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부장은 15일 오전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만나 4월 샤먼 회동 이후 5개월 만에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이후 청와대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정 장관과 다시 만나 오찬을 함께하는 등 바쁜 행보를 이어갔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끝난 직후에는 막간을 이용해 한국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도 능수능란하게 대응했다.
특히 이틀 전 이뤄진 북한의 순항 미사일 발사에 대해 "다른 나라들도 군사행동을 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대화를 재개하는 방향으로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북한을 두둔하는 것 같은 발언도 했다.
정 장관과 오찬 회동 직전에 이뤄진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는 뉴스의 중심을 왕이 부장이 아닌 북한으로 이동시켰고, 그는 갑자기 주연에서 조연으로 전락하는 신세가 됐다.
오찬에 앞서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 소식을 보고 받은 정 장관은 식사 자리에서 왕이 부장에게 해당 사실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일방의 군사적 조치가 한반도 상황의 악순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련국의 자제를 언급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비공개 서면 브리핑을 통해 왕이 부장이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의 안부를 전하면서 양국 간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시 주석의 방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해서 소통해 나가기를 희망했다고 밝혔다.
왕이 부장은 청와대 방문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서도 "시 주석은 방한을 매우 중시하고 있지만 현재 코로나 상황이 불안정하다며 상황이 완전히 안정됐을 때 안심하고 고위급 교류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가 발표한 왕이 부장의 문 대통령 예방 관련 자료에는 시 주석 방한과 관련된 왕이 부장의 이런 언급은 빠졌다.
왕이 부장의 방한 목적 가운데 하나가 문 대통령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초청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지만 청와대 브리핑과 중국 외교부의 발표 자료를 보면 왕이 부장이 문 대통령을 초청한다는 시 주석의 발언 등을 정식으로 전달했는지 등은 나와 있지 않다.
다만 서방 국가들을 중심으로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서도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구두 메시지를 받아낸 것은 적지 않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왕이 부장은 미국 의회가 서방5개국 정보공동체인 '파이브 아이즈'를 한국과 일본, 독일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완전히 냉전시대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미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일축했다.
한국이 중국보다 미국에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논란에서 비껴서면서 "중국과 한국은 뗄 수 없는 이웃이자 동반자"라며 "한중수교 30년은 (한·중) 두 민족에게 매우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 줬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문 대통령을 만났을때 "각자의 발전 경로를 상호 존중하고, 각각 핵심 이익과 주요 관심사를 존중하며, 민족, 문화 전통, 국민감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폈다.
또 정의용 장관과의 회담때는 코로나19 기원 조사에 대한 정치화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