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전략자산으로 취급되는 이들 무기들이 공개되던 날,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시험발사했다. 북한이 우리 측 일정을 감안해 발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남북한이 각자 계획에 따라 국방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같은 날 일제히 대중에 공개된 셈이다.
실제로 북한이 이날 밤 노동당 김여정 부부장 명의로 담화를 내 반발하고 나섰다. 축하와 함께 우려도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SLBM 첫 비행시험, 대통령 앞에서 성공…"북한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이 SLBM 첫 비행시험을 하는 자리였으며 그전에는 실제 잠수함에서 수중 사출을 해 부스터에 점화를 시키는 과정까지만 진행됐다고 밝혔다.
SLBM 발사는 '콜드 런치' 기술을 적용하는데, 캐니스터(수납통)에 담겨 물 위로 나온 뒤 캐니스터에서 미사일이 분리돼 자체 추력으로 날아간다. 군은 수조에서 시험을 할 때 메인 추진기관 점화에 성공하긴 했지만 실제 잠수함 탑재 시험에서는 그 직전 단계인 부스터 점화까지만 성공했었다.
문 대통령은 비행시험 성공을 지켜본 뒤 "우리의 미사일 전력 증강이야말로 북한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면서도 "오늘 우리의 미사일 전력 발사시험은 북한 도발에 대응한 것이 아니라, 우리 자체적인 미사일 전력 증강 계획에 따라 예정된 날짜에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행사 앞두고 북한도 탄도미사일 2발 발사
합동참모본부는 15일 "우리 군은 오늘 오후 12시 34분과 39분쯤 북한 평안남도 양덕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며 "비행거리는 약 800km, 고도는 60여km로 탐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1일과 12일 장거리 순항미사일 발사시험을 한 뒤 사흘만이다. 올해 3월 25일 북한 국방과학원이 시험발사한 '신형전술유도탄' 비행거리인 600km보다 200km 늘어난 수치이기도 하다. 고도는 3월 발사 때와 비슷하다.
미사일이 멀리 날아가고 착탄 지점이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정확히 탐지하기는 더 어렵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번 미사일 또한 실제로는 더 멀리 날아갔을 수 있다. 또는 3월 25일에 발사한 미사일이 정상적인 사거리보다 더 적게 날아갔을 수도 있다.
북한 관례를 생각해볼 때 관련 내용을 16일 관영매체를 통해 발표할 수 있는데, 합참은 제원 등에 대해서는 정밀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비행거리가 그전에 쐈던 단거리 탄도미사일보다 늘어난 800km라는 점에서 북한이 지난 8차 당대회에서 예고했듯, 전술핵무기 등을 탑재할 수 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남북한 미사일 개발 '마이웨이'…무한 군비경쟁 악순환 우려도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는 이날 오후 긴급회의를 열고 "정세 안정이 매우 긴요한 시기에 이루어진 북한의 연속된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미국을 비롯한 유관국들과 배경 및 의도를 정밀분석하면서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군 당국이 SLBM뿐만 아니라 초음속 지대함 순항미사일, 현무-4 탄도미사일을 기반으로 탄두중량을 획기적으로 늘린 고위력 탄도미사일까지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까지 공개하자 곧바로 반발이 나왔다.
그는 "남조선(한국)의 '국방중기계획'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라며 "'국방중기계획'이 특정한 누구를 겨냥한 것이고 조선반도(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바람직하지 않은 일임을 스스로 인정한다면 우리도 한사코 남조선이 우리의 계획과 해당 활동을 걸고든다 해도 무방하고 당연하다 여겨 줄 것이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북한은 틈날 때마다 우리 군 첨단무기 도입과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며 자위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여러 무기를 개발해 왔다. 이는 올 초 8차 당대회에서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싸잡아 비난하며 국방력 강화를 천명해 왔다는 움직임과 정확히 일치한다.
물론 오랫동안 계속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우리가 대처하지 않을 수 없으니 맞대응 전력 개발은 필연적이다. 북한을 적으로 상정하긴 하지만 북한만 생각하고 미사일을 개발할 리도 없다.
실제로 국방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요즘 북한이나 주변국 상황 변화가 많았는데 열심히 노력했다. 방위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무기체계를 연구 개발했고, 성공에 대해 큰 이정표가 있는 부분도 같이 공개해서 국민들께 알리는 게 좋지 않냐고 봤다"며 "국민들 불안감 문제도 있고, 이러한 사항이 굉장히 중요한 전력 성공이며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여정 부부장은 "자기들의 유사 행동은 평화를 뒤받침하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고 우리의 행동은 평화를 위협하는 행동으로 묘사하는 비논리적이고 관습적인 우매한 태도에 커다란 유감을 표하며 장차 북남(남북)관계 발전을 놓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기도 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우리 국방력 강화는 방어적이고 북한 미사일 개발은 공격적이라는 편향적 논리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김여정 부부장 담화는 자신(북한)들 무기 실험을 위협, 도발이라 칭하는 이중잣대에 대한 경고적 메시지다. 다만 과거 담화와 비교해 볼 때, 실언·유감 등 표현이 있지만 상당히 정제됐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악순환의 연속으로, 군비 축소라는 평화 지향이 아니라 군비 경쟁이라는 긴장 고조가 되는 셈이다"며 "국민들에게 자주국방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필요성을 설명하는 일은 중요한 접근이지만, 동시에 북한을 자극하는 행위도 되기 때문에 메시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