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15일 1차 컷오프에서 안상수,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최재형, 하태경, 홍준표, 황교안 후보(가나다순)가 통과했다고 밝혔다. 선거법상 순위와 득표율은 공개가 금지돼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윤 전 총장과 홍 의원 사이 초박빙 접전이 벌어지는 분위기다. 1차 컷오프는 '당원 20%‧일반여론조사 80%' 방식을 적용했는데, 당원 투표에선 윤 전 총장이 압도적인 표차로 1위를 차지했고 일반여론조사에선 홍 의원이 선두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고발 사주 의혹이 터지면서 윤 전 총장에게 전통 보수 지지층 표심이 결집했고,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홍 의원은 일반여론조사에서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윤 전 총장 캠프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당원 투표에서 윤 전 총장이 1위는 맞지만, 여론조사에선 홍 의원에게 밀린 것 같다"며 "토론을 앞두고 심기일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홍 의원 캠프 관계자도 통화에서 "그동안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인 상승세가 당 경선에도 이어지고 있다"며 "당원과 일반 여론을 합친 최종 결과도 근소한 차이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사실상 당내 경선후보들 간 첫 토론에선 1위 주자인 윤 전 총장을 향한 집중 공세가 예상된다. 특히 고발 사주 의혹에서 파생된 박지원‧조성은 오찬의 '동석자' 논란 등을 두고 윤 전 총장 측과 연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홍 의원에게 관심이 쏠린다. 고발 사주 의혹이 제기된 직후부터 윤 전 총장을 향해 당을 끌어들이지 말고 후보 개인 차원에서 결자해지를 촉구했던 홍 의원은 이날 자신의 캠프 소속 인사가 영수증과 폐쇄회로(CC)TV를 공개하며 알리바이를 제시하자 반격에 나섰다.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쯤 되면 윤 전 총장 캠프에서 허위 정치공작을 한 국회의원 두 명과 네거티브 대응팀의 검사 출신 모 변호사는 퇴출하라"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중에 형사 처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소속 한 전직 의원은 통화에서 "고발 사주 의혹 자체보다는 대처하는 윤 전 총장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며 "메이저 언론 운운하면서 삿대질을 하는 등 고압적인 모습이 중도층에 반감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 캠프 소속 관계자도 통화에서 "광화문 이마 캠프 내에선 후보에 대한 지원보다는 충성 경쟁만 벌이지고 있다"며 "내부 권력 투쟁이 너무 심해서 캠프 리빌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경선이 진행될수록 당원 표심의 반영 비율이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선 과정이 윤 전 총장에게 크게 불리하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2차 컷오프는 '당원 30%‧일반여론조사 70%'가 적용되면서 당원 비율이 1차에 비해 10%포인트가량 상향된다. 최종 후보 선출 경선은 '당원 50%‧일반여론조사 50%'다. 중도 표심이 이탈하더라도 당내 경선에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란 것이다.
한편 4명으로 압축하는 2차 컷오프 통과를 위한 4위 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에 유 전 의원까지 3강 구도를 형성했다는 게 중론인 가운데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4위 쟁탈전도 불붙고 있다. 최 전 원장은 전날 전격적으로 캠프 해체 발표 후 '홀로서기'를 선언한 상태다. 지지율 하락을 반전시키기 위한 충격요법의 일환으로 '나 홀로 선거운동'을 택한 것이다. 최재형 캠프 소속 전직 관계자는 통화에서 "유승민 캠프는 소수지만 전원의 신념이 같고, 홍준표 캠프는 후보 혼자 다 결정하고, 윤석열 캠프는 지지율이 높아서 그냥 끌고 가는 상황"이라며 "최 전 원장 캠프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황이라 변화가 필요했는데, 해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