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자영업자들의 '비극'…"이대로는 정말 다 죽는다"

소상공인연합회·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
"도와주세요 아닌 살려주세요"
"하루 1000곳 매장 폐업…죽음 내몰리는 소상공인 비극 막아야"

오세희(왼쪽 세 번째)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을 비롯한 소상공인들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 회의실에서 영업제한 폐지 및 완전한 손실보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20년 넘게 서울 마포에서 맥주집을 운영했던 50대 소상공인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영난과 생활고를 버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같은 날 전남 여수에서 치킨집을 하던 소상공인도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년 6개월이 넘는 코로나 영업제한으로 이제는 버티다 못한 소상공인들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인원 제한 등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제한 철회와 손실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오세희 연합회 회장은 "지난 1년 6개월 동안 자영업자들은 66조가 넘는 빚을 떠안았고 45만 3000개, 하루 평균 1000여개 매장이 폐업했다"며 "죽음까지 내몰리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극한 비극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는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에 △전국자영업자비대위 탄압 중지 △과도한 영업 제한 철폐 △온전한 소상공인 손실보상 촉구 △생활방역위원회, 손실보상심의위원회 참여 보장 △대출 만기연장·이자 상환 유예 등 5개 요구사항을 전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지현 전국공간대여업협회 회장은 "자영업자는 대출을 대출로 갚아야 하고, 작년에 받은 대출은 상환 기간이 도래했다. 더는 제2금융권에서도 대출을 받지 못하고, 이제는 마지막 선택을 하고 있다는 제보가 매일 쏟아진다. 지금은 '어렵다', '힘들다', '도와주세요'가 아닌 '살려주세요'다"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소상공인에 대한 과도한 영업제한을 철폐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기홍 전국자영업비대위 공동대표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는 현재의 방역 정책은 사실상 실효성이 없음이 입증됐다"며 "정부는 이제 '위드 코로나'로 방역정책을 전환해 소상공인들에게 온전한 영업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방법으로 △영업시간 제한, 인원 제한 중심의 현 거리두기 방역 지침 철회 △위중증 환자 위주의 관리, 개인과 업소의 자율적인 방역 책임성을 강화하는 책임방역으로 방역체계 전환 △궁극적으로는 전 소상공인 업종에 영업제한을 철폐 등을 요구했다.

이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피해에 대한 손실보상을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대표는 "영업제한에는 피해 보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며 "정부는 손실보상법 제정으로 7월 이후의 소상공인 피해에 대해 온전히 보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장이 14일 서울 영등포구 산림비전센터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전국자영업자비대위 공동기자회견에서 위드코로나 전환 및 손실보상 촉구 등 발언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이어 "소상공인지원법에서는 손실보상 대상을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집합금지 조치 등으로 명시하고 있다"며 "작은 매장에서 테이블간 거리두기, 샤워실 운영금지, 숙박업의 투숙룸 제한 등 업종에 따라 사실상 집합금지와 다름없는 인원제한 및 영업행태 제한의 경우도 반드시 손실보상의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원 및 영업행태 제한도 사실상의 영업제한 조치에 대당하는 만큼 그에 맞는 손실 보상이 필요하단 뜻이다.

이와 함께 부가세를 현행 10%에서 5%로 한시적으로 인하하고, 간접세 성격의 전기세 등의 비용 또한 한시적으로 인하할 것을 요구했다. 임대인 세액공제 기간 연장과 소상공인 임대료 직접 지원 등도 호소했다.

아울러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즉시 시행하고, 정책자금 대출 또한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상공인들이 보증부 대출을 받고 이를 일자리 유지에 활용하면 상환금을 감면하는 '한국형 PPP제도' 도입도 제안했다.

한편 이들은 지난 8일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차량시위로 김기홍 자영업비대위 공동대표가 검찰에 송치된 것과 관련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고통받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절규를 듣기는커녕, 정당한 차량행진마저 탄압에 나서는 정부의 행태에 강력히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경찰은 김기홍 자영업비대위 대표를 무혐의 처분하고 경찰은 정당한 차량 행진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차량 시위를 주도했던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바 있다.

업계에선 언론이 모르는 죽음이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김기홍 대표는 "언론에 이렇게 조명이 되기 전부터 많은 분들이 생을 마감하셨다"며 "하루에도 '유서씁니다'라고 연락오는 분이 몇명이나 된다. 참담한 심정이다. 자영업자들은 이미 초상집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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