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새벽부터 불러냈다"…연수구청장 '갑질 마사지' 의혹

고남석 구청장, 2019년 구청 씨름단 트레이너에게 '스포츠마사지' 받은 의혹
"비용 정당히 지불" vs "무상으로 받았다"
트레이너 '제가 무슨 힘이 있습니까' 하소연
경찰도 첩보 입수…수사로 이어지진 않아
법조계 "청탁금지법 위반 가능성"

고남석 인천 연수구청장. 연수구청 제공
고남석 인천 연수구청장(63)이 과거 해당 구청 씨름단 소속 전문 트레이너에게 이른바 '갑질 마사지'를 받았다는 의혹이 일부 제기된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고 구청장 측은 비용을 정당하게 지불했다며 반박하고 있지만, 당시 씨름단 관계자는 고 구청장 측이 새벽부터 불러내 스포츠마사지와 개인 PT(퍼스널트레이닝) 등을 사실상 무상으로 받았다며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의혹은 경찰에도 제보됐지만 수사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법조계에서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청탁금지법 위반부터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고남석 연수구청장 '갑질 마사지' 의혹…"새벽부터 나왔다" vs "정당한 비용 지불"

고남석 인천 연수구청장이 과거 해당 구청 씨름단 소속 전문 트레이너에게 이른바 '갑질 마사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당시 트레이너가 작성한 자술서, 이후 경찰에 제출됐다. 출처: 제보자
1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고 구청장은 지난 2019년 5~6월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한 헬스장에서 스포츠마사지와 개인 PT를 각각 약 11회 정도 무상으로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헬스장은 당시 연수구청 씨름단 감독 A씨가 지난 2018년 사비를 들여 설립했고 씨름단 소속 남성 트레이너 B씨가 운영을 맡았다. A씨는 "구청에 예산이 없고 지원이 안 된다고 해서 직접 1억8000만 원을 들여 선수 전용 헬스장을 만들었다"며 "트레이너 역시 지원이 안돼 직접 월급을 주고 고용했고, 선수들 개인운동과 마사지를 담당했다"라고 밝혔다.

고 구청장 측이 헬스장에 등록한 시점은 2019년 5월부터다. 당시 비서진들이 시설을 점검한 뒤 60만 원의 비용으로 헬스장 1년치를 등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이다. 고 구청장 측이 늦은 밤이나 새벽에 트레이너 B씨에게 준비를 지시하면 트레이너는 대기를 해야 했고, 개인 PT와 스포츠마사지를 해줘야 했다는 것이다.

60만 원은 헬스장 기본 이용 비용일 뿐, PT나 스포츠마사지는 포함되지 않지만 혹시나 있을 '불이익'을 우려해 구청장 측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정황은 당시 B씨가 작성한 자술서에도 드러나 있다. B씨는 "씨름단의 트레이너로 있는 상황에서 PT와 스포츠마사지 비용을 청구할 수 없었고, 새벽 6시에 보좌진이 전화를 해 나오게 됐다"며 "트레이너 자리를 짤리게 되고 헬스장 운영에 불이익을 받을까봐, 선수들도 관리하기 힘든데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해줄 수밖에 없었다"라고 썼다. 당시 B씨는 A씨에게 '제가 무슨 힘이 있습니까' 등 여러 차례 하소연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트레이너의 출근 시간은 오전 10시쯤이라고 한다. 

이후 고 구청장의 헬스장 이용은 7월 초 마무리됐다. 구청장이 '공짜 마사지'를 받았다는 등 일각에서 불미스러운 얘기가 나오자 헬스장을 그만둔 것으로 전해진다. 이용비 60만 원 중 45만 원은 환불 조치를 받았다.

고 구청장 측은 '갑질 마사지'는 전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연수구청 측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애초 해당 헬스장이 전 감독 A씨가 운영한다는 것도 몰랐고, 이용비도 기존 30만 원에 두 배인 60만 원을 주고 등록했다. 제 가격을 다 지불해 이를 증빙할 계약서도 있다"며 "트레이너는 새벽에 나오는 걸로 알고 있고 '황제 마사지'가 아니라 '어깨 물리치료'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A씨가 개인 SNS를 통해 주장한 내용이고, 올해 초 연수구에서 명예훼손과 관련한 법적 대응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A씨가 여러 개인 송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고 SNS에서 모든 글이 삭제된 상태여서 아직 법적대응은 준비 중"이라며 "당시 헬스장 계약 해지를 할 때 트레이너 B씨도 다 수락했고 환불을 받으며 7~8번 정도 이용한 비용을 지불했다. B씨도 A씨에 대한 피해자로 A씨를 무고죄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적도 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A씨는 "헬스장 비용을 2배로 냈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이야기다. 1년치 락커 이용료, 옷 이용료 다 별도로 합산으로 60만 원"이라며 "PT는 따로 10만 원, 선수들이 전문을 받는 스포츠 마사지 비용은 20만 원 정도의 비용이다. 10번 이상을 받았으니 300만 원을 더 내야 하는데, 결국 15만 원으로 끝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트레이너가 무고로 고소한 적도 없고, 이 일은 답답해 SNS에 올리다가 전혀 뭔가 달라지는 게 없어 내리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B씨는 "구청장으로부터 저에게 법적 대응이 올까봐 두렵다"며 "이미 지난 일이고 지금 생업도 힘든 상황이다. 더 이상 말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고 구청장은 민선 5기에 이어 7기 연수구청장을 지내고 있다. 구청장은 구청 씨름단 감독 임명권을 갖고 있다.

경찰에도 첩보 흘러갔지만 수사는 안 돼…청탁금지법 위반 소지 있나?

해당 의혹은 지난해 7월 인천경찰청에 제보됐다. 첩보를 통해 윗선에 보고 됐으나 수사로는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첩보에 의한 수사보다는 고소나 고발 등을 통한 수사가 적절하다고 봤다"라고 밝혔다. 사안이 미미하다고 봤거나, 곧바로 수사로 전환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3개월 후인 지난해 10월 서울경찰청에도 제보 됐으나 마찬가지였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 등은 1회 100만원을 초과하거나 한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의 수수금지 대상인 물품은 유·무형의 가치를 모두 포함한다"며 "무형의 가치를 가진 스포츠마사지 역시 수수금지 대상에 포함돼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청 트레이너에게 '의무없는 일'을 강요한 것인지, 권한을 남용해 마사지를 받았는지 등이 관건이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직권남용 판례들을 봤을 때 강요에 의해 받았다면 성립에 별 다른 지장이 없어 보인다"며 "마사지의 경우 그 시간에 영업을 할 수 없었으므로 성립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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