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테니스협회가 사무처 집기 및 비품에 대한 압류를 당했다. 전임 집행부의 소송 패소에 따른 부채 해결이 되지 않은 탓이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 내 대한테니스협회 사무실을 방문해 협회의 유체 동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시행했다. 민사집행법 제188조와 189조에 의거한 것으로 컴퓨터와 프린터 및 사무실 비품 등 협회 동산에 대한 압류 조치다.
대한체육회 산하 종목 단체가 채무로 인해 법원에서 압류 조치를 당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법원은 절차에 따라 곧 압류 물품에 대한 경매 처분에 들어갈 예정이다. 자칫 협회 행정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협회는 지난 2015년 주원홍 전 회장 시절 알바천국, 벼룩시장 등을 운영하는 중견 기업 미디어윌로부터 30억 원을 빌려 경기도 구리시 육사테니스장을 리모델링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테니스장을 위탁 운영하는 대신 협회에 부채 30억 원 상환 불이행에 대한 민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협약도 체결했다.
당시 협회와 미디어윌 수장의 특별한 관계에 따라 가능한 계약이었다. 미디어윌 주원석 회장은 테니스 국가대표 및 감독을 지낸 주원홍 회장의 친동생으로 협회 부회장을 두 차례 맡았고, 대한장애인테니스협회장도 역임한 바 있다.
하지만 주원홍 회장이 협회장 선거에서 재선되지 않으면서 일이 틀어졌다. 후임 곽용운 회장은 미디어윌과 협약 무효를 선언하고 육사테니스장을 직접 운영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미디어윌은 협회에 대여금 30억 원 반환 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 모두 승소했다.
협회는 지난 3월 대법원 상고를 취하한 가운데 원금 30억 원에 이자까지 58억 원의 부채를 안게 됐다. 일단 미디어윌은 전 집행부 시절 협회에 대한 금원 압류를 통해 이자 일부(12억 원)를 변제받은 상황. 그러나 여전히 45억 원의 부채가 남아 있고 매월 이자만 5000만 원 가까이 붙고 있다.
당초 지난 1월 선거에서 당선된 신임 정희균 회장은 "미디어윌 쪽에 원금만 갚는 쪽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열악한 협회 재정 상황에 상환이 이뤄지지 않았다.
미디어윌 관계자는 "협회에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협약서를 맺고, 여러 차례 육사코트의 원활한 해결을 위해 협회에 제안했다"면서 "하지만 협회가 이를 모두 거부했고 법적 결정도 내려진 만큼 대여 원금과 이자를 전액 환수할 예정"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또 미디어윌은 협회를 상대로 민사집행법 제70조에 있는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 신청도 추진하고 있다. 협회가 채무불이행자명부에 등재되면 은행연합회에 통지돼 금융거래에 제약을 받는다. 협회가 파산할 경우 사고 단체로 전락, 집행부가 해산돼 체육회의 관리 단체로 지정된다.
이에 정희균 회장은 "협회장 취임 뒤 인수인계를 받는 과정에서 재정 상황이 너무 열악해 정상화하느라 솔직히 채무 문제를 신경쓸 여력이 없었다"면서 "그런데 이렇게 압류까지 들어와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며 난감해 했다. 이어 "없는 살림에도 남자 대표팀의 뉴질랜드와 데이비스컵(국가 대항전) 경기 비용으로 1억2000만 원을 마련하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다"면서 "미디어윌 사태 해결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협회가 부채 해결 의지가 없다는 것은 오해라는 의견이다. 정 회장은 "협회 혁신위원회 최대우 위원장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주원석 회장과 여러 차례 만나자고 했지만 그럴 의사가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주 회장과 절친한 변호사 분을 통해서도 연락했지만 10일 전에 불가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이어 "도쿄패럴림픽에 한국 선수단장으로 다녀온 주원홍 회장과 먼저 만나야 하나 검토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부채 상환은 책임지고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정 회장은 "당장 갚을 수는 없는 만큼 상환 계획을 세운 뒤 미디어윌과 만나려고 했다"면서 "나 몰라라 하지 않고 부채 문제를 해결할 것인 만큼 늦어진 면이 있지만 미디어윌과 연락해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