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고 대표 측은 지난달 말쯤 피해자 수십명으로부터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서를 받아내 경찰에 제출했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면서 구속될 위기에 처하자 뒤늦게 피해보상안을 마련해 합의를 얻어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마저도 '사기' 정황이 짙다는 점이다. 합의서에 따르면 고 대표 측은 '치아네트워크(XCH)'(치아코인) 가상화폐 채굴기를 한 업체로부터 임대해 피해자들에게 일정 기간 동안 무상 제공한 후 채굴량을 통해 피해를 보상하겠다는 입장이다. 합의서에는 "5000만원 이하 - 무상제공 1대 - 기간 6개월", "1억원 이상 - 무상제공 2대 - 기간 12개월" 등이 적혀 있다.
하지만 가상화폐 채굴 업계에서는 치아코인 채굴기의 경우 '댓수'로 표현하지도 않을뿐더러, '1대'의 용량을 최대로 계산하더라도 6개월에 5천만원 수익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치아코인 채굴기 임대를 전문적으로 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치아코인 채굴기는 다른 코인과 달리 1대, 2대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다. 하드웨어 용량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라며 "1대의 용량을 약 200TB(테라바이트)로 계산한다고 치더라도 6개월 동안 5천만원 수익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만약 1대를 약 200TB로 보고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치아코인 1개를 캐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1일 소요된다고 한다. 현재 치아코인 1개 가격은 약 210달러(한화 약 25만원) 수준으로 6개월(180일) 동안 캔다고 가정하면 약 2천만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피해자들은 고 대표 측이 갑자기 고령 피해자들에게 연락해 '일단 인감증명서부터 달라'고 했다며 부랴부랴 합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구속영장 신청이 임박해오자 서둘러 작성했다는 것이다. 실제 고 대표 측은 이렇게 작성한 합의서 수십장을 수사기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고 대표 등은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및 사기 혐의로 입건돼 지난 3월쯤부터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로부터 수사를 받아 왔다. 이들은 2019년 말쯤부터 QRC뱅크 등 4개 금융투자회사를 운영하며 "300%의 수익금을 주겠다"고 속여 2천억원 이상을 끌어모은 혐의를 받는다.
지난 3월 25일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경찰은 계좌를 동결하고 범죄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법원으로부터 추징보전 조치를 받아냈다. 하지만 피해 액수가 많고 피해자만 5천여명에 달하는 상황이라 실질적인 피해 회복으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피해자 중에는 조선족이나 탈북민 등 경제 취약계층이 주로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사건 조서를 검토한 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