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친화력과 정치력으로 경선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신만의 '한 방'을 갖추지 못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거물 정치인의 후보직 사퇴로 인해 나머지 후보 캠프들의 전략 수정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경제·정치 두루 두각 나타낸 DJ키드…자신만의 브랜드 구축 실패가 패인
기업인 출신인 정 전 총리는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입으로 정계에 입문한 후 경제 정책과 중앙 정치 모두에서 능력을 입증한 중량급 정치인이다.
지역구를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서울 종로로 옮겼음에도 내리 6선에 성공한 국회의원이었으며, 산업자원부 장관, 국회의장, 국무총리 등 다양한 중책을 맡기도 했다.
20대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냈음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으로 국회의장 보다 의전 서열이 낮은 국무총리를 역임하면서 친문 진영의 신임을 얻기도 했다.
이러한 화려한 경력에 힘입어 민주당 대선 경선이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 전 총리의 3파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추진력을 강점으로 하는 이 지사는 독자 지지층 확보로 이미 대세를 형성했고, 고향과 이미지, 커리어가 유사한 이 전 대표가 겹치는 지지층을 먼저 가져가면서 지지율이 저공비행한 것이다.
특히 문재인정부 초대 총리를 지내면서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효과를 톡톡히 누려 한 때 대세를 형성했던 이 전 대표와 달리 임기 내내 코로나19 대응에만 급급했던 점도 악재가 됐다.
폭넓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본경선이 시작되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TV토론회나 순회 연설에서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지난 12일 1차 슈퍼위크에서 자신의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4.27%, 4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 사퇴 결심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
"우리 캠프에 유리" 與 주자들 동상이몽
선두 경쟁 중인 이재명 지사 캠프와 이낙연 전 대표 캠프는 정 전 총리의 중도 하차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전 총리 지지층의 성향 상 이 전 대표로 지지후보를 바꿀 가능성이 높은데, 세력이 크지 않아 이 전 대표의 득표율 상승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호남 출신인 이 전 대표로 정 전 총리의 지지층이 향하게 된다면, 한때 이 지사의 과반 득표 행보로 다른 후보를 지지했던 당신과 민심이 다시 이 지사 지지로 돌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앞선 경선을 통해 정 전 총리의 지지층이 생각보다 결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이 전 대표로 호남 표심이 결집할 수 있다는 우려는 이 지사 지지층의 위기감을 고조시킬 수 있는 만큼 과반 득표를 통해 본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적극 호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원직 사퇴와 이 지사에 대한 도덕성 공격을 통해 지역 경선보다 1차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 더 높은 득표율을 얻은 기세와 정 전 총리의 사퇴효과를 합해 홈그라운드인 호남 경선을 어떻게든 1위로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 전 총리의 지지층이 얼마 안 된다는 분석이 있지만 민주당의 심장인 호남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둔다면 그 파급효과는 단순한 후보 단일화 수준을 넘어서게 된다"며 "추석 밥상 민심에서 이번 사건이 다뤄지면 질 수록 이 전 대표의 지지세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1차 슈퍼위크를 통해 10%대 득표율에 진입하며 3위를 달리고 있는 추미애 전 법무장관 측은 정 전 총리의 사퇴를 이끌어냄으로써 추 전 장관의 저력을 확인한 만큼 향후 행보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 대선주자이자 추 전 장관의 정적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검찰 고발 사주 연루 의혹이 정치권 최대 이슈로 부상한 만큼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추 전 대표의 상승세 역시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