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고발 사주' 정국에 대처하는 검사 4인방의 필살기

말바꾸기와 꼬리자르기, 모른체하기로 빠져나가기
윤석열은 "국정원 정치공작"으로 물타기 시전
본질은 고발장까지 제시된 고발 사주 의혹
정치 초년생으로서 꼼수보다는 신선한 감동을 줘야
검사스럽지 못한 대처가 검수완박에 정당성을 줄 수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정점식 의원, 손준성 검사, 김웅 의원. 윤창원·이한형 기자
검찰이 야당을 활용해 여권 인사들을 고발하도록 사주했다는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에 4명의 전현직 검사의 이름이 등장한다.
 
정치인 또는 검사로서 최대 위기를 맞은 4명의 전현직 검사들의 각기 다른 대처법이 눈길을 끈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은 이제 갓 50세인데 치매 노인처럼 기억이 왔다갔다 한다.
 
본인이 고발장을 '건넨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며 수시로 말을 바꾼다.
 
김웅 의원을 세상에 알린 검사 시절 경험을 담은 책 '검사내전'을 보면, 김웅 검사는 수십 년 전 사건까지 세세히 기억해내지만 고발 사주 건은 불과 1년 전 일인데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지난 1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 국민의힘 김웅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압수수색에 들어간 가운데 김웅 의원이 사무실 앞에 잠시 나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창원 기자
수시로 바뀌는 '같기도'식 말바꾸기에 당내에서조차 불만이 터져 나왔다.
 
고발장 초안이 오가는 정거장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은 무조건 '꼬리자르기'다.
 
고발장과 거의 똑같은 내용의 초안이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 법률지원단장이었던 정 의원을 거쳐 대검에 제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기사: [단독]국민의힘, '최강욱 당 고발장' 정점식 통해 전달…지도부도 사전 인지)
 
정점식 의원은 이에 대해 "보좌관을 통해 들어왔다"며 "출처는 모른다"는 입장이다.
 
당시 미래통합당 업무 처리 과정에 역할이 분명해 보이지만 자신을 고발장 유통 경로에서 애써 빼려 하고 있다.
 
현직 검사인 손준성(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부장검사는 "황당한 내용으로 아는 바가 없어 해명할 내용도 없다"고 단칼로 부인했다. 속된 말로 완전 '모른체하기'다.
 
심지어 휴가를 가버리고 언론을 피해 다니며 사실상 잠수를 타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금천구 즐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국민 시그널 면접'에 참가한 윤석열 후보가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번 의혹의 정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검사장과 부장검사에 그친 앞선 3명의 검사들과 클래스가 다르다.
 
앞서 검찰 후배들이 보여준 꼬리자르기와 모른체하기를 모두 보여주고 이에 보태 '물타기'까지 시전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측은 "재직 중에 어느 누구에게도 고발을 사주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옛 범죄정보담당관)을 '측근이 아니다'라고 꼬리자르기에 나섰다. 이러다 한동훈 검사장마저 측근이 아니라고 할 기세다.
 
특히, 박지원 국정원장과 제보자인 조성은씨의 만남 사실이 알려지자 현 정권의 정치공작으로 물타기를 하고 있다.
 
박지원 국정원장이 조성은씨와 협작해 고발 사주를 공작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명박 국정원에 이어 현 정권의 도덕성을 붕괴시키는 또 하나의 위선적 사건이다.
 
윤석열 전 총장 측은 두 사람의 만남 사실 외에 정치공작을 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며 반박해야 국민적 공감을 얻을 것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공수처의 김웅 의원실 압수수색 관련 절차상 문제점과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지원 국정원장과의 만남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한편 박지원 국정원장은 조성은 전 부위원장과 만나기는 했지만 해당 의혹에 대해선 전혀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고발장까지 제시된 '고발 사주' 의혹이다. 고발 사주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국기를 흔드는 헌정사 초유의 사건으로 검찰의 존립을 위협하는 일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정치에 정식 입문한 지 불과 100일도 되지 않은 초년생이다.
 
정치적 비전도 부족하고 실수도 잦지만 이런 '날 것'의 모습이 신선함을 주기도 한다.
 
대선주자로서 부족한 정치적 경륜을 채워나가야 하지만 구태정치인의 정치적 꼼수부터 배워서는 곤란하다.
 
불리하면 말바꾸기와 꼬리자르기, 모른체하기로 회피하고 정치적 쟁점에는 물타기로 본질을 흐리며 빠져나가려 하는 것이 전형적인 구태정치인의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의 위선과 선택적 공정이 드러나는 중심에 검찰개혁이 있었고 그 후폭풍이 초유의 검찰총장 출신 대선주자를 낳았다.
 
고발 사주 의혹은 대선 초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 사건에 주요 인물로 등장한 검사들이 하나 같이 꼬리자르기와 물타기로 일관하고 있어 진상조사가 요원해 보인다.
 
여당의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구호에 많은 국민들이 우려를 나타내는 것은 검사들의 헌법정신 수호 의지를 믿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고발 사주 의혹 정국에 대처하는 4명의 전현직 검사들의 '검사답지 못한' 필살기는 검찰을 죽일 수 있는 흉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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