로에 와서 뒤처지면 도태되기 시작하거든요. 그 선수들의 잠재력이 아까워서 이 선수들에게 꾸준히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고,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줘야 자연스럽게 2~3년 후에 1군 리그에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런 다양한 방면을 생각해서 이런 결정을 하게 됐죠.
◇박윤경> 대표 이사님이 보시기에 유망한 선수들이 눈에 띄세요? 지금 방송하는게 노컷뉴스로도 기사화되다 보니까 회자가 될 수 있는데 대표이사님이 보시기에 '아, 이 선수 괜찮다' 하시는 선수들..
◆이영표> 있습니다. 저희 팀에 어린 선수 중에서 이름을 직접 얘기하는 건 너무 많아서 조금 그런데요. 하하. 봤을 때 17~18명 정도 선수들을 K4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그중 이미 '아, 이 선수들은 2~3년 정도 키우면 확실하게 우리 팀 주전이 될 수 있겠다'는 선수들 5~6명 정도 확인을 했습니다. 나머지 7~8명 정도는 조금 더 지켜보고 싶은 선수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도 경쟁이 존재하기 때문에, 프로라서, 5~7명 정도의 선수들은 '조금 어렵겠다'고 결정한 선수도 있습니다. 이런 결정을 저희가 데이터를 가지고 할 수 있었던 것은 1년 내내 꾸준하게 경기하면서 기량의 변화나 태도 같은 것을 확인하고 나서 내린 결과값이기 때문에 상당히 저희에게는 의미 있는 값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윤경> 지금 말씀을 들으니까 2~3년 후에 강원FC가 얼마나 더 성장할지 기대가 되는데요. 여러 인터뷰를 통해서 "한 팀이 명문 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역사와 전통, 문화와 스토리가 필요하고 이것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의 오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프로B팀을 운영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라고 보이는데요. 명문팀으로 발전하려면 어떤 게 필요한지 한 말씀 덧붙여주실까요.
◆이영표> 제가 생각하기에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명문팀이 자연스럽게 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명문팀이 갖춰야 할 조건은 역사와 전통도 필요하고 축구도 잘해야 하고요. 또 상징적인 인물도 있어야 하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전통, 철학 같은 것을 인위적으로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강원FC는 12~13년 정도 밖에 안 돼서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거든요. 역사가 짧기 때문에 다양한 스토리를 써내려가기는 어렵지만, 오히려 우리가 아주 좋은 스토리를 써내갈 기회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측면에서 여러 가지 정책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지금까지 강원FC가 당장 성적을 내야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선수를 데리고 왔어요. 작년에 한 선수가 강릉제일고에서, 유스에서 올라왔거든요. 그런데 강원도의 정체성이라고 한다면 강원도 출신 선수들이 강원도에서 축구를 하고, 강원FC에서 경기를 한다면 가장 좋은 정체성을 가지게 되는 거잖아요. 과거에는 우리가 좋은 선수를 외부에서 불러다가 축구를 했었는데, 작년 한 선수가 제일고에서 올라왔어요. 그런데 올해 같은 경우 유스팀에서 더 많은 선수를 올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이유는 물론 외부에 더 좋은 선수가 있을 수 있지만 내부에서 강원도 출신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들어와서 이 선수를 우리가 키워내서 1군에 데뷔시키고 플레이를 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강원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와서 이 선수들을 열심히 성장시키는데 이 선수들이 경쟁에서 진다고 하면, 지는 선수를 강원도 사람이니까 일부러 경기를 뛰게 하고 할 수는 없겠죠. 다만 훨씬 더 많은 기회를 줘야 된다고 생각해서 더 많은 선수 영입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박윤경> 그것 외에 강원FC는 어떤 노력을 하고 계세요?
◆이영표> 저희가 강원도 18개 시·군에 축구 아카데미를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요. 강원도에 태어났다고 해서 강원FC 팬이 되는 게 아니고 강원도에 살고 있다고 해서 강원FC 팬이 되는 게 아니잖아요. 강원FC 팬이 되려면 이유가 있어야 해요. 그래서 그 이유와 접촉점을 만들어 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 목표는 18개 시군에서 1년에 1만 명씩 축구 아카데미를 하게 만들자는 겁니다. 1만 명의 어린이들이 강원FC 유니폼을 입고 축구를 한 번씩 하게 만들자는 게 제 목표입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은 저희가 관중이 얼마 되지 않지만 관중이 1만 명, 2만 명, 3만 명 되게 만드는 게 목표거든요. 그런데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10년, 15년 후에는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1년에 1만 명의 아이들이 강원FC 유니폼을 입고 축구를 한다고 하면 7~8살 된 아이가 15~20년이 지나면 20대, 30대가 돼서 어느날 월드컵을 보다가 또는 어떤 이유로 축구가 재미있다고 느껴질 때가 오면 강원FC 유니폼을 한 번이라도 입고 축구를 했으면 가장 먼저 강원FC가 떠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강원FC 유니폼을 입고 사진을 한 장 찍는 순간, 강원FC 유니폼을 입고 있는 자기의 모습을 나중에 커서 보게 된다면 그때 강원FC는 그 아이에게 추억의 한 장이 되기 시작하거든요. 단순히 팀이 아니라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공유한 게 되기 때문에 이렇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이 친구는 무조건 강원FC 팬이 되리라고 생각해요.
◇박윤경> 아까 유럽이나 외국 같은 경우 이런 문화나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축구 아카데미도 잘 활용이 되고 있나요?
◆이영표> 그렇죠. 제가 처음 유럽에 진출했을 때, 히딩크 감독님하고 PSV 아인트호벤 팀을 했었는데 거기 인구가 20만 명 이었어요. 거기는 남녀 아이들이 태어나면 4~5살부터 다 축구를 시작해요.
◇박윤경> 20만 명이면 춘천보다 인구가 적은 건데요?
◆이영표> 네. 2~4만 명의 아이들이 일단 태어나서 5살 정도 되는 순간부터 무조건 축구를 해요. 그런 걸 제가 봤어요. 특히 영국에서 감명 깊었던 건 한 다큐멘터리에서였는데요. 축구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구나 하는 순간이 있었어요. 할아버지가 손자의 손을 잡고 경기장에 찾아와요. 근데 라이벌 팀에게 경기에 져요. 그때 할아버지가 울어요. 울면서 손자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와요. 그때 손자가 할아버지의 우는 모습을 봐요. 그리고 이 아이가 성장을 해요. 그러면 경기장에서 라이벌 팀은 자신의 적이 돼요. 자신의 생명을 당해서 응원하더라고요. 그리고 자기가 결혼을 하고 자기 아들의 손을 잡고 경기장을 가요. 그리고 또 지면 울면서 비를 맞고 돌아오는 거죠. 그런 걸 제가 보면서 아, 역사와 전통은 이렇게 만들어지고 축구 문화가 한 사람의 삶에 이렇게 지대한 영향을 주는 걸 보면서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박윤경> 우리도 이런 노력이 더해진다면 못할 게 없겠네요.
◆이영표> 맞습니다. 제가 밴쿠버에 있을 때, 지인 한 분이 아주 유명한 아이스 하키팀인 케녹스 티켓을 두 장 줬어요. 그때 그 티켓이 암표값이 엄청 올라가서 한 장 값이 천 달러, 이천 달러까지 올랐을 때인데 그걸 2장을 준거죠. 몇 백만 원 자리 티켓이었는데 당일날 점심까지 제가 저녁경기인데 그 경기를 보러가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기더라고요. 왜인가 제가 생각해봤더니 제가 아이스하키를 좋아하지 않아요. 근데 그 티켓이 너무 비싼 티켓이니까 너무 아까워서 제가 아는 교회 청년한테 전화를 해서 "아이스하키 좋아하면 줄까?" 했더니 자기 오늘 일 가야하는데 안 가고 그걸 가겠다는 거죠.
또 그 다음 주에 저희 큰 딸 아이 학교에서 농구대회가 있었어요. 여자농구대회인데 큰 딸 아이가 일주일에 한 번 가서 경기하고 오고 제가 볼 땐 패스도 잘 못해요. 근데 제가 그 경기에 가서 응원하면서 엄청 흥분하고 있더라고요. 너무 재밌는 거에요. 수준으로 따지면 저희 아이 초등학교 3학년의 경기하고 유명 하키팀의 경기는 스포츠 수준으로 따지면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인데 제가 케녹스 하키 경기에는 아무 관심 없으면서 농구팀에 가서 열광하고 있는 절 보면서 뭘 느꼈냐면 '스포츠의 수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접촉점'이구나', '나랑 상관이 있는 팀이 되게 되면 모든 경기가 재미있게 되는데 나랑 상관없는 팀이면 아무리 높은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도 재미가 없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제가 느끼는 첫 번째는 춘천에 2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있는데 왜 경기장에 몇 천 명밖에 오지 않을까. 그 이유는 올 이유가 없는 거거든요. 경기장에 와서 강원FC를 응원하고, 즐길 이유가 없는 강원도의 축구 팬들에게 그 이유를 찾아주고 만들어주고 연결시켜주는 것이 저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영표> 코로나라서 어려운데요. 하하. 참 어렵다고 하기 힘든 게 오늘도 저희 협찬사 회장님을 한 분 만나고 왔는데, 비즈니스가 잘 돼야 광고비나 이런 것도 더 늘어나고 할 텐데 모두가 어려우니까요. 제가 그걸 보면서 '우리가 어렵다고 할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협찬사들이 훨씬 어렵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예를 들어서 LED보드 광고가 4~5천만 원이고 1억의 광고비를 받으려고 하면 어떤 기업에서 1억을 준다는 것은 영업이익이 7~8%라고 봤을 때, 이미 매출이 최소 13억 원에서 15억원 어치의 매출을 올려야 1억이라는 순수익이 떨어지면 이건 엄청나게 잘 한 비즈니스 거든요. 그런데 저희한테 단순히 1억을 준다는 얘기는 15억 원 매출의 값이 1억이기 때문에 15억을 준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우리 구단에서는 접근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1억을 왜 안 해주지가 아니라 그 뒤에 눈에 보이지 않는 금액까지 다 계산을 한 후에, 그 돈의 소중함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협찬을 요청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국에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어렵다고 말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어렵지 않은 것도 아니고요. 그런 상황입니다. 하하.
◇박윤경> 지금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기도 하시잖아요. 이영표 대표이사의 선수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국 축구도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을 거 같은데, 그동안 우리의 축구가 어떤 변화가 있었고 지금 어느 정도 수준에 와있다고 보세요?
◆이영표> 저는 2002년 월드컵이 한국 축구의 전과 후를 나눈 기준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물론 그전에도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특히 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한국 축구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전에는 전용구장이 포항과 전남에만 있었는데 그 후로 정말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만한 전용구장을 지역마다 여러 개씩 가지게 됐거든요. 이런 환경적인 면이나 행정적인 면에서 폭발적 발전이 일어났어요.
그런데 문제는 뭐냐면 우리가 지난 20년 동안 상당히 많은 발전을 했는데 우리만 발전한 게 아니라 다른 나라도 폭발적으로 발전을 했다는 거죠. 특히 얼마 전 보셨겠지만 레바논이나 이라크나 베트남, 태국 등 과거에 우리랑 경기를 하면 7~8골이 난 국가들이 축구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고 엄청 성장을 하고 있는 추세거든요. 중국만 보더라도 지난 5년 동안 중국 전역에 2만 8천개의 축구장을 만들었어요. 엄청난 투자를 한 거죠.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발전을 하고 있으나 일본 등과 같은 우리의 경쟁국가도 동시에 발전하고 있고,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거기는 우리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우리의 발전이 빛을 바라지 못하고 퇴보한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이런 것들이 좀 걱정입니다.
◇박윤경> 보시기에 우리나라는 축구와 관련해서 제도적인 것이나 지원 등 어떻게 보시나요?
◆이영표> 이 얘기를 할 때 부딪히는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 축구는 한국 안에서 상당히 인기 있는 스포츠거든요. 한국에서 정말 다양한 스포츠가 있지만 축구, 야구는 메이저 스포츠로 엄청나게 좋은 조건에서 많은 투자를 받으면서 운동을 하고 있어요. 레슬링이나 역도 같은 다른 다른 종목에 비하면 저희는 정말 많은 지원을 받고 있는 거거든요. 국가적인 것이나 어떤 부분에서 지원을 요청할 때 형평성이라는 단어가 딱 나오기 시작하면 축구가 그렇게 할 말이 있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비인기종목에서 힘든 종목이 너무나 많거든요.
그런데 좀 전에 말씀 드린 것처럼 우리의 경쟁 국가들이 축구에 투자하는 양과 열정을 보면 저희가 형편없기 시작하는 거죠. 이 두 가지가 겹치기 때문에 눈을 안으로 돌리면 '여기서 또 지원해달라고 할 수 있나'라는 생각도 들고, 눈을 밖으로 돌리면 '매번 월드컵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축구를 통해서 느껴왔던 자긍심이나 기쁨들을 못 드리는 거 아닐까'라는 위기감이 동시에 있는 거죠. 모르겠어요. 만약 축구가 올림픽보다 월드컵이 훨씬 더 비즈니스의 가치가 높고 돈도 더 많이 움직이거든요. 그리고 아프리카, 남미, 유럽, 아시아, 중동, 오세아니아 등 전 세계가 지금 축구로 다 경쟁을 하기 시작하잖아요. 이런 측면에서 우리가 일본에 지면 그 다음날 전 국민들 표정이 안 좋아요. 그렇다면 물론 축구인이니까 이런 말을 한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축구에 더 많은 투자가 있어야 축구를 통해서 국민들에게 더 기쁨을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윤경> 축구인 이영표, 한국 축구를 위해서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이영표> 저는 특별하게 계획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제가 예전에 엄청나게 많은 계획을 세워봤는데요, 인생이 제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경험하고 나서 계획을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과거하고 오늘을 연결시키면 자연스럽게 내일의 방향이 그려지는 거 같아요. 점 하나만 딱 있으면 이 점이 어느 방향으로 연결되는지 알지 못하잖아요. 그런데 점 하나가 있는 상태에서 360도 어디든 또 다른 점을 찍어서 둘을 연결하면, 그리고 첫 번째 찍었던 것이 과거이고 두 번째 찍은 것이 현재라고 정의하면 자연스럽게 세 번째인 미래에는 어디에 점이 찍혀질지 알게 되는 거죠. 그러면서 이제 점이 선으로 연결되면서 그림이 그려지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오늘을 최선을 다해서 살면 그 모습이 자연스럽게 내일을 상상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그렇게 흘러가려고 하고 있어요.
◇박윤경> 이영표 선수하면 성실함이라는 단어가 항상 먼저 떠오르는데 변함이 없으시네요. 그 이야기를 왜 이렇게 어렵게 하신 거예요.
◆이영표> 하하. 제가 쉬운 말을 어렵게 하는 특기가 있어요.
◇박윤경> 강원FC, 강원도민의 팀이잖아요. 도민 여러분들에게 대표이사로서 한 말씀 해주세요.
◆이영표> 강원FC 존재의 이유는 분명합니다. 스포츠라는 말이 '즐기다'라는 어원에서 나왔거든요. 그러니까 '스포츠가 왜 존재해야하는가'는 곧 '강원FC가 왜 존재해야 하는가'하는 이유와 일맥상통하는데요. 매일 같이 반복되는 하루에 지친 인간이 일이 끝난 다음에 즐거운 걸 하길 원했어요. 그래서 만들어진 게 스포츠고 이 스포츠의 목적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일상에 기쁨과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 만든 게 스포츠거든요. 그러면 강원FC의 목표는 우리 팬들에게 일상의 지루함에서 벗어나서 기쁨과 즐거움을 드리는 거죠. 어떻게 드릴 수 있냐면 저희가 이기면 기뻐하시더라고요. 정직하고, 신뢰를 주고, 스포츠 팀다운 행동을 하면 기뻐하시더라고요. 그것이 저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팀을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박윤경> 네, 강원FC가 강원도민에게 기쁨이 되고 즐거움이 되는 팀으로서 활약하길 기대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강원FC 이영표 대표이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