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세 모녀 살해' 김태현 사형 구형…"교화 가능성 없어"

지난 3월 게임에서 만난 여성 스토킹 뒤 일가족 살해
김태현 '우발적 살해' 주장에 검찰, "신빙성 떨어진다"
김태현 "평생 속죄하며 살겠다"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 박종민 기자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25)에게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다.
 
13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오권철 부장판사)에서는 살인·절도·특수주거침입·정보통신망침해·경범죄처벌법위반 등 5개 혐의로 기소된 김태현의 결심 공판이 열렸다.
 
이날 검찰은 범죄의 잔혹성과 김태현의 인명 경시 특성, 재범 위험성 등을 이유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해자에 대한 강한 반감이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됐다"며 "생명을 부정하는 극악한 범죄에 대해 동일범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피고인에게 가장 중한 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자존감이 낮아 거절에 취약하고 피해 의식적 사고와 보복 심리도 갖고 있어 상대방이 자신을 거절할 경우 분노감이 극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또 타인의 고통에 둔감한 것을 보면 공감 능력이 극도로 결여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범행 수법과 관련해서는 "일반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포악한 범행 수법이다"며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무자비했고, 그 과정에서 겪었을 피해자들의 고통은 차마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피고인은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지 않아 교화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 박종민 기자
김태현은 그동안 피해자 가족의 둘째 동생 등 일부 가족을 살해한 동기에 대해 '우발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날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김태현은 "애초 여동생과 어머니는 흉기로 위협한 뒤 청테이프로 제압만 하려 했지만 크게 저항하는 바람에 우발적으로 일을 저질렀고 이후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태현이 범행의 모든 과정을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범행 실행 과정을 보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경우의 수를 따져보면서 피해자 가족이 다수이거나 제압 못하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범행 도구를 미리 소지한 점, 피해자 동생을 살해한 이후 별다른 감정 동요 없이 사전 계획에 따라 행동으로 나아간 점, 동생 사망 이후 모친에 대해서는 어떤 고민도 없이 살해 결심을 하고 곧바로 시행한 점 등에 비추어 계획적인 범행이다"고 밝혔다.
 
또 "(범행 전) '경동맥'을 검색해 살해 방법을 미리 구상하는 등의 모습도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한 정황"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인 측 신문에 이은 재주신문에서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김씨의 진술이 수차례 바뀌어 '우발적' 범행이라는 주장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조사 당시 여동생 살해 과정에 대한 질문에 피고인은 당초 여동생 제압 과정에 있어 청테이프를 사용했단 말을 한 적이 없었지만 이후에는 입과 눈을 막았다는 진술이 나왔다"며 "또 현재 진술에는 눈을 가리지 않았는데 눈을 가리려다 피해자가 저항해 살의를 느껴 살해했다고 번복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김태현이 구속기소 이후 재판부에 총 14번의 반성문을 제출한 것과 관련해서도 진정한 반성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고가 제출한 반성문에는 한 번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오히려) 피해자로 인해 범행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자신이 고통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태도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김태현은 이날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저의 끔찍한 만행으로 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는 고인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듯이 아프다"며 "평생 죄책감으로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신문 도중에도 "저는 짐승만도 못한 놈이다. 말 못 하는 짐승들도 이런 끔찍한 짓을 하지 않는다"며 "전진만 하지 않고 후퇴했다면 비극적인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유족들에게 "저는 살아있을 자격이 없다. 유족분들께서 제 목숨을 내놓으라고 한다면 바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유족들을 대리하는 변호인은 취재진과 만나 "법정에서 피해자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계획성을 부인해 가슴이 찢어지는 심정"이라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구형된 점에 대해서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태현은 지난해 11월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피해자가 연락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지난 3월 23일 자택으로 찾아가 여동생과 어머니, 피해자인 큰딸을 차례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태현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은 다음달 12일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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