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한 공수처가 핵심 증거인 김 의원과의 대화방 확보에 실패하면서 수사는 또 다른 난관에 직면하게 됐다.
제보자 휴대전화 2대 모두 김웅과 대화방 '無'
1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조씨는 공수처로부터 연락을 받고 지난 9일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당시 조씨는 휴대전화 2대와 김 의원과의 대화방 등을 캡처한 이미지 파일 등이 담긴 USB등을 공수처에 제출했다. 공수처 수사팀은 조씨가 참석한 상황에서 휴대전화를 포렌식 해 지난해 4월 3일 김 의원이 전달한 고발장 등을 다운로드한 로그 기록 등을 확인하고, 조씨에게 휴대전화를 돌려줬다.하지만 조씨가 공수처에 제출했던 휴대전화에는 김 의원과의 텔레그램 대화방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화방은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現 고검 인권보호관)이 김 의원에게 직접 고발장을 보냈는지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 근거로 꼽혀왔다.
조씨는 전날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나 뉴스버스의 고발 사주 의혹 보도가 나간 이후 김 의원과의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조씨는 "신분 노출이 끔찍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뉴스버스가) 김 의원한테 전화를 하고 저에게도 통보식으로 (기사가 나간다고) 하다보니 금방 저를 찾아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과의 방이 삭제됐는데도 최초 전송자가 살아있는 파일을 공수처 등에 제출할 수 있었던 것은 조씨가 증거 저장용 텔레그램 계정이 하나 더 있었기 때문이다. 조씨가 공수처에 제출한 휴대전화 중 한 대는 지난해 4월 김 의원과 대화를 주고 받을 당시 사용했던 것이고, 또 다른 한 대는 파일 등을 저장하기 위해 증거 저장용으로 만든 별도의 텔레그램 계정이 있는 휴대전화다.
조씨가 김 의원으로부터 파일을 받은 뒤 텔레그램 '전달' 기능을 통해 자신의 증거 저장용 텔레그램방에 전송했고, 이후 김 의원과의 대화방을 삭제했다는 게 조씨의 설명이다. 조씨가 김 의원으로부터 받은 파일을 텔레그램 전달 기능을 이용해 자신의 증거 저장용 텔레그램 계정에 전송하고, 이 파일을 또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경우 파일 상단에는 여전히 '손준성 보냄'이라는 최초 전송자를 확인할 수 있다.(현재는 탈퇴한 계정이라고 뜬다)
김웅과 대화 원본 사라져…손준성 아이폰 잠금에 이은 또다른 난관
조씨가 김 의원과의 대화방을 폭파하고 포렌식에 제출함에 따라 공수처 수사팀은 또 하나의 난관에 직면하게 됐다. 공수처는 앞서 압수수색 과정에서 손 검사의 아이폰을 확보했지만 잠금 기능이 설정돼 있어 분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대화방이 사라지면서 김 의원이 '손준성 보냄' 표시가 된 파일을 조씨에게 전달할 당시 어떤 말들을 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졌다. '손준성 보냄' 표시가 된 파일의 존재만으로는 손 검사가 김 의원에게 직접 문제의 파일들을 보냈다는 가설을 증명할 수 없다. 조씨와 김 의원간 대화가 중요한 이유다. 조씨는 해당 대화방의 주요 대화 내용을 스크린 캡처해 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편집된 캡처가 원래 대화방 만큼 증거 능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은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윤 전 총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손 검사가 범여권 관계자들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해 당시 미래통합당(現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인 김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것으로, 윤 전 총장-손 검사, 손 검사-김 의원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게 필수다.
지금까지 고발장의 최초 전송자가 손 검사라는 정황 증거들은 제시됐지만, 누가 작성했는지 손 검사가 누구로부터 전달 받았고 누구에게 줬는지 등은 오리무중이다. 공수처는 조씨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을 완료했지만 유의미한 자료를 확보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손 검사는 전날 두 번째 입장문을 내고 "본건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고발장과 첨부자료를 김 의원에게 전달한 사실이 결코 없다"며 의혹을 더욱 강하게 부인했다. 당초 첫 입장문에는 빠졌던 고발장 전달 의혹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조씨가 가장 확실한 물증인 김 의원과의 대화방을 폭파한 이유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조씨는 개인신상이 노출될 것을 우려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핵심 증거인 대화방을 폭파하고 복사본만 남겨둔 채 포렌식을 요청한 행위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씨는 이에 대해 "서버에 (증거들을) 살려놓으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