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시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민간 위탁·보조 문제에 대해 안타깝게도 당장 시정 조치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바로 전임 시장이 박아놓은 '대못'들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조례, 지침, 협약서 등 다양한 형태로 시민단체에 대한 보호막을 겹겹이 쳐놓은 것"이라며 "특히, 전임 시장 시절 만든 '서울시 민간위탁 관리지침'에는 행정의 비효율을 초래하는 각종 비정상 규정이 대못처럼 박혀 있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에 따르면 첫 번째 대못은 종합성과평가를 받은 기관은 같은 해에는 특정감사를 유예해주도록 한 규정이다.
오 시장은 "종합성과평가는 민간위탁을 받은 기관이 당초 세운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지 여러 지표를 통해 평가하는 것이고, 감사는 기관 운영이나 사업수행 과정에서 불법·부당함이 없는지를 살펴보는 것으로 목적과 내용, 방법이 모두 다르다"며 "하지만, 전임시장 때에 만들어진 해괴한 민간위탁지침은 위탁사업을 수행하는 단체에 대한 최소한의 통제도 제때 못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지침 때문에 사업 담당 공무원의 지도감독 과정에서 위법이 의심되는 점이 발견되어도 시 감사위원회가 즉시 감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잘못을 덮고 은폐할 시간을 줄 수밖에 없다고 오 시장은 설명했다.
심지어 비리, 갑질, 성폭력 등 심대한 문제로 시민 민원이나 내부고발이 있어도 즉시 감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시 조례와 지침에 따르면 민간위탁 기간은 원칙적으로 3년 이내로 하게 되어 있어
기존 제도 하에서도 3년에 한 번씩 공개입찰을 통해 수탁기관을 바꿀 수는 있다"며 "그러나 관련 지침과 현재 서울시에서 사용하는 '민간위탁 표준 협약서'에는 수탁기관이 바뀌어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승계 비율이 80% 이상 되도록 하게끔 획일적으로 규정돼 있다"고 오 시장은 밝혔다.
그는 "다양한 시민들의 행정 참여 기회를 보장하려는 취지로 규정이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그 취지로만 운영되었는지 의문"이라며 "현재 서울시의 220여 개 위원회에는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고 말했다.
또 "수탁기관을 선정하는 적격자 심의위원회는 물론이고 보조금 단체를 선정하는 위원회까지
시민단체 출신들이 자리를 잡고 자기편, 자기식구를 챙기는 그들만의 리그가 생겨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이와 같은 체계화된 '대못' 시스템이 10여 년간 지속돼 왔다니 참으로 개탄스러울 따름"이라며 "묵은 문제들을 즉시 일거에 뿌리 뽑고 싶지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지만 시민들과 서울시 직원들을 믿고 묵묵히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민간 위탁사업 등에 10년간 1조원이 들어갔다고 밝힌 바 있는 오 시장은 "1조 원은 근거 없는 금액이 아니다"라며 최근의 예산내역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또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약 9개월간 민간보조금과 민간위탁금으로 집행된 금액만 1160억 원에 이르고 지원을 받은 단체도 887곳이나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